용인에 있는 어느 골프 코스에서 비공식 집계한 내장 객의 스코어 통계에 따르면 전체 내장 객의 15%만이 90타 이하였고, 35%가 100타 이하, 50%가 100을 넘는 스코어였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라운딩을 앞두고 어쩌다 골프 연습장에 가보면 사람들이 어찌도 그리 잘 치는지 주눅이 든다.
굉음을 울리며 드라이버를 때리는데, 언뜻 보기에도 250야드는 족히 되어 보인다. 아이언샷의 정확성은 또 어떤가? 핀 포인트 정확도라는 말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프로 같은 아이언 샷을 날린다.
연습장에서는 똑같은 샷을 반복해서 친다. 게다가 방향성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타석에 평행하게 서서 수밖에 없다. 타석에 평행하게 서서 때리면 그만이다. 이런 샷은 잘못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잘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전에 나가면 세상이 바뀐다.
매번 처음 치는 샷이고, 라이도 울퉁불퉁해서 스탠스가 편안하지 않다. 방향도 문제가 된다. 왼쪽의 해저드가 신경이 쓰여 약간 오른쪽을 보고 샷을 하면 볼은 오른쪽 OB 지역으로 날아가 버린다. 바람도 감안해야 하고, 뒤 팀이 따라와서 티 샷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어서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연습장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치핑, 퍼팅으로 스코어가 가려진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비기너는 연습장에서 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만, 90대 초반에 이르게 되면 연습장에서 쏟은 땀은 관절과 근육에 무리만 주지, 스코어에는 별 영향이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장프로가 되려고 하는지 목숨을 걸고 연습장에서 볼을 날린다.
80대, 90대의 골퍼는 확실한 연습 메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오늘은 무슨 연습을 할 것인지를 정하고 연습을 시작한다. 백스윙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 왼쪽 어깨가 임팩트 순간에 열리지 않게 하려고, 손목의 코킹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 등등.
이런 목표 없이 60분 동안 로봇처럼 볼을 두들기는 것은 나쁜 습관을 들이는 데에만 탁월한 효과가 있다. 단 30분만에도 평행토록 지속될 확실한 슬라이스 구질을 심어준다.
연습장에서 볼을 때릴 때는 누군가에게 스윙을 봐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연습장의 레슨 프로가 최선이고. 여의치 않다면 동료나 친구, 그도 안 된다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데리고 가는 것도 좋다.
목표로 삼은 연습 메뉴를 알려주고 잘못되면 이야기 해달라고 해야 한다. 그래야 나쁜 습관이 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아이언 샷을 연습할 때는 타석과 평행하게 치지 말고, 약간 우측이나 좌측에 목표를 설정한 다음 아이언 클럽 하나를 바닥에 목표 방향과 평행 하게 내려 놓고 여기에 맞춰 샷을 연습해야 아이언의 방향성이 좋아진다. 제일 나쁜 곳이 바닥에서 볼이 올라오는 시간제 연습장이다.
본전 생각 때문이겠지만 5초 간격으로 기계처럼 볼을 날린다.(본전 생각 때문에 주식 투자하는 많은 개인 투자자들도 돈을 잃는다.).
연습장을 가는 목적이 많은 볼을 때려내는 것이 아니라 스윙을 가다듬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연습 스윙 한번하고, 테이크 어웨이, 백스윙 탑, 다운스윙, 임팩트, 피니쉬, 자세를 하나씩 점검하면서 제대로 된 스윙을 해야 한다.
연습장에서 볼을 많이 치면 필드에서도 그에 비례해서 타수가 늘어난다. 내기 제일 좋아하는 내기 골프 파트너는 양손에 굳은 살이 가득 박힌 사람이다. 이런 파트너만 만나면 좋을 텐데 내 지갑을 털어 가는 주변의 로우 싱글들의 손은 아주 고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