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타이(중국)=정대균기자】“야구인 이상윤이 아닌 골프인 이상윤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습니다.”
9일부터 나흘간 SBS코리안투어 삼능애플시티오픈(총상금 3억원)이 열리는 중국 옌타이의 애플시티CC. 그곳에서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80년대 한국프로야구 간판 투수였던 이상윤씨(49)를 만났다. 지난 2005년 삼성라이온스에서 코치로 1년간 재직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 명문 구단이었던 해태타이거스(기아타이거스 전신)에서 선수와 코치로 23년간 몸 담으며 팀의 한국시리즈 통산 9승을 일구어 냈던 그가 야구장이 아닌 골프장에서 직원들을 독려하는 이유는 왜 일까. 그 내막은 이렇다.
2005년 삼성 코치를 끝으로 야구계를 떠난 상태서 약 1년 예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친구인 애플시티CC의 이정기 사장으로부터 중국에 놀러 오라는 전화 한 통에 넘어가 결국 이렇게 눌러 앉게 되었다는 것. “최초 방문 때는 그런 말이 전혀 없다가 두번째 방문 때 뜬금없는 부사장직 제의를 받고 즉답을 못한 채 한동안 심사숙고했었죠. 그도 그럴 것이 평생 야구만 했지 사회 경험이 전무한 저로서는 덜컥 겁이 났던 것이죠”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아마도 제가 골프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골프장 레귤러티에서 3∼4언더파를 칠 정도의 골프 실력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웬만한 프로도 울고 갈 정도다. 특히 300야드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장타가 일품이다.
지난해 6월 부임해 9월 개장을 주도한 이 부사장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우려와는 영 딴판이었다. ‘명문구단의 명투수 출신’이라는 자신의 이미지에 흠이 가지 않게 하려는 그의 노력은 캐디 교육에서부터 코스관리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는 “야구가 팬들이 없이 존재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없는 골프장 또한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운동을 하면서 팬들과의 신의를 중시했듯이 고객들에게 최고의 코스, 고향 같은 느낌을 주는 편안한 골프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평생을 선발투수가 보직이었던 그 다운 각오와 추진력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가 갑작스럽게 결정돼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상금액을 늘리는 등 메이저급 대회로 격상시키겠다”는 말을 남기고 코스 점검을 위해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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