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 토론토로 간다
토론토는 인디언 어로 만남의 장소라는 뜻이다
과거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인디언들과 무역을 하는 장소라고 보면 된다
그들의 모피와 문명의 생활용품을 바꾸어 거래하면서
야금야금 인디언들의 영토도 빼앗고 영혼도 빼앗기 시작한 장소라고 생각된다
온타리오 호에 위치한 토론토는 캐나다 최대의 도시로서
약 100여 개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70여 인종이 살고 있다고 한다
버스로 달려가는 내내 온타리오 호수가 차창으로 따라오는 걸 보면
이 호수가 얼마나 거대하게 이곳에 펼쳐져 있는지 짐작이 간다
사실 이 여정은 특별히 토론토를 자세히 보려는 일정은 아니다
캐나다의 주요 도시를 둘러보는 정도이고
이 여행상품에선 퀘벡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리는 차창으로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건물에 누군가는 가슴이 뛸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남편은 실제 류현진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홈구장을 지나면서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미 서부 여행 때 LA 다저스 구장을 만났을 때도, 샌디에이고에서도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것처럼....
(내가 언어 능력이 있으면 시즌에 함께 와서 경기를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 들었었다)
7월이면 부상을 딛고 팀에 합류한다는 류현진이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찾아볼 텐데
그때마다 이 경기장이 화면에 비추일 테고 토론토 시내도 잠깐씩 화면에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아, 내가 저 도시에서 저 홈구장을 보면서 잠깐 머물렀었지 하고 회상하기만 해도
새록새록 추억을 반추할 수 있지 않을까
화면에 비추이는 도시의 모든 장면들이 새롭게 다가오리라
토론토에서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
풀어서 번역하면 양조장이 있던 장소라고 하면 될까
양조장이 있던 곳을 개조해 하나의 앤틱한 쇼핑장소로 만들어 작은 휴식처가 되는 곳이다
뉴욕에서 들렀던 첼시마켓과 유사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
첼시마켓이 거대한 하나의 쿠키공장을 개조해 공장 내부에 쇼핑센터를 꾸몄다면
이곳은 양조장이 있던 하나의 작은 지역을 쇼핑센터와 식당 카페로 꾸몄기에
나즈막한 건물들이 이어져있어 하나의 타운처럼 형성된 곳이다
관심 있는 샵이나 음식점에 들어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햇살과 공기가 좋으니 쇼윈도만 보며 그냥 이 타운을 거닐기만 해도 좋았다
조리용 계량스푼이 이렇게 멋지다니
요리할 때 계량스푼 한 번도 안 써본 나에게는 예쁜 관상용 일뿐이다
***한 큰 술 넣으면 요리에 감칠맛이 확 살아난답니다 하는 멘트나
설탕 한 스푼에 프림 두 스푼 넣던 오래전 커피 타던 시절도 계량스푼이 아닌 그냥 다양한 크기의 스푼이 사용되었으니
나에게 그다지 친숙한 물건이 아니다
그런데 멋지다
그냥 소장용으로는 말이다
가게 몇 군데 들어가 봤는데 특별히 쇼핑을 목적으로 오지 않았기에
디자인이 예쁜 물건들 구경하다 금방 흥미를 잃었다
액세서리 가게 주인은 나보고
어디서 왔느냐, 자신은 인도에서 이곳에 와 25년 살았다며 예쁜 미소로 말을 걸기도 한다.
사우스코리아란 출신지는 이제 세계 어디를 가도 좋은 인상을 준다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여행 중 만난 미소 띤 얼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우리 부부는
마시면 발작이 일어날 정도로 맛있다는 카페 '발작'에 들어가 쉬기로 한다
노천에도 많은 사람들이 따스한 햇살을 쬐며 앉아있다
이런 모습에선 항상 여행자의 여유로움이 묻어나 보기 좋다
나는 아메리카노, 남편은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자율코너에 있는 시나몬 가루 듬뿍 뿌려주었다
카푸치노는 시나몬이 가득 앉아 있어야 제맛이지 하면서
남편은 주는 대로 후루룩~~
한 모금 마셔보고 발작을 일으켰다
너무 평범한 맛이라서....
커피는 맛보다는 멋이다
그리고 여유다
실내에서 쉬기엔 좀 답답한 기분이 들어 커피 들고 쉬엄쉬엄 걸어 다니며 둘러보기로 한다
어딜 가나 사랑의 자물통은 흔히 볼 수 있다
사랑에 가장 강렬한 오브제는 다이아몬드도 아니고 이 자물통이 아닐까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라고 외치던 모 통신사의 광고에서 앳된 김민희가 외치던 대사가 떠오른다
움직이는 것이 사랑이기에 이토록 강력한 자물통으로 묶어두려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뒤에 보이는 고풍스러운 건물은
토론토의 구 시청건물이다
지금은 법원건물로 사용된다고 한다
광장을 두고 바로 신 시청 건물이 들어서 있다
딱 봐도 아치형의 새로운 건축미가 돋보인다
이 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치형 가운데에 있는 둥근 돔과 함께 눈의 형상을 띤다고 한다
국민들이 눈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정치 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물 하나로도 이렇게 큰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건축가의 뛰어난 설계가 돋보인다
광장 가운데의 분수가 있는 공간은 겨울엔 시민들의 스케이트장이 된다고 해 그 광경을 상상하니 재미있다
한인타운이 있는 동네와 대학이 있는 거리를 차창밖으로 구경하며 천천히 이 도시를 빠져나간다
내일 천섬으로 올라간다
호텔에 들어서자 이 호텔이 있는 장소가 익숙하다
야가 갸여? 하며 갸우뚱
룸에서 커튼을 젖히니 창으로 공항이 내려다 보인다
어머머 나 전에 이 호텔에 묵었었어하고 말하니
남편은
이런 걸 다 기억한다고? 하며 약간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낸다
호텔이 다 호텔이지 뭐 특별하다고 기억할까 하는 표정이다
출근길 사랑 카페의 캐나다 여행기 얼른 열어 확인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한다
'나의 빅데이터에 다 기록돼 있거든'
하하하
이 호텔은 2016년 캐나다 일주할 때 마지막 묵었던 호텔이 맞다
비행장 바로 옆에 있는 힐튼 호텔
캐나다 서부 밴쿠버에서 시작해 로키산맥을 따라 관광하고
비행기로 동부에 넘어와 퀘벡, 나이아가라 등을 보고 이곳 토론토에서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어머나, 내 기억력 대단하네~
이제 내일은 천섬이 있는 온타리오 호수와 세인트로렌 강이 만나는 킹스턴까지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