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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05
S#1. 동네 길. (밤)
4회 연결 상황에서.
준석 : 이 동네 맞긴 맞는 겁니까?
윤희 : 아, 그건 틀림 없다니까요.
두 사람 차에서 내리는데.
혜미, 수찬, 서 있고.
혜미 : 어, 어떻게 여길?
윤희 : 아, 네, 저 좀 바래다 주시느라구요.
선우, 영자, 보경, 하니 목욕 가방 하나씩 들고 걸어오는.
선우 : 아니 왜들 다 나와 있나?
영자 : (준석을 보고 호들갑스럽게) 아니, 이게 누구시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죠?
준석 : (의아하게 보면)
혜미 : 어머니세요.
준석 : 아, 네. (인사하고)
선우 : 누구?
윤희 : 우리 팀장님이세요.
선우 : 어머나, 이거 이런 꼴로 인사를 드려서. 제가 얘 에밉니다.
그래, 이 물건 때문에 얼마나 고초가 많으세요?
준석 : 아, 네. (어색하게 미소 짓고)
보경 : 전, 변희섭 과장 안사람이예요.
하니 : 전, 차영재 차장 와이프예요. (준석과 혜미를 보며) 데이트 하고 집까지 에스코트 하셨나봐요?
윤희 : 데이트는요. 회장님 입원하신 병원 앞에서 차 태워주신다고 해서 오신 건데.
선우 : 그, 그럼, 저 쪽이 (혜미 턱으로 가르키며) 아니고, 너하고....
영자 : 그럼 넌?
혜미 : (순간 자신이 수찬과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전 그냥 지금 들어오는 길이예요.
수찬 : 제 차가 고장 나서 혜미씨 차를 얻어타고 같이 들어오는 길입니다. 요 앞에서요. (그제서야 준석에게 인사하고)
준석 : 그럼 전 이만.....
영자 : 저기 여기까지 오셨는데 저희 집에 가셔서 차라도......
준석 : 늦어서 그냥 가겠습니다. (차에 올라타려고 하면)
윤희 : 저 때문에 헤매고 다니시라 고단하셔서 다리가 다 후들거리신대요.
팀장님,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길 헤매지 마시구요.
준석 : (차타고 떠나는)
선우 : 아니 길을 얼마나 헤매고 다녔으면 다리가 다 후들거리셔.
#.2 씬. 혜미의 방. (밤)
혜미, 영자 들어오는.
영자 : 쌀쌀맞다고 하더니 그것도 아닌가보다. 비서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거 보면.
혜미 : (기분이 상해있고) 옷 갈아입어야 해요.
영자 : 그래, 갈아입어.
혜미 : 내려 가세요.
영자 : (보다가) 하여간 에비나 딸이나 까탈스럽기는.....(나가면)
혜미 : (서로 마주 보며 얘기하고 있던 준석과 윤희가 신경에 거슬린다)
#.3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윤희, 물 벌컥벌컥 마시고 있으면.
선우, 미희, 예슬 기가 막혀서 보고 있는.
미희 : 지금 지 집 찾아오는데 3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는 거죠?
선우 : 내 속으로 낳은 물건이지만, 진짜 희한하다.
윤희 : (입에 문 물 쿡하고 뱉으면서) 오죽하면 우리 팀장님이 내가 감동스럽겠다고 하셨겠어.
예슬 : 이모가 지금 저거 자랑이라고 하는 거죠?
선우 : (윤희 어깨 팡팡 치면서) 천치냐? 천치야? 매일 왔다갔다하는 지 집도 못 찾아서
모시는 양반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서울 유람을 다니게?
윤희 : 아, 아파.
#.4 씬. 길. (밤)
달리는 준석의 차.
준석 : (차에서 온갖 난리를 다 피던 윤희를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러다 병실에서 혼자 원맨쇼를 하던 윤희를 떠올리고.
약간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웃음이 가시고.
#.5 씬. 윤희의 집 앞. (아침)
윤희, 엎어질 듯 집에서 뛰어나오는.
선우, 따라 나오면서.
선우 : (어깨 때리면서) 제발 좀 정신 좀 챙겨라.
보경, 영이 가방 메어주면서.
보경 : 그러니까 밤에 게임하지 말라고 엄마가 했어 안했어?
영 : (뛰어가면서) 했어.
하니 : (마당에서 줄넘기 하면서) 집집마다 전쟁이네요, 전쟁.
윤희 : (뛰어가다가 집에서 나오던 수찬과 부딪히고)
수찬 : (비틀하지만, 윤희 나 몰라라고 하고 뛰어가는) 지금 뭐가 홱하고 지나간 거 같긴 한데.
선우 : (웃으며) 저 물건이 뜀박질 하난 타고 났어. 집에선 저래도 회사에서 일은 곧잘 하나봐.
하니 : 그래요?
선우 : 들어보니까 팀장님이 외국 바이어 만날 때도 데리고 다니시고.
왜 어제 밤에 집까지 바래다주신 것만 봐도 모르겠어.
보경 : 윤희씨가 팀장님한테 꽤 인정받고 있는가보죠?
선우 : 다른 비서들 다 모시다 쫓겨 갔는데, 우리 애만 그 자리 쭉 지키고 있는 거 보면 그런가 어쩐가.
보경 : (슬쩍 선우에게 다가오는) 그럼, 우리 애 아빠 얘기 좀 잘 해달라고 해주세요. 이웃 좋다는 게 뭐예요?
선우 : 모시는 양반 부담스럽게 그런 말 함부로 할 수나 있나. 내가 슬쩍 귀뜸은 해보지 뭐.
수찬 : (걸어가면서, 뒤로 그 얘기 듣고) 차 한번 얻어 타고 출세했네, 정윤희.
#.6 씬. 회사 전경. (아침)
#.7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윤희, 메모지 보며 보고 하고 있는.
윤희 : 이상입니다.
준석 : (모니터만 보고 있는)
윤희 : 저....
준석 : (모니터만)
윤희 : 모닝커피 가져다 드릴까요?
준석 : .....
윤희 : 그럼 가져옵니다.
준석 : 저기요.
윤희 : 네, 팀장님?
준석 : 앞으론 묻지 말고 그냥 가져와요. 이거야 귀찮아서....
윤희 :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준석 : 또 뭡니까?
윤희 : (들고 있던 물파스 보여주는) 다리 많이 아프실 거 같아서 물파스 집에서 챙겨왔는데요.
우리 엄마 어깨 저리실 때 이거면 직빵이거든요.
준석 : 병 주고 약 줍니까?
윤희 : 네.
준석 : 다리 아프게 하지를 말던가.
윤희 : 어머, 어머. 어제부터 농담 너무 잘하세요.
전요, 팀장님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농담같은 건 절대 못하시는 스타일이신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하는 건가봐요.
준석 : 저 농담 아닙니다.
윤희 : 어머, 어머, 진짜 재미있으세요. 원래 웃긴다고 하고 웃기는 사람은 안 웃기는 법이거든요.
준석 : (어이가 없어서 보는)
윤희 : (물파스 책상 위에 올려놓고) 꼭 바르세요. 냄새난다고 안 바르면 본인만 손해거든요.
그럼, 모닝커피 가져오겠습니다.
#.8 씬. 비서실. (아침)
윤희, 웃으면서 나오는.
미나 :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윤희 : 우리 팀장님 유머 감각이 남다르셔서....
혜미, 보고서 가지고 걸어오는.
미나 : 팀장님이 유머 감각이 남다르시다구요?
윤희 : 내가 편하셔서 그러신가. 내 앞에선 자꾸 웃기시네. (혜미, 보고 인사하는)
#.9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준석, 모니터 보고 있는.
혜미 그 앞에.
혜미 : (보고서 책상에 내려놓으며) 홍보 기획안입니다.
준석 : 두고 가세요.
혜미 : 이건.....(물파스 보는)
준석 : (물파스 보고) 별 거 아닙니다.
혜미 : 정비서한텐 좀 편하게 대하시나봐요.
준석 : (보고)
혜미 : 재미나다고 해서요.
준석 : 다른 용무 있습니까?
혜미 : (서늘해져서) 아닙니다. 나가보겠습니다. (돌아서서 나가는)
준석 : (물파스 보다가, 뚜껑 열고 냄새 맡아보는) 특이해, 특이해.
#.10 씬. 대학 건물 복도. (낮)
수찬, 흐뭇한 표정으로 게시판 앞에 서있는.
원예학과 전임 발령, 백수찬.
영주, 뒤에서 다가오는.
영주 : 축하합니다. 백교수님.
수찬 : 다 자기 덕이지 뭐.
영주 : 뭐야? 눈물까지 글썽한 거야?
수찬 : (눈가 얼른 찍어내며) 보따리 장사가 전임 됐는데 눈물이 안 나겠어?
영주 : 앞으로 두고 볼 거야. 얼마나 감사한지.
수찬 : 충성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십쇼.
#.11 씬. 윤희의 집 마당. (낮)
덕길, 빨래줄 매주고 있는.
선우, 그 옆에서.
선우 : 솜씨 하난 타고 났네, 타고 났어.
덕길 : 워따, 빨래줄 새로 매다는 것이 뭔 솜씨라고. 지가 맘만 묵으믄 빨래터라도 뚝딱허고 맹글어낸당께요.
선우 : 여자들만 사니까 이런 거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니까.
백교수나 고니 아빠나 우리 동네 보배야, 보배. 어, 저기 보배 오시네.
수찬, 걸어오는.
덕길 : 워째 요로코롬 싸게 들어오냐? 안돼 부렀냐?
선우 : 뭐가?
덕길 : 오늘 전임 교수 발령 난다고 나갔거들랑요. 일찍 기양 들어오는 거 보니 떨어진 것인가.
선우 : 그래? 백교수 미끄러진 거야?
수찬 : (씩 웃는)
선우 : 웃는 거 보니까 아닌가본데.
덕길 : (얼른 다가와서) 되았냐? 붙었어야?
수찬 : 내가 무슨 시험 봤어?
덕길 : 돼부렀냐구?
수찬 : 됐지, 그럼.
덕길 : (수찬의 팔을 잡고 펄쩍펄쩍 뛰는) 워매, 수고 혔다. 수고 혔어.
선우 : 동네 경사 났네. 유학 가서 박사 따 온 사람들도 전임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드만.
수찬 : 윗분들이 잘 봐주셔서요.
선우 : 윗분들이 잘 봤다고 덜컥 전임 주겠어, 다 실력이 있으니까 그렇지.
덕길 : 글허면, 월급도 오르는 것이제?
수찬 : 그건 왜?
덕길 : 세탁기 하나 새로 들여놔불면 좋것다 싶어서. 너는 옷은 뺀지르허게 입고 다니문서
빨래 안 되는 세탁기는 워째 바꿀 생각을 못했다냐?
수찬 : 아, 그냥 세탁소 줘.
덕길 : 워매, 인간이, 돈 무서운 줄 몰라야. 세탁기 바꾸고 몇 달이믄 본전은 빠질 것인데.
선우 : (킥 웃는)
덕길, 수찬, 선우를 보면.
선우 : 아니, 꼭 부부 싸움 하는 거 같아서.
#.12 씬. 비서실. (낮)
준석, 희섭, 영재, 대식 걸어오는.
희섭 : 죄송합니다. 오늘 중으로 조치하라고 지시해놓겠습니다.
윤희, 미나 일어서는.
준석 : 책상 앞에서 앉아 전화로 지시만 하지 마시고, 직접 뛰세요, 직접. (사무실로 들어가는)
희섭 : (뒤에 대고 인사하는)
대식 : 들어가셨어요.
희섭 : (어색한 표정으로 얼굴 문지르는) 그래도 오늘은 그런데요 안하시네.
대식 : 좋기도 하시겠어요.
희섭, 영재, 대식 걸어가는.
#.13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윤희, 사무실 내 휴게실 쪽에서 나오는.
준석, 서류 보면서 전화로 지시하는.
준석 : 오후까지 마무리 져서 보고하세요. (전화 끊어버리는)
윤희 : 점심 준비 됐습니다.
#.14 씬. 준석 사무실 내 휴게실. (낮)
식탁이 차려져 있는.
윤희 물 따르고 있으면, 준석 들어와서 앉는.
윤희 : (물컵 놓고, 밥그릇, 국그릇 뚜껑 열어주는) 구내식당 음식도 맛있는데....
준석 : (보고)
윤희 : 아니요, 매일 이렇게 따로 드시면 맛도 없고 그러시니까
구내식당에 내려가셔서 드시면 어떨까 해서요.
준석 : 난 사람 많은 데 좋아하지 않습니다.
윤희 : 아, 네. 그래도 밥은 여러 사람이 어울려 먹어야 맛도 있고....
준석 : 조용히 식사 좀 하죠.
윤희 : 네. 그리구요, 팀장님?
준석 : 또 뭡니까?
윤희 : 변과장님한테요. 나이도 많으시고, 그래도 창립 멤버신데 부하 직원들 앞에서 너무 함부로 하시면,
팀장님 인격도 의심을 받으시고, 변과장님이 사람이 좋으셔서 그렇지 그래도 속이 없는 분이 아닌데.....
준석 : 길게 할 겁니까?
윤희 : 조금만 배려를 해주시면....
준석 : (날카롭게 보면)
윤희 : 드세요. 생선이 아주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네요.
#.15 씬. 동네 길. (밤)
수찬의 차에서 장 내리는 덕길.
수찬 : 진짜 촌스러워서.
덕길 : 요런 때 아니믄 은제 잔치를 허냐. (트렁크에서 장 봐가지고 온 거 꺼내는) 뭣허냐? 안 들어불고?
수찬 : 왜 아예 소도 잡지.
덕길 : 촌스럽기는, 장개 가냐.
혜미의 차 다가오고.
혜미 : (차에서 내리는)
수찬 : 지금 들어오세요?
혜미 : 네.
덕길 : 이따 저희 집 마당에서 파티 허니께 꼭 참석해주서요. 오늘 야가 전임교수 된 턱을 좀 내볼라니께요.
혜미 : 축하드려요.
수찬 : 이거야, 남들 못되는 전임 된 것도 아닌데.
덕길 : (장 본 거 들고 앞서 걸어가는)
수찬 : (혜미에게만 들리게) 어제 보니까 왜 혜미씨가 힘들어하는지 좀 이해가 되더군요.
혜미 : (보면)
수찬 : 차가운 남자, 여자한텐 버겁죠.
혜미 : (쓸쓸하게 미소 짓는) 제가 선택한 길인 걸요.
수찬 : 방학이라 시간 많으니까 종종 이용해주세요. 심심풀이 땅콩으로.
혜미 : (웃는)
수찬 : 그 사람 앞에서도 그렇게 좀 웃어보이세요.
그럼 아, 내가 얼마나 이쁜 여자를 만났나 깨달을 테니까요.
덕길 : 싸게 안 오고 뭐헌다냐?
수찬 : 간다, 가.
혜미 : (덕길 쪽으로 걸어가는 수찬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16 씬. 윤희의 집 마당. (낮)
덕길, 선우, 보경, 상 차리느라 분주한.
덕길 : 이거 괜히 파티 헌다고 예슬이 할머님만 귀찮게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것어요.
선우 : 뭔 소리를 그렇게 정 없이. 백교수 일이면 동네 일이지.
보경 : 근데 왜 주인공이 안보이신대요?
덕길 : 때 빼고 광낸다고 목욕탕에 들어앉아 있어라.
보경 : 워낙 깔끔하시니까.
#.17 씬. 수찬의 집 목욕탕. (낮)
수찬, 목욕탕에 몸 담그고 앉아서. 거품까지 낸 물 안에. 머리에 수건 쓰고.
수찬 : 백교수님? 백교수님? 아, 뉘앙스부터가 틀리네. 무게가 탁 실리는 게.
고니, 문 여는.
고니 : 워매. 안즉 목간하서요?
수찬 : 넌 노크도 안하고.
고니 : 안즉 하시는 줄 몰랐지라. 어라.
수찬 : 뭐가?
고니 : 거품도 나부네요.
수찬 : 내가 원래 거품 목욕을 즐긴다 왜.
고니 : 좀 거시기 허요.
수찬 : 뭐가?
고니 : 야사시 한 것이. 좀 사내답지 않은 거 같기도 허구. (문 닫는)
수찬 : 지 에비 닮아서 촌스럽기 그지 없어요.
#.18 씬. 수찬의 집 앞. (낮)
수찬, 말끔한 차림으로 나오는.
미희, 꽃다발 들고 벨 누르려다가 놀라는.
수찬 : (놀라고)
미희 : 경축드려요. (꽃다발 내미는)
수찬 : 아니, 뭐 이런 것까지.
미희 : 엄마가 전화 하셨드라구요. 어찌나 자기 일처럼 좋아하시는지.
수찬 : (꽃다발 받고) 동네 분들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모르겠습니다.
미희 : 백교수님?
수찬 : (보면)
미희 : 제 기쁨이 남다르다는 건 아시죠? 그냥 동네 사람들 기뻐하는 거 하곤 차원이 다르다는 거.....
수찬 : (난감하고)
미희 : 전요, 백교수님 전임 되셨다는 소식 듣고 눈물까지 나드라니까요.
윤희, 지나가다가 그 모습 보고.
윤희 : 또 생일이예요?
미희 : 하여간 저 인간은 타이밍 하난 귀신 같지.
#.19 씬. 윤희의 집 마당. (낮)
윤희, 쌈 싸서 열심히 먹고 있는.
덕길 : (고기 구워서 윤희 앞에 놓아주는) 워매, 잘 드시네.
윤희 : 제가 삼겹살을 좀 좋아하거든요.
수찬 : 뭔들 안 좋아 하시겠어요.
보경, 하니, 선우, 미희, 명희, 예슬, 영, 고니 둘러앉아 즐거운 분위기로.
보경 : 자, 그럼 축배를 들어야죠. 오늘의 주인공께서 한 말씀 하세요.
선우 : 그래. 옛날로 치면 장원급제 한 건데 한마디 안하면 쓰나.
수찬 : (겸연쩍어 하면서 일어서는) 제 일을 이렇게 자기.....
명희 : (수찬을 동경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윤희 : 어머, 고기 탄다.
덕길 : 워째, 타네, 고기. (고기 꺼내다 기름이 튀어서) 아 뜨거.
윤희 : 어머, 어머, 디셨어요? 벌겋네. 엄마, 약, 약.
선우 : 그래, 딘 데 바르는 약이 어디 있드라. (일어서서 집으로 뛰어가고)
덕길 : 아니어요, 약은. 기양 된장 좀 바르면 되는디. (얼른 된장 팔에 바르고)
윤희 : 된장으로 되시겠어요? 어머, 어머, 고기 또 타네.
수찬 : (헛기침하고)
하니 : 말씀 하세요. 백교수님.
수찬 : 아, 네. 동네 분들이.....
선우 약 들고 뛰어나오면서.
선우 : 여기 있다, 약.
윤희 : 된장 바르시면 된대.
선우 : 그래? 그래도 들고 나왔으니까 발라 봐. (덕길의 팔에 약 발라주고)
윤희 : (그러는 사이) 아 뜨거.
덕길 : 아따, 지가 한당께요. 이 여린 살을 디시면 워쩐대요.
수찬 : (멀뚱하니 입맛 다시면서)
미희 : 말씀하세요, 백교수님.
수찬 : 아, 네, 그러니까.
영 : 이 자식이. (고니에게 주먹을 날리는)
고니 : 내 고기 니가 쌥치기 했잖여. (주먹날리고)
영, 고니 엎치락 뒤치락 하는.
어른들 그쪽으로 몰리고.
수찬 : (그냥 앉아버리는)
#.20 씬. 대식의 집 거실. (밤)
대식, 들어오는, 명희 따라 들어오고.
대식 : (웃옷 벗으면서) 잘한다. 남편은 야근이다 뭐다 밥도 못 먹고 돈 벌려고 눈이 벌게 있는데
여편네라는 인간은 동네 남자 교수 됐다고 잔치 상이나 벌이고 있고.
명희 : 다 한 식구처럼 사는 동네잖아요.
대식 : 밥 차려.
명희 : 밥 없는데.
대식 : 뭐?
명희 : 늦는다고 하길래 먹고 오는 줄 알고.
대식 : 참, 인생 무계획적으로 살지.
명희 : 국수 삶을까요?
대식 : 기운 빠져 들어온 남편 국수 나부랭이나 먹이고 싶냐?
명희 : 밥 할게요.
#.21 씬. 영재의 집 거실. (밤)
영재, 하니에게 약 먹이고 있는.
영재 : 뭘 얼마나 먹었길래 체하기까지 해?
하니 : 남들이 하도 맛있다고 하니까 덩달아 집어먹었더니 부대끼네.
영재 : 자기가 보통 사람들하고 체질이 같아? 펑퍼짐한 아줌마들이 먹는다고 따라 먹게.
하니 : 그러게.
영재 : 병원 안가도 되겠어?
하니 : 그냥 넘어갈 거 같기도 하고. 참, 자기 밥은?
영재 : 자기가 체해서 고생하는데 내가 밥이 넘어가겠어?
하니 : 안 먹었구나?
영재 : 됐어. 됐어. 정 배고프면 이따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지 뭐.
하니 : 자기 나 등 좀 문질러줘.
영재 : 어, 그래. (등 문질러주면서) 제발 조심 좀 해. 내가 회사에 가서도 자기 때문에 맘이 안 놓여.
#.22 씬. 희섭의 집 거실. (밤)
희섭, 식탁에 앉아 찬밥 비벼 먹고 있는.
보경, 선 앉혀놓고 설교 중.
보경 : 안나가긴 왜 안나가?
선 : 지정곡도 아직 소화 못했단 말이예요.
보경 : 그러니까 진작 준비 좀 하라고 했지. 콩쿠르 있는 거 몰랐어?
희섭 : 뭐 국 같은 건 없나?
보경 : 그냥 좀 먹어요.
희섭 : (물마시면서) 애 좀 그만 들볶지?
보경 : 저이가. 당신이 이번 콩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나 해요?
아, 그리고, 이번달 성과급 왜 안 들어와요?
희섭 : 성과 올린 게 있어야 성과급이 들어오지?
보경 : 그거 들어올 거 예상 하고 레슨 잡아놨는데 그럼 어떡하라구요?
내가 진짜 못 산다 못살아. 뭐 한 구석 마음에 드는 게 있어야 살지.
희섭 : (일어나서 부엌에서 나오려고 하면)
보경 : 먹은 그릇은 좀 물에 담궈 주면 안돼요?
희섭 : 남겼는데.
보경 : 그러게 다 먹지도 못할 걸 왜 그렇게 많이 비벼요.
#.23 씬. 동네 길. (밤)
희섭, 우두커니 앉아있는.
윤희, 검은 비닐 들고 투덜거리며 걸어오는.
윤희 : 내일 아침 먹을 두부를 왜 꼭 내가 사야 하냐구. (희섭을 보고) 왜 나와 계세요?
희섭 : 응. 좀 더워서.....
윤희 : (옆에 앉는) 저녁은 드셨어요?
희섭 : 응. 먹었지 그럼.
윤희 : 팀장님이요 과장님......
희섭 : (굳어져서) 왜? 나에 대해 뭐라셔? 일하는 게 마음에 안 드신다지?
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셔?
윤희 : 아니요.
희섭 : 그럼?
윤희 : 부하직원들 너그럽게 통솔 하시는 게 마음에 드시나봐요.
희섭 : 내가? (밝아지면서) 설마?
윤희 : 자기 성격이 그래서 함부로 하는데 그런 거 마음에 새겨두고 그러실 분은 아닌 거 같아서,
편해서 자꾸 그렇게 된다구요.
희섭 : 그, 그래. 정말 그랬어?
윤희 : 네.
희섭 : 저기.....
윤희 : 네?
희섭 : 혹시 이번에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다는데 무슨 말 못 들었어?
윤희 : 그런 얘기 못 들었는데.....
희섭 : 그래.
윤희 : 왜요?
희섭 : 아니, 뭐, 정리 해고 어쩌고 하니까 마음이 좀 그렇네.
윤희 : 과장님이 그런 걸 뭘 걱정을 하세요. 우리 회사에서 과장님처럼 필요하신 분이 또 어디 있다구.
희섭 : 말이라도 고마워.
#.24 씬. 회사 복도. (아침)
게시판, 경영 관리부 부장 승진. 변희섭.
영재, 대식, 직원들 멍하니 보고 있는.
영재 :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대식 : 계속 찍히기만 하셔서 혹시나 했더니 이게 웬일이래요?
희섭, 윤희 걸어오는.
대식 : 부장님?
희섭 : (멍하니 보는)
대식 : 승진 하셨어요.
희섭 : 내가?
대식 : 네. 대규모 인사이동 있을 거라고 소문만 파다했지. 세 명만 승진 발령인데요.
윤희 : 어머, 어머. (게시판 보고)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영재 : (마지못해, 희섭에게) 축하드립니다.
희섭 :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고, 고마워.
윤희 : 제가 뭐라고 그랬어요? 팀장님이 과장님 능력 눈여겨보고 계신다고 했죠?
희섭 : (머쓱하게 웃는) 이거 능력도 없는 사람이 자리만 차지하는 거 아닌지.
영재 : (걸어가면)
대식 : (희섭에게) 물 먹은 거 같은 모양이예요.
내심 과장님 재치고 올라가는 게 아닌가 기대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희섭 :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 기대 할만하지 뭐.
#.25 씬. 고사장 사무실. (낮)
고사장, 준석 앉아있는.
준석 : 다른 두 사람은 몰라도 변희섭 과장은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고사장 : 그동안 회사에 크게 손해 끼친 일 없이 자기 일 성실하게 해온 사람이네.
준석 : 회사에 손해 끼친 적 없는 게 능력인가요?
고사장 : 이미 결정 나서 공고까지 된 사항이네.
준석 : 재고 해주십쇼. 제 의견도 묻지 않으시고 이렇게 전격적으로 발령을 내시는 건.
고사장 : 결정권자는 날세.
준석 : 제가 데리고 일 할 사람입니다.
고사장 : 마음에 안 들어도 이번 일은 그냥 받아들이게.
준석 : 그럴 수 없습니다.
고사장 : 어머님께서 특별히 챙기시는 사람일세.
준석 : 어머님이 회사 인사 문제에까지 개입하시나요? 언제부터요?
고사장 : 아버님이 쓰러져 계신 상황일세. 특별한 시기 아닌가?
준석 : 어머님이 회사 내부 문제에까지 개입 하시는 건 용납 할 수 없습니다.
(일어서는) 나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는)
고사장 : (미소를 짓는)
#.26 씬. 윤희 집 마당. (낮)
윤희, 들어오는.
선우, 보경, 덕길 평상에 앉아 야채 다듬고 있는.
보경 : 오늘 일찍 퇴근한다고 하더니 윤희씨 혼자 와?
윤희 : 과장님이, 아니 부장님이 전화 안하셨어요?
보경 : 누가? 웬 부장님이 전화를 해?
윤희 : 오늘 과장님 부장님으로 승진 하셨잖아요?
보경 : 뭐? 우리 그이가?
선우 : 우리 동네 날마다 경사네.
보경 : 진짜야? 진짜야?
윤희 : 그렇다니까요.
하니 : 우리 그이는요?
윤희 : 네?
하니 : 과장님이 승진 하셨으면 우리 그이도 당연히 승진 하는 거잖아요?
윤희 : 그건 아닌데.
하니 : 우리 그인 승진 못했단 말이예요?
윤희 : 발표 없었는데.
보경 : (일어서며) 이 인 그런 일이 있으면 당연히 집에부터 알렸어야지. 하여간 멋대가리 없긴. (집으로 가는)
하니 : 뭐가 어떻게 잘못 된 거야. (일어나서 집으로 가는)
선우 : 다 손 놓고 가면 어째?
#.27 씬. 희섭의 집 거실. (밤)
희섭, 술이 거나해져서 기분 좋게 들어오는.
보경 : (부축하면서) 얼마나 마신 거야?
희섭 : 기분 좋아서 좀 마셨지 뭐.
보경 : 월급은 얼마나 오르는 거야?
희섭 : (보는)
보경 : 보직 수당 따로 나오는 거지? 그럼 선이 교수님한테 레슨 받을 수 있겠다, 그지?
#.28 씬. 준석의 집 거실. (밤)
준석, 한여사 앉아있는. 앞에 찻잔 놓여있고.
한여사 : 네 불만 이해는 한다만 이미 결정 된 일이다.
준석 : 회사 일에까지 간섭하시는 건.
한여사 : 간섭이라니? 어디서 감히 간섭 운운하는 말이 나와?
준석 : 어머니?
한여사 : 우리 회사, 네 아버지가 키워놨다고는 하지만, 네 외할아버님께서 세우신 회사다.
네 아버지 다음으로 내가 최대 주주고.
준석 : 그렇다고 해도 인사이동에까지 개입하시는 건.....
한여사 : 할만하니까 한 거야.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니까 왈가왈부 하지 마라.
준석 : 도대체 전 뭡니까?
한여사 : 뭐라니?
준석 : 여전히 허수아비로 만드실 거였으면 뭐 하러 불러들이셨어요?
한여사 : 뭣도 아닌 여자 아이 하나 때문에 허수아비가 되는 길 자초 했던 건 너였어.
준석 : .....
한여사 : 이미 결정 된 인사이동에 불만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마라.
그럼 실권 없는 허수아비라는 거 공표하는 꼴이니까.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는)
#.29 씬. 준석의 방. (밤)
준석, 들어오는. 주먹으로 책상을 쾅하고 내리치는.
#.30 씬. 영재의 집 화장실. (밤)
영재, 변기 붙잡고 토하고 있는. 하니, 얼굴 찡그리며 문 옆에 서있는.
하니 : 괜찮아?
영재 : 보지 말라니까.
하니 : 그러게 기분도 꿀꿀하면서 승진 축하 회식엔 왜 가?
영재 : 사회생활이라는 게 그래.
하니 : 영이엄마 목에 힘들어가서 다니는 꼴 어떻게 봐?
영재 : (왝왝거리고)
하니 : 난 자기가 저 양반 잘릴 날 얼마 안 남았다고 해서 그동안 만만하게 봤는데....
영재 : 문 좀 닫아줘.
하니 : 자기 머리 좋다고 너무 믿은 내가 바보지 뭐. (문 쾅 닫는)
영재 : (서글픈 심정으로 왝왝거리는)
#.31 씬. 회사 전경. (아침)
윤희 : (E) 탁월하신 결정이셨어요.
#.32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윤희 : (준석 앞에 커피 잔 내려놓으며 미소 짓는)
준석 : 뭐가요?
윤희 : 변회섭 부장님 승진 말이죠.
준석 : (날카롭게 보는)
윤희 : 전 그동안 너무 까칠하게 그러셔서 걱정했는데, 속으론 그것도 아니셨나봐요.
농담 잘 하시는 거 보고 겉보기하곤 다르시다는 거 눈치 채고 있긴 했지만....
준석 : 말이 너무 많은 비서 문제 있다는 거 알긴 합니까?
윤희 : 부끄러우시군요?
준석 : .....
윤희 : 그러실 거 없으세요. 사람들 앞에서 면박 주고 그러다 승진 시켜놓으시니까 겸연쩍어서 그러시는 거면....
준석 : 정말 말 많군.
윤희 : 그럼, 조용히 나가있겠습니다. (문 앞에 서서) 그래도 결정은 진짜 잘하신 거예요. (나가는)
준석 : (정말 싫다)
#.33 씬. 동네 길. (낮)
차에서 내리는 강형사, 김형사.
강형사 : 결정적이야, 결정적.
김형사 : 둘이 꽤 친한 거 같았다는 얘기만 듣고 결정적이라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강형사 : 뭔가 구린 게 있으니까 모르는 사이라고 딱 잡아뗐을 거 아냐.
연수연 살해 사건에 키를 쥐고 있는 여자야.
덕길, 동네 길 빗자루로 쓸면서 물도 뿌리고.
덕길 : 워따, 강형사님?
강형사 : (김형사에게만 들리게) 스토커야, 스토커.
김형사 : 네?
덕길 : (뛰어나와서) 자주 오시네요, 저희 동네에.
강형사 : 네, 그렇게 되네요.
덕길 : 오늘도 수사 업무 때문에 오신 거여요?
강형사 : 그럼, 놀러 왔겠습니까?
덕길 : 아, 네.
강형사 : (명희의 집으로 걸어가서, 초인종 누르는)
덕길 : 아침부터 집 비우신 거 같던디.....
보경, 지나가다가.
보경 : 그 집 새댁 친정에 다니러 갔는데.
덕길 : 친정에 다니러 갔다는디요.
강형사 : 저도 귀 있습니다.
보경 : 내일이나 온다고 하는 거 같던데. 무슨 일이신대요?
덕길 : 내일이나 온다고 혔다는디요.
강형사 : (버럭) 저도 들었거든요.
#.34 씬. 경찰서. (낮)
강형사, 김형사 들어오면.
반장 :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다며?
김형사 : 그게요, 꼭 결정적인 건 아니구요.
강형사 : 결정적이라니까.
반장 : (김형사에게) 얘 말이지?
김형사 : 네. 옛날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단명희와 연수연이 꽤 친하게 지낸 거 같다는 말을 했거든요.
반장 : 난 또. 그게 결정적이냐?
강형사 : 친정에 간 것도 좀 그래요.
반장 : 누가 친정에 가? 넌 앞 뒤 없이 꼭 말 그렇게 하드라.
김형사 : 단명희가 친정에 가서 못 만나고 왔거든요.
강형사 : 뭔가 심경에 변화가 생긴 거라니까. 왜 여자들 마음이 그러면 친정부터 달려가잖냐?
반장 : 야, 강형사?
강형사 : 왜?
반장 : 반말 하지 말라니까.
강형사 : 그러는 너는 왜 하는데?
반장 : 너 어디 가서 형사란 말 하지 마라. 전국 형사 명예에 실례하는 짓이다.
강형사 : 감이 있다니까 참 말 많네. 그 여자가 키를 쥐고 있어. 내 직감 못 믿냐?
반장 : 믿게 했냐?
#.35 씬. 수찬의 방. (밤)
수찬 : (핸드폰) 유럽, 유럽 좋지.
덕길 문 여는.
덕길 : 빨래 있으믄 내 놔야.
수찬 : (문 닫으라는 손짓하면서) 자기가 가자면 가야지, 내가 힘 있어.
덕길 : (슬쩍 다가와 서는, 여자 목소리로) 수찬씨 빨래 주서요.
수찬 : (발로 미는)
덕길 : (여자 목소리로) 아잉, 수찬씨 빨래.
수찬 : 여자는? 내가 말 안했던가. 왜 캄보디아에서 봤잖아? 그 고향 형. 그 형이야.
덕길 : (여자) 지가 남자여요? 수찬씨?
수찬 : (발로 걷어차면서) 봐서 알잖아, 주책인 거. 캄보디아 여자한테 사기 당하고 나한테 들러붙었어.
덕길 : (여자) 수찬씨, 누구 얘기여요?
수찬 : 아, 안되겠어, 만나서 자세한 얘기 해줄게. 끊어.
(핸드폰 끊고) 뭐하는 거야? 지금? 누구 사업 쫑 낼일 있어?
덕길 : 전임꺼정 된 놈이, 꼭 그러코롬 살아야 쓰것냐?
수찬 : 남 걱정 말고, 댁 인생이나 좀 관리하세요. 대체 언제까지 나한테 얹혀살 건데.
덕길 : 사는데 까지지 언제까지는.
수찬 : 좀 미안한 마음 그런 건 전혀 없냐?
덕길 : 살림 다 해주잖여?
수찬 : 형 없을 때도 나 잘 먹고 잘 살았거든.
덕길 : 좋게 말하는디, 그쯤 했으믄 원도 한도 없이 제비 노릇 혔응께 이쯤에서 쫑내라.
고니 교육상으루두 거시기 허고.
수찬 : 그렇게 자식 걱정 되면 나가라구. 나가.
덕길 : (보다가) 너가 뭘 알긋냐? (나가려고 하면)
수찬 : 빨래 안 들고 나가?
#.36 씬. 병원 복도. (밤)
윤희, 걸어오면. 의사, 간호사 바쁘게 걸어가는.
#.37 씬. 병실 앞. (밤)
윤희, 걸어가면. 의사, 간호사 유회장 가슴에 제세동기 대고 있는.
그 옆에 준석 당황한 모습으로.
준석 : 아버지? 아버지?
의사 : 나가 계세요.
준석 : 아버지?
간호사 : 나가 계세요.
준석 : 저한테 미안하다는 말씀 못하셨잖아요? 아버지?
의사 : (간호사에게 턱 짓)
간호사 : 이러시면 안돼요. (준석 붙잡고 나가려고 하면)
준석 : 말하겠다고 하셨잖아요? 아버지?
윤희 : (준석을 잡는) 팀장님?
준석 : (멍하니 윤희를 보는)
#.38 씬. 병실 밖. (밤)
준석, 초조하게 서성이는. 윤희 병실을 들여다보고 있는.
의사, 간호사 분주하게 소생술 하고 있는.
준석 : (입술을 깨물며 안절부절 못하는)
윤희 : 잘못 되는 건 아닐 거예요. 아닐 거예요.
의사, 나오는.
준석 : (다가서는) 어떠신 겁니까?
의사 : 저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습니다. 중환자실로 옮기고 지켜보죠. 오늘 밤이 고빈 거 같습니다.
준석 : ......
윤희 : ......
#.39 씬. 중환자실 앞. (밤)
준석, 멍하니 중환자실 앞에 서있는.
윤희, 커피 두 컵 들고 걸어오는.
윤희 : 좀 앉으세요.
준석 : .....
윤희 : 무사히 넘기실 거예요. 꼭 그러실 거예요.
준석 : .....
윤희 : (커피 내미는) 밤 새셔야 하잖아요?
준석 : (커피 받는) 들어가요.
윤희 : (앉고, 커피 마시는)
준석 : .....(보다가 옆에 가서 앉는. 커피를 마시는) 나....우리 아버지 안 좋아해요.
윤희 : (보는)
준석 : 어렸을 땐.....무섭다는 생각 밖에 안했어요. 늘 엄하기만 하셨죠.
윤희 : 회사에서도 그러세요. 하지만 전 알아요. 우리 회장님, 무서운 분 아니시라는 거.
자네같은 친구는 정말 처음 보겠네, 하시면서 소리내 웃으실 땐.....꼭 친할아버지 같으셨어요.
준석 : (미소 짓는) 자주 볼 수 있는 타입은 아니죠, 정윤희씨.
윤희 : 칭찬이예요? 욕이예요?
준석 : 알아서 해석해요.
윤희 : 회장님하고 팀장님, 많이 닮으신 거 아세요?
준석 : .....
윤희 : 웃으실 때. 정말 많이 닮으신 거? 사모님이 그런 말씀 안하세요?
아버지하고 아들이 어쩜 그렇게 빼다 박았냐구?
준석 : 모르실 겁니다. 아버지나 나나 집에서 웃어본 적이 없으니까.
윤희 : .....
#.40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덕길, 선우 연속극 보면서 웃고 있는.
미희, 계단으로 내려오는.
미희 : 엄마, 뭐 먹을 거 없어요? 출출한데. 아직도 안가셨어요?
덕길 : 아, 야.
선우 : 연속극은 같이 봐야 맛이잖냐, 내가 보고 가라고 잡았다.
미희 : 두 분 너무 붙어계신다는 생각 안 드세요?
덕길 : 야?
선우 : 저, 저.
미희 : 엄마, 부추 있어요?
선우 : 부추전 먹게?
미희 : 먹고 싶네.
덕길 : (일어서며) 부추 다듬어 논 것이 있는디.
선우 : 아, 왜 일어서? 이거 끝나면 해줄게.
덕길 : 아니여라. 지가 하죠 뭐.
선우 : 보던 거 마저 봐.
덕길 : 귀로 들으면 되지라.
미희 : 하시겠다니 하세요 그럼. 부추 좀 많이 넣구요.
덕길 : 야. (부엌으로 들어가서 자기 집인냥 냉장고에서 부추 꺼내고.
밀가루 찾아내고. 계란 꺼내고, 손도 빠르다)
미희 : 자기 집이네, 자기 집이야.
예슬 방에서 나오는.
예슬 : 할머니 옥수수 쪄먹어요.
선우 : 그래.
덕길 : 옥수수도 쪄야 쓰것네. (옥수수 꺼내고)
예슬 : 아저씬 집에 안가세요?
덕길 : 응. 연속극 보고. 근디 윤희씨는 늦나봐요.
선우 : 그 인간이야 또 어디서 술 푸고 있겠지.
덕길 : 너무 늦게 댕기믄 저번처럼 못된 놈들한테 봉변 당하실지도 모르는디.
윤희씨가 워낙 이뻐서 마음이 안 놓이시것어요?
선우 : 누가? 그 물건이?
덕길 : 지가 본 여자 중엔 그만한 인물이 없당께요.
선우 : 나 닮아서 생긴 건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지 뭐.
덕길 : 그러지라.
선우 : 하는 짓만 좀 멀쩡하게 굴면 그냥 저냥 쓸만은 한데.
덕길 : 핸드폰이라도 좀 해보쑈. 너무 늦어불믄 저라도 정류장에 마중을 나가서.....
선우 : 아이고, 그럴 거 없어. 저번 같은 일은 그 물건 평생에 딱 한번 일텐데 뭐.
미희 : 뭐야, 저 촌놈이 엄마한테 관심 있는 게 아니었던 거야?
#.41 씬. 동네 어귀. (밤)
덕길, 서성이고 있는.
덕길 : 싸게싸게 좀 댕기시지.
수찬 차 와서 멈추는.
덕길 : 너는 어느 틈에 기어 나갔다 들어오냐?
수찬 : 왜 안자고 나와 있어?
덕길 : 또 제비 짓 하러 갔다 오는겨?
수찬 : 군식구 먹여 살리려면 별 수 있어?
덕길 : 핑계가 좋다.
수찬 : 안 들어가?
덕길 : 워쩌꼬롬 이래 늦는디야.
수찬 : 누가? 고니 아직 안 들어왔어?
덕길 : 고니가 열쳤어야? 이 오밤중까지 싸댕기게?
수찬 : 그럼 누구? 아. 참 정성이다.
덕길 : 젊고 이쁜 아가씨가 요러코롬 늦게 댕기면 못 쓰는디.
수찬 : 정윤희 경사 났네. 젊고 이쁘다고 눈이 빠지게 기다려주는 사람도 있고.
덕길 : 너가 몰라서 글지, 그만한 인물도 없을 뿐더러. 그러코롬 착한 아가씨도 없는겨.
수찬 : 그래서 사람을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냐.
덕길 : 너 언제 또 맞았다냐?
#.42 씬. 중환자실 앞. (새벽)
윤희, 졸고 있는. 준석 앉아있는.
나오는 의사.
준석 : (일어나고)
윤희 : (놀라서 일어나는)
의사 : 바이탈 사인은 안정 되셨습니다. 고비는 넘긴 거 같습니다.
준석 : 애쓰셨습니다.
의사 : 다시 병실로 옮기게 될 겁니다. (걸어가는)
윤희 : 것 보세요. 제가 뭐랬어요? (그러면서 하품 하는)
준석 : 들어가요.
윤희 : 네.
준석 : (앉는)
윤희 : 좀 쉬셔야 하잖아요? 오늘 일정은 취소하는 걸로.....
준석 : 출근 할 겁니다.
윤희 : 괜찮으시겠어요?
준석 : 정윤희씨는 오늘 출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43 씬. 동네 길. (아침)
수찬, 조깅하고 있으면, 윤희 걸어오면서 하품 하는.
수찬 : 입이 찢어지네.
윤희 : (노려보고)
수찬 : 외박하셨나,봅니다.
윤희 : 일부러 하는 거죠?
수찬 : (보고)
윤희 : 동네 아줌마들 보라고 일부러 훌러덩 벗고 뛰어다니는 거 맞죠?
수찬 : 뭐 나오라구요?
윤희 : 아줌마들이 반찬도 해다 주고, 세탁물도 찾아다 주고, 뭐 빤히 보이는구만.
수찬 : 이거 건강관리 차원에서 하는 거거든요.
윤희 : 하긴 몸도 만들어야겠지. (걸어가면 궁시렁거리는 투로) 저렇게 몸 만들어서 열심히 봉사하면
한달에 얼마나 버는지 몰라. 교수 월급보다는 많겠지.
하기야 그러니까 외제차도 타고 다니고 그러겠지.
저런 걸 전문 용어로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한다는데.
수찬 : (저걸 그냥 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아.
윤희 : (돌아보고) 하체가 부실하신가봐요? 힘 좀 더 키우셔야겠다. 돈 많.이. 버. 시려면.
#.44 씬. 수찬의 집 거실. (아침)
수찬, 무릎에 밴드 붙이고 있으면.
덕길 : (상 차리면서) 너는 운동하러 나간다고 허드니 워째 무르팍은 까고 들어온겨?
수찬 : 그건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뜰거야. 지지배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못하는 소리도 없고.
밖에서 자고 들어오면서 입이 찢어져라 하품이나 해대고.
누가 데려 갈 건지 참 걱정 된다.
덕길 : 뭐시여? 윤희씨, 외박하고 들어온 겨? 워디서? 왜? 뭣허다가?
#.45 씬. 윤희의 집 부엌. (아침)
선우, 윤희, 미희, 예슬이 앉아있는.
각자 앞에 볶은밥 놓여 있고.
윤희 : 입 깔깔한데 콩나물 국 같은 것 좀 끓여주지.
선우 : 외박하고 들어온 딸년 장하다고 콩나물국까지 끓여 바쳐?
윤희 : 그냥 밥 없어?
선우 : 예슬이가 볶은 밥 먹고 싶다고 해서 다 볶았어.
예슬 : 맛있어요, 할머니.
선우 : 그려, 그려 많이 먹어.
미희 : 너 좋겠드라.
윤희 : 뭐가?
미희 : 양씨가 아무래도 너한테 흑심을 품은 거 같던데.
선우 : 뭐? 양씨가?
미희 : 낌새가 그래요. 자꾸 쟤 늦는다고 걱정하는 거 하며.
선우 : 낌새를 그렇게 잘 봐서 언제는 새아버지 감 어쩌고 했냐?
미희 : 이번엔 그게 아니라니까.
선우 : 양씨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 아니야. 사람을 보면 모르겠냐,
사람이 순박하니까 남의 집 일도 자기집 일처럼 걱정하고 그러는 거지.
미희 : 엄만, 나중에 양씨가 따님 주세요, 하면 어쩌려구.
선우 : 아, 그 쓰잘데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내가 딴 건 몰라도 사람 보는 눈 하난 타고난 사람이야.
#.46 씬. 동네 길. (아침)
서성이고 있는 덕길. 윤희 뛰어오는.
덕길 : 지금 출근하셔요?
윤희 : 아, 네.
덕길 : 저그, 윤희씨?
윤희 : 네?
덕길 : 다른 것은 몰라도 잠은 집에서 자야 허는 거거든요.
윤희 : 아, 네. (뛰어가는)
덕길 : 알아 들었겄지.
#.47 씬. 비서실. (아침)
윤희, 미나 책상 정리하고 있는.
걸어오는 준석.
윤희, 미나 인사하고.
준석 : (윤희를 보고)
윤희 : 좋은 아침입니다, 팀장님.
준석 : ......(들어가는)
#.48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준석, 앞에 커피잔 내려놓는 윤희.
준석 :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 텐데요.
윤희 : 하루쯤 밤샜다고 출근 못할 만큼 연약한 타입이 아니거든요, 제가.
준석 : 오늘 스케줄 바뀐 거 없습니까?
윤희 : 아직까지는 변동 사항 없습니다.
준석 : (커피 마시면서 서류 넘기는)
윤희 : (나가려고 하면)
준석 : 오늘 커피 맛있네요.
윤희 : (어라 저 인간이 웬일이지, 웃으며 나가는)
#.49 씬. 비서실. (낮)
준석, 나오면, 윤희 졸고 있는.
준석 : (물끄러미 보다가 걸어가는. 미나 걸어오다가 보는)
미나 : (앉으면서 툭 치는)
윤희 : (벌떡 일어나며) 네, 팀장님.
미나 : 팀장님, 나가셨어요.
윤희 : 언제?
미나 : 금방요. 왜 그래요? 하루 종일 졸고? 찍히려고 작정 했어요?
팀장님 조는 거 보고 표정 안 좋으시던데.
윤희 : .....
#.50 씬. 대식의 집 앞. (낮)
강형사, 하품하고 앉아있는.
덕길, 얼음물 들고 걸어오는.
덕길 : 이것 좀 자시고.
강형사 : 저한테 신경 쓰지 마시고, 일 보시라니까요.
덕길 : 볼 일이 없는디요.
강형사 : .....
덕길 : 뭐 중요한 일이신가봐요? 댓바람부터 와서 기다리시는 것을 보니.
강형사 : 네, 중요한 일입니다.
덕길 : 시원허게 좀 드시면서 기다리시쑈.
강형사 : 저 찬 거 안 좋아합니다.
미희 걸어오는.
덕길 : 퇴근이 빠르시네요?
미희 : 네.
강형사 : (멍한 눈으로 미희를 바라보며 일어서는)
강형사 : 누. 누구신지?
덕길 : 야? 이 동네 사시는 분이신디.
강형사 : 진짜 미인이시네요.
덕길 : 동생분이 더 미인이시죠.
강형사 : 남편분이 좋으시겠네요. 저렇게 미인분을 와이프로 모시고 살면.
덕길 : 혼자 사시는디....
강형사 : (얼른 얼음물 나꿔채 마시는)
덕길 : 찬 거 안 좋아하신담서?
강형사 : 사별이신가? 이혼이신가?
덕길 : 네?
#.51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사인해서 혜미에게 건네는.
혜미 : 저녁에 약속 있으세요?
준석 : (보면)
혜미 : 회장님 병원에 좀 들렸으면 해서요.
준석 : .....
혜미 : 그게 예읜 거 같아서요.
준석 : 의식이 없으십니다.
혜미 : 그건 알지만.
준석 : 어제 상태가 안 좋으셔서 안정을 취하고 계십니다.
혜미 : 네. 그럼 다음에 가야겠네요.
#.52 씬. 비서실. (낮)
윤희, 전화 중.
혜미 준석 사무실에서 나오는.
윤희 : 네? 병실로 다시 옮기셨어요? 상태는요? 아, 네, 다행이네요.
어제 너무 안 좋으신 거 보고 와서 어떠신가 하고요.
네. 네. 제가 갈 때 맛있는 간식 꼭 사갈게요. 우리 회장님 잘 좀 부탁드려요.
혜미 : (서늘해지는)
#.53 씬. 커피숍. (낮)
수찬, 난감한 표정으로 미스김 앞에 앉아있는.
미스김 : 꼭 같이 내려와야 한다고 하세요.
수찬 : 나 다음주에 여행 가는데.
미스김 : 어디로요?
수찬 : 응? 좀 멀어. 한참 걸릴텐데.
미스김 : 그런 말 없었잖아요?
수찬 : 갑자기 그렇게 됐어.
미스김 : 그럼 어떡해요? 우리 아버지 회갑은?
수찬 : 그러게 어쩌나. 내가 갔으면 좋겠는데, 사정이 그러니.
(핸드폰 울리고 번호 확인하고) 어, 어쩌지? 학장님이 찾으시나본데. (얼른 일어서서)
#.54 씬. 커피숍 앞. (낮)
수찬. 차에 올라타면서 핸드폰 받는.
수찬 : 미안해요, 혜미씨? 늦게 받아서....
미스김, 커피숍에서 나와 차 문 잡으면.
수찬 : 잠깐만요, 내가 다시 걸게요. (끊고) 어쩌지? 학장님 호출이야.
미스김 : 가다가 내려줘요.
수찬 : 댁으로 오라시는데, 방향이 다르네. 학장님 성격 알잖아?
미스김이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차 출발 시키는.
수찬 : 쟨 너무 눈치가 없드라. (핸드폰 블루투스 기능으로 전화 거는)
미안해요, 혜미씨. 학장님하고 면담이 있어서.....
#.55 씬. 남산 식물원. (낮)
혜미, 서있으면, 수찬 다가오는.
수찬 : 제가 괜찮은 장소를 소개한 모양이죠.
혜미 : (보고, 미소 짓는) 중요한 면담 방해 한 거 아니예요?
수찬 : 대통령하고 만나고 있더라도 혜미씨가 부르면 와야죠.
혜미 : 늘 그래요?
수찬 : 네?
혜미 : 모든 여자들한테?
수찬 : (웃는) 대충은요.
혜미 : 근데, 듣기 나쁘지 않아요.
수찬 : 그게 제 여성관리 비법이거든요.
혜미 : 몇 명이나 관리하는데요?
수찬 : 농구부보단 많고, 축구부보단 좀 적고.
혜미 : 머리 아프겠어요? 가끔 헷갈리고 그러진 않아요?
수찬 : 가끔은요.
혜미 : 다른 여자 이름으로 부르고 그런 적은 없어요?
수찬 : 그래서 무조건 자기라고 불러요.
혜미 : (웃는)
수찬 : 진짜 마음에 있는 여자한테는 꼭 이름을 부르죠. 뭐 더 궁금한 거 없어요? 혜미씨?
#.56 씬. 동네 길. (낮)
명희, 걸어오면, 덕길, 마당에서 고니 등목 시키고 있는.
덕길 : 지금 오서요?
명희 : 아, 네.
덕길 : 강형사님이 계속 기다리셨는디.
명희 : (굳어지고)
덕길 : 짜장면 한그릇 먹고 오겠다고 하고 가셨어라. 좀 있으믄 다시 오실 거여요.
명희 : ......
#.57 씬. 대식의 집 거실. (낮)
명희, 들어와서 초조한 표정으로. 냉장고 앞으로 가서 물을 꺼내 병째 마시는.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지는 물병. 산산조각이 나는 물병.
#.58 씬. 수찬의 집 앞. (낮)
강형사, 걸어오는.
덕길 : 오셨는디요.
강형사 : 아, 그래요? (얼른 명희의 집 앞으로 걸어가 초인종 누르는)
아무 소리 없고.
강형사 : 집으로 들어갔어요?
덕길 : 야, 지가 봤어라.
씬.58-1. 명희의 집 앞. (낮)
강형사, 명희의 집 현관문 흔드는.
강형사 : 계십니까? (문 삐쭉 열리고) 계세요?
#.59 씬. 명희의 집 거실. (낮)
강형사, 약간 망설이면서 들어서는.
강형사 : 계세요? 계신가요? 저 저번에 왔던 그 형산데요.
냉장고 밑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명희.
강형사 : (놀라서) 단명희씨? (다가가 붙잡는) 단명희씨? 단명희씨?
#.60 씬. 동네 길. (낮)
엠블란스 달려오고.
#.61 씬. 명희의 집 앞. (낮)
명희, 구급요원들에게 들것에 실려 나오는.
그 옆에 강형사.
마당에 몰려서있는 보경, 선우, 덕길, 하니.
선우 : 아니, 아니, 새댁 왜 이래? 왜 이래?
강형사 : 비키세요. 비키세요.
덕길 : 들어가실 때만 해도 멀쩡 했었는데....
보경 : 아직 산달 멀었잖아요?
선우 : 그러게 말이야. 이게 무슨 일이래?
강형사 : 보호자 분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구급요원들과 같이 뛰어가는)
#.62 씬. 응급실. (낮)
명희, 카트에 실려 들어가는.
의료진과 같이 뛰고 있는 강형사.
#.63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희섭, 영재, 대식 회의중이다.
준석 : 가족 휴양지라는 이미지 부각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희섭 : 네, 그래서....
대식의 핸드폰 울리는.
대식 : (깜짝 놀라서, 준석 눈치 보며, 밧데리 빼버리는)
희섭 : 그래서 홍보 전략으로..... (울리는 핸드폰. 놀라고, 밧데리 빼버리는)
영재의 핸드폰 울리는.
준석 : (인상 구겨지는)
영재 : 회의 들어오기 전에 꺼놓는다는 게.....
#.64 씬. 명희의 집 마당. (낮)
선우, 보경, 하니, 덕길 서있는.
하니 : 사우나라도 간 거야 뭐야.
보경 : 신호는 가는데.
선우 : 이리 줘봐. (전화기 뺏어들고)
#.65 씬. 비서실. (낮)
윤희 : (수화기 들고) 네. 비서실입니다. 엄마? 뭐? 정말? 왜?
#.66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준석, 희섭, 영재, 대식 회의 하고 있는.
희섭 : 홍보실에서 검토한 바로는.....
문 벌컥 여는 윤희.
준석 : 뭡니까?
윤희 : 죄, 죄송합니다. 김대리님?
대식 : 저요?
#.67 씬. 응급실 앞. (낮)
대식 뛰어오는. 강형사 서성이고 있는.
대식 : (간호사 붙잡고) 단명희, 단명희 보호잔데요.
강형사 : 단명희씨 보호자세요?
대식 : (보는)
강형사 : 지금 수술 들어갔는데.
대식 : 수술이요?
강형사 : 출산해야 한다고......
대식 : 아직 낳을 때 안됐는데......
#.68 씬. 병원 전경. (밤)
#.69 씬. 수술실. (밤)
대식, 멍하니 명희를 내려다보고 있는.
대식 : (힘없이 주저앉는)
#.70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선우, 미희, 덕길, 윤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선우 : 별 일은 없겠지.
윤희 : (수화기 내려놓으며) 전원이 꺼져있어.
선우 : 아이고, 궁금해 죽겠는데, 어디로 연락을 해본다니.
덕길 : (퍼뜩 생각이 나는 수화기 들고)
#.71 씬. 경찰서. (밤)
반장 : (들어오는) 얜 아직도 탐문 중인 거냐?
김형사 : 네.
반장 : 탐문 한번 나가면 꿩 궈먹은 소식이지.
울리는 전화벨.
김형사 : 네. 맞는데요. 강역개 형사 자리에 없습니다. 네? 누구요? 아, 그 캄보디아?
#.72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덕길, 전화중. 선우, 미희, 윤희, 그 옆에.
덕길 : 강역개 형사님 핸드폰이여라? 지 양덕길인디요.
아까 병원으로 가신 단명희씨가 워쩠게 됐나 궁금혀서요.
#.73 씬. 병원 복도. (밤)
멍하니 앉아있는 대식. 그 모습 보면서 전화중인 강형사.
강형사 : 조금 전에 과다 출혈로 운명하셨습니다.
#.74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덕길. 힘없이 수화기 내려놓는.
선우 : 지, 지금 새댁이 잘못 됐다고 하는 거야?
덕길 : 조금 전에 돌아가셨다고......
선우 : 아니, 세상에 무슨 그런 일이 다 있어.
윤희 : (울먹이며) 말도 안돼.
미희 : 애기는요?
덕길 : 야?
미희 : 애기도 잘못 된거냐구요?
덕길 : 그것은 안 물어봤는디.
#.75 씬. 신생아실. (밤)
대식, 간호사가 보여주는 아기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f.o
#.76 씬. 경찰서. (낮)
김형사, 들어오는.
김형사 : 영장 나왔는데요.
강형사 : ......
김형사 : 영장 나왔다구요.
반장 : 영장 나왔다잖냐?
강형사 : 금방 마누라 떠나보낸 사람한테......사람이 할 짓이 아니네.
반장 : 그래도 유일한 단서 아니냐?
강형사 : ......
#.77 씬. 신생아실 앞. (낮)
대식, 아기를 보고 있는.
멀리서 그 모습 보고 있는 강형사, 김형사.
강형사 : 난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
김형사 : 그냥 단서잖아요. 상황 설명하고 협조 부탁하면.....
강형사 : 만약에.....만약에.....범인이면 어쩌냐?
#.78 씬. 병원 복도. (낮)
대식, 강형사, 김형사 서있는.
대식 : 무슨 말씀이신지?
강형사 : 그러니까....무슨 혐의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연수연이라는 여자 살인 사건에 뭔가 단명희씨가 알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대식 : 살인 사건에 대해 우리 집 사람이 뭘 압니까?
강형사 : 그러니까 그게 살해된 사람과 단명희씨가 친하게 지냈다는 증언도 있고 해서.....
대식 : 그래서요?
강형사 : 살해된 여자 소지품에서 단명희씨의 핸드폰 번호가 나오기도 했고....
대식 : (버럭) 그래서요?
#.79 씬. 명희의 집 방. (낮)
강형사, 김형사 컴퓨터 앞에 서있는.
김형사 : 즐겨 찾기가 딱 두개 있네.
강형사 : 그게 뭔데?
김형사 : 그런 거 있어요. (클릭하면)
김형사 : 이건 대학홈페이지 같은데.. 모굔가?
강형사 : 다른 건?
김형사 : 본인 블로그 같은데... (이것저것 클릭해보는) 어, 여긴 비밀 번호가 걸려있네.
강형사 : 열어봐.
김형사 : 비밀 번호 걸려있다니까요.
강형사 : 너 컴퓨터 교육 받았잖아?
김형사 : 컴퓨터 교육 받으면 다 해커 돼요? 단명희 핸드폰 번호 뭐죠?
강형사 : (수첩 꺼내는)
김형사 : (번호 보면서 누르는) 이건 아니네. 주민 번호요?
강형사 : 주민 번호? 그게.....(수첩 뒤적이는) 여기 있다.
김형사 : 뒷자리가......(하면서 누르는데. 화면 열리는) 어, 됐다.
강형사 : 이게 뭐냐?
화면 가득 수찬의 웃는 얼굴이 뜨는. 슬라이드로 넘어가는 사진들.
#.80 씬. 모텔 앞. (낮)
수찬, 영주 걸어나와 차에 타는.
수찬 : 남편한텐 뭐라고 했어?
영주 : 대학 동기 여행.
수찬 : (웃고) 무심한 거야? 아님 바보야? 의심 안 해?
영주 : 일 외엔 아무 것도 관심 없다고 했잖아.
수찬 : 하여간 우리나라 남편들 문제야. 너무 무신경해, 너무.
영주 : 지금 우리 남편 걱정하는 거야?
수찬 : 고양이 쥐 생각 하는 거지?
영주 : (쿡 찌르며 웃는)
#.81 씬. 동네 길. (낮)
강형사, 김형사 나오는.
강형사 : 그럼 그거 들고 가서 출력 하면 사진 나오는 거지?
김형사 : 아, 그렇다니까요.
강형사 : 내연 관계였나?
김형사 : 모르죠.
강형사 : 사진 하나 달랑 들고 그놈이 어떤 놈인지 어떻게 찾냐?
차에 올라타는데.
수찬의 차 옆에 와서 서는.
강형사와 김형사가 탄 차 떠나고.
차에서 내리는 수찬.
#.82 씬. 병원 스테이션 앞. (낮)
윤희, 간호사들에게 스타킹 선물하고 있는.
간호사 : 이러지 않으셔도 된다니까요.
윤희 : 제 마음이라니까요.
준석, 걸어오다 그 모습 보는.
윤희 : 고탄력이예요.
#.83 씬. 병원 야외 장소. (낮)
준석, 윤희 앉아있는.
준석 : 토요일 오후에 갈 데도 없어요?
윤희 : 스케줄이 있을 때도 있긴 한데요. 대부분은 없어요.
준석 : 우리 아버지가 정말 그렇게 잘해줬어요?
윤희 : 왜요?
준석 : 지극정성인 거 같아서요.
윤희 : 말씀 드렸던 거 같은데. 절 비서로 전격적으로 발탁해주시고....
준석 : 그게 정말 그렇게 고마워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찾아오는 거 보면....
윤희 : 보면요?
준석 : 뭐 다른 게 있지 않나 싶어서.
윤희 : 다른 거 뭐요?
준석 : 정윤희씨를 여자로.....
윤희 : (벌떡 일어나는)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건데요?
준석 : 농담이예요. 우리 아버지 여자 보는 눈 높으세요.
윤희 : 점 점.....
준석 : 자식인 나도 정 안가는 분인데 남인 정윤희씨가 이러는 게 좀 이상하다 싶어서 그래요.
윤희 : (앉고) 아무도 안 찾아오니까요.
준석 : .....
윤희 : 사모님도.....회사 분들도.....쓰러지시고 나서 잠시 드나드시곤 그만이드라구요.
세상 인심 참 그래요.
준석 : (보는)
윤희 : 아니라니까요. 회장님하고 저 그렇고 그런 지저분한 관계 절대 아니라구요.
#.84 씬. 윤희의 집 마당. (낮)
미희 : (버럭) 유럽이요?
평상에 앉아 빨래 개고 있던 덕길, 선우 놀라는.
선우 : 아이고 깜짝이야.
미희 : 유럽에 간다구요? 백교수님이요?
덕길 : 아, 네. 그란디.
미희 : 캄보디아 갔다 온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간대요?
덕길 : 무슨 세미나라고는 하던디.
미희 : 무슨 놈의 세미나가 그렇게 자주 있냐구요?
덕길 : 그것은 제가 모르지라.
선우 : 왜? 백교수 세미나 가면 안 되냐?
#.85 씬. 미희의 방. (낮)
미희 들어와서 화장대 앞에 앉는.
서랍 열어 서류 봉투 꺼내고.
미희 : (수찬과 영주, 캄보디아에서 다정했던 모습 찍은 사진을 꺼내는) 계속 그러겠다 그거지.
#.86 씬. 레스토랑. (낮)
준석, 윤희 식사하고 있는.
윤희 :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아요.
준석 : (식사만 하는)
윤희 : (와인 마시고) 이 와인도 달짝지근한 게 너무 맛있어요. 안 드세요?
준석 : 안마십니다.
윤희 : 술 원래 안 드세요?
준석 : (식사만)
윤희 : 술도 못 드시고, 무슨 재미로 사세요?
준석 : 술을 잘 먹어야 사는 재미가 있습니까?
윤희 : 저는요, 인생에서 술이 빠지면 꽝이다 싶은 사람이거든요.
제가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았는데요. 술 담가서 파는 집이 있었거든요.
친구 집이었는데, 제가 놀러갔다가 술독에 빠졌다는 거 아니예요.
술독에 빠졌다는 말 있죠? 그게 바로 저라니까요.
준석 : (피식 웃고) 경험의 폭도 참 다양하네요. 그때 생긴 흉터는 없어요?
윤희 : 흉터는 없는데. 그래서 그런지 제가요 세상에 안받는 술이 없고, 또 취하는 법도 없어요.
#.87 씬. 레스토랑 앞. (밤)
윤희, 해롱거리며 준석 부축 받으며 걸어나오는.
준석 : 취하는 법도 없다면서요?
윤희 : 어머, 저 취한 거 같으신가보다? 아니예요. 저 멀쩡해요. (두 팔 벌리고 서려고 하지만 휘청하고)
준석 : (부축하고)
윤희 : 팀장님? 우리 딱 한잔만 더 해요? 네?
준석 : 와인을 세 병이나 마시고 무슨 술을 또 해요?
윤희 : 와인이 뭐 술인가요? 우리 소주 딱 한 병만.....
#.88 씬. 길. (밤)
운전하는 준석, 그 옆에 윤희 기대 앉아있는.
윤희 : 좌회전이요, 좌회전.
준석 : 됐으니까 그냥 조용히 좀 있어요.
윤희 : 좌회전인데.
준석 : 나 또 세 시간 헤매기 싫으니까 조용히 있어요.
윤희 : 헷갈리실텐데.
준석 : 한번 가본 길은 헷갈리지 않아요.
윤희 : 제가요. 우리 동네 가서 치킨 사드릴게요. 진짜 치킨 맛있게 하는 가게가 우리 동네 있거든요.
준석 : 설마 배고픈 건 아니죠?
윤희 : 저녁 먹은지 한참 됐잖아요?
준석 : 스테이크 하나 더 시켜 먹었잖아요? 입에서 살살 녹는다면서?
윤희 : 제가요? 언제요?
준석 : 그냥 좀 자주면 고맙겠는데....
#.89 씬. 동네 길. (밤)
준석의 차 안.
윤희, 침 코까지 골면서 잠들어 있는.
준석 : (보는)
윤희 : 여기 소주 한 병 더요.
준석 : (웃는)
윤희 : (눈 번쩍 뜨면서) 소주 한병.....(멍하니 여기가 어딘가 싶고)
준석 : 다 잤어요?
윤희 : 제가 왜 여기?
준석 : 집 동네예요.
윤희 : (두리번거리고) 제가 잠들었었나 봐요. 좀 깨우시지 않구요.
준석 : 흔들어 깨우다가 귀찮다고 주먹질까지 해서 포기했어요.
윤희 : 제가요?
준석 : 그럼, 누구겠어요?
윤희 : 저 원래 술 잘 안취하는데.....
준석 : 술 취하면 어떨지 진짜 궁금하네요.
윤희 : 그런 거 절대 못 보세요. 저 술 안취한다니까요.
준석 : 나 집에 가야 하는데, 주정 아직 남았습니까?
윤희 : 진짜 안취하는데.....(내리는)
준석 : 조심해서 들어가요.
윤희 : 저 멀쩡하다니까요. (꾸벅 인사하고) 안녕히 가세요.
준석 : (차 출발 시키고. 룸밀러로 보면. 윤희, 욱하고 주저앉아 토하는) 특이해, 특이해.
#.90 씬. 경찰서. (밤)
강형사,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클릭하고 있는.
김형사, 뒤에서.
김형사 : 안 들어가요?
강형사 : 누가 반겨준다고 꼬박꼬박 들어가냐?
김형사 : 아,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 알아요? (나가는)
강형사 : 이 대학 홈페이지가 왜 즐겨 찾기냔 말이야. 왜....
(무료한 표정으로 클릭하고 있는데, 명함판 사진으로 수찬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어, 하고 의자 당겨 앉는. 다시 클릭하면. 원예학과 교수, 백수찬 뜨는)
#.91 씬. 경찰서 전경. (아침)
강형사 : (E) 틀림없죠? 이장님? 이거 진짜 중요한 일이거든요.
#.92 씬. 경찰서. (아침)
김형사, 반장 출근하는.
강형사 : (흥분해서 수화기 들고 서있는) 백수찬이 정말 그 동네에서 연수연과 같이 자라났다 말이죠?
반장 : 백수찬이 누구냐?
김형사 : 글쎄요.
강형사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장님. (수화기 호기롭게 탁 내려놓으며) 직감이 오드라니까.
김형사 : 백수찬이 누구예요?
강형사 : 사진 속 그 놈.
김형사 : 아니,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요?
강형사 : 그 대학 원예학과 교수드라구.
김형사 : 정말요? 한 껀 하셨네. 근데 백수찬하고 연수연이 어떻게 연결이 됐는데요?
강형사 : 이력을 보니까 고향이 같아요. 연수연하고. 그래서 그 동네 이장님한테 전화로 물어봤더니,
백수찬을 잘 안다는 거야. 10년 전까지 둘이 같은 동네에서 살았대잖냐.
김형사 : 아니, 그럼 이게 어떻게 되는 거야. 연수연, 단명희, 백수찬.
강형사 : 감이 빡 안오냐? 삼각이지 뭐. 치정에 얽힌 살인이라는 게 감이 탁 오잖냐?
더 웃기는 건 뭔 줄 아냐?
김형사 : 뭔데요?
강형사 : 백수찬이 지금 어디 살고 있느냐 하면 말이지.
#.93 씬. 수찬의 집 앞. (낮)
수찬. 문 열면, 강형사, 김형사 서있는.
덕길 뒤에서.
덕길 : 강형사님?
수찬 : (뒤를 돌아보면)
덕길 : 잡았나봅니다? 글허죠? 지금 워디 있당가요? 그 여자 지금 워디?
강형사 : 그 사건 아닙니다.
덕길 : 네?
강형사 : (신분증 보여주면서) 강북서 강역개 형삽니다.
수찬 : (보는)
강형사 : 연수연씨라는 분을 아십니까?
수찬 : .....
덕길 : 누구요?
수찬 : .....
강형사 : 연수연씨를 아십니까?
굳어지는 수찬의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