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체 2005-06]
신성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젊은 음악
리차드 용재 오닐의 연주 모습을 처음 본 건 작년 여름 평창 대관령 페스티벌 때의 일이었다. 세종 솔로이스츠의 세련된 연주에서 들을 수 있던 그의 풍부한 비올라 선율, 공연중 세종솔로이스츠의 어나운스먼트도 담당해 주었던 리차드 용재 오닐의 부드러운 감성과 개성은 세종솔로이스츠 음악회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의 독주회를 필자기 들은 건 이번 호암아트홀이 처음이었다. 피아티고르스키가 편곡한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를 첫 곡으로 연주한 리차드 용재 오닐읜 연주는 매운 정확했다. 음의 정확성과 그의 비올라인 1590년 산 가스파로 다 살로를 통해 흘러 나오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는 음악회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주었다. 드뷔시의 <내 마음에 눈물 내리네>(I1 pleut dans mon coeur), 포레의 <넬>(nell), 슈베르트의 <세레나데>(Standchen)로 이어진 가곡 연주는 '비올라로 듣는 연가곡' 이었다. 마치 시를 사랑하는 프랑스 테너가 가곡을 한 곡 한 곡 부르듯 그러나 지나친 감정의 파도 없이 온화하고 우아하게, 지성적으로 노래하고 있었다. 1부 끝 곡은 J.S 바흐의 <무반조 첼로 모음곡 3번 C장조>. 그의 비올라는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 더더욱 치열함이 느껴졌으며 고급스럽고도 흡입력 있게 청중들을 자신의 연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2부에서 리차드 용재오닐은 20세기 초 여성작곡가인 클라크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했는데 웅장한 스케일과 반음계적 화성 진행, 복잡다다한 리듬. 불협화음을 빼어나게 연주, 자신이 대단한 비르투오조임을 보여주었다. 이날 연주회의 또 한명의 공신은 반주장니 존 블랙로우, 리차드 용재 오닐의 음반에서 성악 반주의 명인으로 명 소프라노들과 음반을 발표한 바 있는 워렌 존스의 터치와 진배없는 유려한 터치는 깔끔한 바탕그림이 되어 주었다. 리차드 용재 오닐 연주의 특징은 넘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대단히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이면서 동시에 매우 이성적인 통제를 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엄청난 연습량을 짐작케 했다. 리차드 용재 오닐의 연주를 '하이 클래스(High Class)'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던 뉴욕 타임스의 표현은 정확했다. 리차드 용재 오닐의 연주에는 치열함과 여유로움이 공존하고 지성과 감성이 교차하면서 깊이를 획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5월 18일에는 피아니스트 박종훈 초청 독주회를 새로 문을 연 광진문화예술회간 나루아트센터에서 감상했다. 베버의 <무도회에의 권유>에서 무도외의 풍경과 두 남녀의 조심스러운 접근과 왈츠 그리고 다시 수줍은 인사에 이르기 까지를 표현해내며 청둥들을 자신의 독주회로 초애한 박종훈은 이어 1부의 중심 곡으로 슈베르트의 <소나타 D784>를 연주, 독일 피아노 음악 레퍼토리를 이어갔는데, 아쉽게도 철저하게 융화된 느낌은 부족했다. 박종훈의 진가는 2부에서 연주한 <전람회의 그림> 전곡 연주에 있었다. 이미 음반으르도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을 발표한 바 있는 박종훈의 연주는 오랜 시간 생각하며 갈고 닦아온, 그리고 몸에 자연스럽게 익은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자신감 넘치게 프롬나드를 시작한 박종훈은 한 곡 한곡 음화를 그려가면서 객석에 하르트만과 무소르그스키 그리고 박종훈이 하나가 된 농익은 합작품을 그려놓았고 오래 숙성된, 공력이 담겨 있는 그리고 자신의 음반과는 또 다른 <전람회의 그림>을 토해냈다. 박종훈은 앵콜 곡으로 멘델스존의 <론도 카프리치오소>를 연주했고 열관하는 청중들에게 <문 리버>를 선사했다. 강나루에 지어진 공연장에서 재즈 풍으로 박종훈이 편곡한 <문 리버>를 듣는 느낌은 서늘한 바람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밤에 듣는 시적 정취 넘치는 청풍명월에 다름 아니었다. 이 날 무엇보다 필자는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이 피아노 독주회와 무척 잘 어울렸다는 사실이 기뻤다. 내부 객석이 부채 살 모양으로 펼쳐지지 않아 어느 자리에 앉아도 좋은 시야를 갖고 있다는 점과 높은 청장과 안온한 분위기의 무대는 다른 실내악과 성악 연주에도 무척 좋을 듯 싶었다. 게다가 나루아트센터는 로비에서 시원하게 밖을 내다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 건축물로 되어 있어 상당히 쾌적한 공연장이었다, 건대입구역과의 근접성도 좋고 강남에서도 청담대교만 넘으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루아트센터의 역할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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