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 북부 광장에 오신 적 있으신가요?
그곳은 시끌버끌, 뜨끈뜨끈 삶의 조각들이 나부끼는 곳입니다.
저는 그 치열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고 가는 기차를 보며 자랐던 시절...
검은 기차가 역으로 달려들어올 때는 저승사자처럼 무섭기도 했지만, 저 기차를 타면 어디든 갈 수 있겠지, 하며 꿈에 부풀었던 어린시절이었어요.
그렇게 어린시절과 사춘기시절을 보냈던 그 부평역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된 게 벌써 3년째...어쩌면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곳이었을지도 몰라요.(어려웠던 시절이었지요.)
예술회관 근처에 근사한 양옥집 짓고 문화생활 누리며 살았던 때(문화의 시절),
그 후 처음으로 아파트로 들어가게 된 곳이 남촌동 풍림 아파트(자연의 시절)-남촌동은 완전 시골이어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살지?'했는데 아파트 7층에서 내려다 보면 구불구불 골목마다 빌라들이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 장이 서고 할머니들이 오종종 앉아 상추며 열무며 파는 정경이 따스했지요.
그러다 지금 부평역 어린시절 뒹굴고 싸우고 울고 웃고 했던 그 터에 부모님이 지으신 6층짜리 건물 맨 꼭대기에 제가 서 있어요.(치열한 삶의 시절로 이름을 붙이렵니다.)
'처음엔 이렇게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에서 어떻게 살지?'했었어요.
온갖 편의시설로 가득차 편리하지만 복잡한 곳-한 걸음만 내딛여도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곳.
사람들로 늘 분주한 곳-오고가는 사람들로 어깨에 닿을 정도.
기차 소리, 전철 안내 방송 소리-새벽부터 기차는 떠납니다.
저녁이면 무명가수들의 노래 소리-야외 생맥주집, 통닭집은 모두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지요.
낮이면 각종 시위의 현장이 되곤 하는 광장-노동자들의 시위장소로 가장 좋은 곳.
다양한 인종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부평역 광장-주말이면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사람들이 장을 보러 롯데마트와 지하 상가로 몰려옵니다.
요즘은 미얀마(버마)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띕니다.
그들은 장 보러 온 게 아닙니다.
삐뚤빼뚤 한글로 적은 종이를 나눠주며 우리에게 미얀마의 현실을 호소합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장해 보입니다.
'만약 내가 조국을 떠나 외국에 있었다면 저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공장에서 힘든 일 마치고, 온전히 쉬어야 할 주말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낯선 사람들이 들끓는 이런 곳에 나와 저렇게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할 수 있을까?'
문득, 제가 너무나 세상을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집니다.
첫댓글 미얀마의 현실을 한글로 써서 호소하다니 참 대단하네요. 맘이 짠해집니다 에휴~~
어서 빨리 미얀마 민주화가 이루어졌음 좋겠어요.
대학시절, 명륜동 로타리에서 시작한 행열이 종로에 다다르기도 전에 앞에서부터 부서지던 행열은, 뒷장만서던 우리 앞에선 행열의 모습조자 보이지 않았어요, 서둘어 가까운 고등학교 운동장을 찾아 도망치던 기억이 있네요. 아직도 앞장은 못서고 뒷장만 서는 자신에 부끄럼이 가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