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장이야~도깨비가 외친다 김서방에게 처음으로 불러보던 장..외통수다
그런데 신나야할 도깨비의 음성이 떨린다
김서방 장 받게나..
내가 졌네 쓸쓸하게 웃고 있는 김서방
무르세 다시 한번 두세 도깨비는 소리를 친다 그 소리는 울음이 섞여 있는 아가소리처럼
잔망스럽다
아니야 내 인생을 못 무르는 것처럼 나 이제 갈라네
1953년 7월 지리산 형제봉
형제봉 팔부 능선 멀리 청학사가 보인다
세상의 피란처 좋은 세상이 오면 찬연하게 펼쳐오른다는 청학의 날개 깃 자리
임자 고생많았네 이제 하산하세
동상에 걸려 썩어 문드러져가는 마눌의 발등을 보며 김서방은 투항하면
살려준다는 삐라를 보물인양 쥐고 있었다
예 내려갑시다
자네가 먼저 내려가소
난 요것들 묻어주고 내려 감세
뒷집 철봉이 조카 민영이 다 좋은 자리 묻혀야지라
나 내려갈라요
김서방은 청학사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동학난땐 조부가 청학골짜기에서 죽었고 왜놈강점기엔 악양 벌판 최부자집 앞에서 죽었다
평생 흙만 파먹다 허리가 구부라져도 왜놈땅에서 최부자 땅에서 무덤자리 하나 쉴 곳 없는 땅
평등한 세상 조부도 그렇게 싸웠고 부친도 그렇게 싸웠는데 청학은 언제 날개짓 하는가
철봉이와 민영이를 묻으며 이를 악문다
꺽이지 않으리 지지않으리
손에 든 삐라를 허공에 뿌리며 소총을 굳게 잡는다
구례 읍내
김 서방 마눌 경수엄마는 삐라를 들고 구례지서로 간다
이웃 사는 이 순경이 보인다
동생처럼 살뜰하게 챙겨주던 이순경 반가운 얼굴이다
나 경수엄마여 이순경 나 내려왔네
미친년 이 순경의 세찬 주먹이 날라온다
무참하게 밣는다
느그 빨갱이들이 우리어매아배 반동이라고 죽였당께로
곤죽이 된 경수엄마는 그래도 삐라를 쥐고 있다
화계 장날 5살 먹은 경수가 저 앞에 보인다
화계사 조실스님이 나즈막하게 지장경을 읍조린다
경수야 엄마가 보고있당께로
니 아빠처럼 할배처럼 살그라 지지 마라
경수아빠 먼저가우 우리 경수가 보고 있소
빵빵 경수 엄마 심장에 난 두 구멍
순간 지리산 일대엔 먹구름이 몰려오고 노고단에 천왕봉에 뱀사골에 검은 안개로 휩싸이는데
지장경을 읍조리던 조실스님의 목탁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깨지고
변고로다 변고로다 이 원한을 어찌할꼬 그 눈엔 피눈물이 흐른다
미아리 공동묘원
몇칠후 몇칠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처연한 장송곡이 울려펴지는 울리며 시신을 매장하는데 관 뚜겅에 요란한 소리가 울린다..퉁퉁퉁
이라크 지하드 성소
검은 이맘이 외친다
때가 왔다 일어나거리
프랑스 카타곤
익히 내가 올지니 죽은자여 일어나라
하얀 옷을 입고 가시 면류관을 쓴 소녀가 외친다
티벳 라마궁
라마를 위시한 바티칸교황과 한국 기독교 연합 목사 인도 구르가 모여있는 비밀의 방엔 정적만 흐르는데
다급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
시진핑 바이든 푸틴이 사석이 된 얼굴로 말석에 앉는다
아 결국 환란이 왔는가 라마가 입술을 깨문다
도래된 영계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