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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찾기 스크랩 DIALOGUE IN THE DARK - 어둠속의 대화(五感 체험전) |
임미정 추천 0 조회 8 08.01.03 15:2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출처 블로그 > 호워니의 블로그
원본 http://blog.naver.com/hoteang/100035177450

 

 

 

 

 

 

무슨 전시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누나에게 이끌려 갔던 예술의전당

뜻하지 않게 심상치 않은 전시를 보게(?)되었다.

 

 

사실 전시라고 하기엔 정말로 아무것도 볼것이 없는(!) 전시였다.

문자 그데로 아무것도 볼 수 없었으니까..

 

            

 

 

이행사는 예매가 필수다. 왜냐면 4-5명의 그룹으로 나뉘어 일정공간을
체험하게 되는 체험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5가지 감각중 하나를 잃어 버리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4개의 감각을 새롭게 느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된다.

 

 

 

 

사실 전시장에 새로운 것이라던가 놀라운 작품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저 우리가 늘 일상에서 보던것들이 있을뿐이다. 하지만 내 손마져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그동안 눈으로만 인지했던 사물을 만져보고 먹어보고 냄새맡아 보고, 소리를 들어 보는것은 

상상했던것 보다 너무나 놀라운 경험이 된다.

 

 

 

이 전시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전시장 어둠속을 안내해주는 가이드의 존재다.

그 가이드는 다름아닌 실제 시각장애자 란 점이다.

 

 

시각장애인이 내손을 잡고 길을 안내해 주어야만 그의 목소리를 따라가야만

 전시물을 찾고 전시장을 체험할 수 있는것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시각장애인인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숲속을 지나서 도심에 들어서고 카페에 가게된다.

 

 

 

 

 

처음엔 어둠속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하게된다 5가지나 되는 감각중
단 하나를 배제했을 뿐인데도 한발자욱도 딪을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져버리는 순간..

너무나도 따뜻한 가이드의 목소리만이 나의 구원이다.

그의 목소리가 인도하는데로 그리고 그의 손길이 인도하는
데로 한발자욱씩 조심스럽게 이끌려 간다. 

 

우리가 볼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시각장애인이

그안에서는 유일하게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볼수 있는 사람이고 시력이 멀쩡한 관람객들은

이 안에서 문자 그데로 눈뜬 장님일 뿐이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 나를 이끄는 손길에는

이미 따뜻함과 친절함과 나를 이끌어 주겠다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마 볼수 있었다면
우리는 그런 진심어린 손길 대신에 눈웃음이나 표정을 지었을테지만

보이지 않는 지금 서로에게 전할수 있는 감정은

그렇게 목소리와 손길에 밖에 담을수가 없었다.


 

 

 

가장 놀라운 일은 볼수 없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순간부터
 같이 들어온 관람객들 서로서로 뿐 아니라, 태어나서 처음 만난 가이드까지도
그렇게 친밀한 교감을 갖게되는 것이다.
 
그리고 20분 같은 1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가이드가 "자, 이제 빛이 있는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순간 망치로 얻어 맞은 느낌이 들었다.
빛이 있는곳 이라고...?

과연 저사람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말해주는 것일까?
저사람에겐 그냥 벽 넘어 일뿐 일텐데,
 
보이지 않는 답답하고 불편함은 문을 여는순간 사라져버린다.
 
저들에게는 빛이 어떤 의미인 것일까...우리를 안내했던 가이드는
저쪽 아직 어두움 안에서 우리에게 안녕히 돌아가세요 라고 인사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왔고 그는 다시 시각 장애인이 되어 버렸다.
 
손을 흔드는 저 인사는 어떤 의미 인것인가...
몇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움직이고 있는 내손 마져도 보이지 않았고,
저 안에서는 저런 손을 흔드는 동작이나 머리를 굽혀 인사하는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 이였다.
아마 우리가 저 안에서 헤어졌다면 손을 흔드는 일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손을 따뜻하게 잡거나 포옹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여지껏 장애인들에게 그렇게
의미없이 행동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앞을 못보는 사람에게 친절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
듣지못하는 사람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면서
그들을 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시장을 나서서
누나와 함께 소감을 이야기 하며 홍차를 마셨다.
얼그레이 향이 평소보다 훨씬 향기롭게 느껴졌다.
 
우린 그들보다 시각을 하나 더 갖고 있는것이 아니라
어쩌면 시각에 기대어 다른 감각의 많은 부분을
잃고 사는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다른 의미의 감각 장애인인 셈이다.
 
 
 
 
붙여서...
너무나 따뜻한 손길과 상냥한 목소리를 갖고 계셨던 가이드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시는 아쉽게도 내일로 끝납니다. 다음이라도 다들 기회가되면 꼭 보라고 권하고 싶고 아울러 우리나라에도 상설 전시장이 생기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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