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하는 진과 지영에게
오늘 일가친척 친지 분들의 뜨거운 축하 열기 속에서 이루어진 결혼식은 참으로 아름답고 보기에 좋았고 그래서 너희 부모도 마음이 매우 흡족하고 뿌듯했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새 출발하는 앞날에 행복만이 충만하기를 기원하면서, 결혼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마디를 들려주고 싶다. 식장에서의 주례사는 황망 중이라 그리 차분하게 들을 수 없었을 것이어서 이제는 조용한 마음으로 이 아버지의 선험적인 어드바이스를 한번 들어봄도 괜찮을 것이다.
먼저, 결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결혼이란 사람이 한번 태어나서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거치게 되는 몇 단계 통과의례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만 치부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 성혼이 이루어진 두 사람은 현생인류 20만년 역사 과거 어느 시점에 태어났던 것도 아니고, 앞으로 다가올 영원한 미래의 어느 시점도 아닌, 왜 하필이면 이 시대에 두 사람이 같이 태어나서 평생을 같이 살아갈 부부로의 인연이 맺어졌을까? 그리고, 이 지구상 세계인구 60억이 넘는 사람들 그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이면 대한민국 서울에서 두 사람이 만나 인연을 맺고 오늘 결혼식까지 올리게 되었을까?
분명코 신의 손길이 닿지 않고서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다. 신은 이처럼 두 사람을 가장 이상적인 결합으로 점지하고 짝을 짓게 한 것이다.
또 한 가지의 특별한 의미는 금성 범씨의 가문에서 지금은 맨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앞으로 금성 범씨 가문에서 가장 창대하게 번창하면서 자자손손 대대로 이어져나갈 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 인간사에서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할 것이다.
이 처럼 오늘 이 결혼식은 신의 가호 아래 가문의 영속성을 확보하는, 매우 뜻 깊은 날임을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두 사람에게 결혼생활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3가지에 대해 더 들려주고 싶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그런 ‘주례사적’이 아닌 좀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이 될 것이다.
첫 번째는 성공적인 부부생활은 먼저 두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부부갈등의 근원적인 원인은 대부분 여기서부터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난 환경도 다르고 개성도 취향도 다르다.
이성과 감성을 관장하는 뇌의 기능에도 차이가 있고, 본능적으로도 여성은 모성애 본능이 강하고 남성은 외부 지향적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나 가치관도 당연히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무조건 자기 생각대로, 자기주장대로 따라와 주기를 강요하는 것, 이것은 교양부족과 우리 인간의 근본을 모르는 무지에 다름 아니다.
부부는 서로 부족하고 약한 부분을 보완해줌으로써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게 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이 세상 모든 삼라만상과 신의 섭리는 이와 같이 다양성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 다르지 않고 모든 면에서 같다고 한다면 그런 무미건조함, 싫증, 따분함 때문에 아마도 질식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서로의 차이점을 서로 인정하고 그것을 오히려 소중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 이것이 성공적인 부부생활의 기본요건이다.
두 번째는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을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갈 것인가 하는 ‘애정관리’에 관한 문제이다.
재산관리니 인사관리니 하는 식으로 애정도 관리를 잘 해야지 그냥그냥 살아도 처음 1년과 같은 그런 애정이 지속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여기에서 밝히기가 조금은 주저되는 바가 있지만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고 생물학적 본능으로써 인간의 열정,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길어야 3년이라는 것이다. 처음의 그 뜨거운 열정이 식어가면서 점점 흥미를 잃어가게 되는 것이 애정의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뜨거운 사랑은 아니라 하더라도 따뜻한 온기를 느끼면서 이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그러한 애정을 가지고 갈수 있느냐 하는 것, 이것이 결혼생활, 나아가서는 인생의 전반에 걸쳐서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행복요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이점을 확실히 알아두어야 한다.
즉 남자는 눈에 의해, 여자는 귀에 의해 사랑의 감정이 예민하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남자는 눈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좋아보여야 사랑의 감정을 쉽게 갖게 되는 법이고, 반면에 여자는 귀로 듣기에 좋고 달콤한 말을 해주어야 쉽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뜻이다.
어느 부부의 이야기이다.
남편은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출세를 한 사람인데 그의 부인은 워낙 검소하게 살다보니 너무나 촌스러워 자기에게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여자라 보고 이혼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혼단계에 이르자 부인은 당분간 친정에 가 있을 요랑으로 간단히 짐을 챙기고 오랜만에 부모님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기 때문에 미장원에 가서 머리 손질도 하고 그동안 설합 속 깊이 넣어져 있던 옷을 꺼내 입고 문을 나서는데, 남편이 옆 눈으로 흘깃 보니까 자기 부인이 예전 같지 않고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로 멋있고 아주 예뻐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 남편은 부인의 치마꼬리를 붙잡고 “어이, 우리 그냥 같이 살제나!” 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웃어넘길 일만이 아니다.
집에서 아무 옷이나 아무렇게나 입고, 아침에 일어나 머리는 헝클어져서 까치집을 하고선 눈곱도 훔치지 않고 남편을 대한다면 사랑의 유효기간은 그만큼 빨리 단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남자는 여자의 속성이 귀로 사랑한다고 하였는데 어떻게 하면 부인으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을까.
답은 여자보다 훨씬 간단하고 단순하고 쉽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고, 옷, 머리스타일, 반찬, 집안꾸밈 등에 대해서 그때마다 칭찬을 해 주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는 한 마을에 사는 두 젊은이 이야기를 들어보자.
두 젊은이는 거의 동시에 결혼을 했는데, 한 사람은 자기 부인의 결점을 고치기만하면 참으로 이상적인 부부가 되리라 확신을 하고 보이는 결점마다 하나하나 지적해 주었다. 물론 빨리 고쳐주기를 바라는 남편의 사랑하는 마음에서였다.
또 한 사람은 결점보다는 좋은 점, 잘 하는 점만을 하루에 하나씩 찾아내어 그것을 칭찬해 주었다.
그 두 젊은이의 결혼생활은 어떠했을까.
첫 번째 젊은이는 날이면 날마다 부부싸움이 그칠 날이 없다가 꼭 1년 만에 부부의 인연을 끊고 말았지만, 칭찬하고 격려해주던 부부는 온 마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화목한 가정을 일구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칭찬하고 격려한다는 것, 그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반드시 ‘칭찬 마인드’를 가지고 연습을 해야 가능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밖에 드러난 외양적인 면만 말하였지만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겉에 드러난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매력보다는 마음속에 깃든 내적인 향기, 이거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젊었을 때 외모의 아름다움은 잠시뿐이다.
세월을 이길 장사 없다고 세월 속에 젊음의 아름다움은 스러져가기 마련이다.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하더라도 시들어지면 지저분하고 흉칙스럽기까지 하지않는가. 우리 인간 외모의 아름다움이란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마음의 텃밭을 아름답게 가꾸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에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독서다.
짬짬이 그러나 꾸준히 책을 읽음으로 해서 정신적 성장을 계속할 수 있고, 마음의 풍요와 여유로움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성미와 교양미를 가진 50대의 여성은 그렇지 못한 30대 여성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는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여성들이 화장대에는 고급화장품들이 즐비한데, 곁에 책 한 권 없는 집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점이다.
겉에는 번지르르 하게 치장했는데, 속은 잡초가 무성하거나 황폐화 되어 있다면 그게 무슨 아름다움이고 매력이겠느냐.
외양적인 미보다 내적인, 정신적인 미야말로 세월이 갈수록 오히려 더욱 향기롭고 고상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사랑의 유효기간’, 이런 것은 있을 리가 없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히 자녀교육에 대해 한 마디 이야기해두고 싶다.
차량을 운전하려면 운전 면허증을 따야한다. 무면허운전은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자녀교육도 부부가 ‘양육면허증’이 있어야 한다.
자격이 없는 부모는 무면허양육이 되어서 자식을 망치는 것이다.
국가고시로 자격증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스스로 자격을 갖도록 해야겠지. 여기에 관련된 책자나 프로그램이 많다.
예를 들면,
자식을 자기 소유물인양 아이들을 무슨 분재 기르듯이 이쪽은 잘라주고 저쪽은 비틀고 해서 보기 좋게 그렇게 기르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마을 앞 수호신처럼 서 있는 큰 느티나무처럼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길러주고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지, 사사건건 간섭하고 옥죄어들려고 하면 사회에 나와 큰일을 할 수 있는 그런 큰 인물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유태인. 그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탈무드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갖난 어린애부터 성경책에 설탕을 발라놓음으로써 기어 다니다가 이것을 입에 대고는 “아, 책은 달콤한 것이구나.” 하는 것을 머리 속에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환경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나는 두 사람의 앞날에 행복한 가정, 성공적인 사회활동 그리고 경제적 풍요로움으로, 만인이 부러워하는 그런 부부가 되기를 기원하고 또 그렇게 되리라 확신해 마지않는다.
건강하고 행복한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2007. 5. 12 너희들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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