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봄 꽃소식보다 미세먼지가 먼저 찾아왔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미세먼지는 더 강하게, 더 자주 찾아와 시민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번 미세먼지에 많은 시민들이 기관지, 피부 등 갖가지 통증을 호소했다. 지난 21일은 서울 전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다국적 대기오염 조사 커뮤니티에 의하면 이 날의 서울 공기질은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빴다.
같은 날 환경부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명칭을 변경하기로 했다. 미세먼지로 불렸던 지름이 10㎛ 이하 물질은 부유먼지로, 초미세먼지로 불렸던 지름 2.5㎛ 이하 물질은 미세먼지로 불리게 되었다.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미세먼지 용어와 국내 용어가 달라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다.
환경부의 대응이 더 혼란스럽다. 그깟 용어가 대수인가? 미세먼지든 부유먼지든 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를 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바꿔야 하는 것은 미세먼지 용어가 아니다. 더 이상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실상 ‘미세먼지’라는 명칭이 처음 채택된 이유도 정부가 “국민적 불안감 조성”을 피하겠다는 방편이었고, 지금 미세먼지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구체적 위험으로 일상에 바짝 침입했다.
안타깝게도 환경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미세먼지 만큼 뿌옇다. 우선 한국의 미세먼지 법정 관리 기준은 WHO 권고 사항보다 2배 이상 완화되어 있다. 차량2부제와 공사장 조업단축 등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있지만 발령 요건도 까다롭고 적용 범위도 제한적이다. 도시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은 자동차와 건설기계 등 이동오염원이다. 이에 대해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과 저감장치 지원이 있지만 예산이 부족하여 효과가 미미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여러 방안으로 공기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모든 택시를 전기차로 교체하기로 했고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는 기준치 이하 경유차의 운행을 금지시킨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모든 경유차의 운행을 금지하고 미세먼지 농도가 심할 때는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한다. 상쾌한 아침을 시작하며 숨을 들이키는 것조차 공포스러운 지금, 당장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서울에서 지방자치단체라도 나서서 차량2부제 등의 적극적 대책을 먼저 고민할 수는 없었을까?
벚꽃대선이든 장미대선이든, 대선후보들도 미세먼지대책에 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미세먼지는 시민들의 삶과 맞닿은 생활의제이자, 외교협상과 에너지산업정책까지도 연결된 ‘대선 의제’이다. 우리의 숨통을 막고 있는 것은 미세먼지 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외침에 귀 막은 기득권 정치에 속이 터진다.
녹색당은 미세먼지 관리기준 강화, 강력한 자동차 2부제, 중국과의 적극적인 환경협상, 신규석탄화력발전소 전면 재검토 및 탈석탄 정책 등 미세먼지에 대한 종합적 대안을 제시해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안을 실행하는 실천력이다. 녹색당은 숨통 트이는 그 날을 위해 시민들 곁에서 미세먼지와 싸울 것이다.
2017. 3. 22.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