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블랙아웃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요즘 유튜브에 ‘블랙아웃’이라는 말이 빈번히 등장한다. 한 달 전, 전도양양한 스물두 살의 한 의대생이 친구가 불러낸 술좌석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그가 나중에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그 이후로 이 사건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는 전에 묻혔던 사건도 다시금 조명이 되고 있어서 인지 모른다. 그 사건은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도무지 상황자체가 용의자의 진술과 들어맞지가 않아서이다. 그래서 의문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블랙아웃은 필름이 끊겼다는 말로, 인지능력이 없어져서 살아 있으나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생태를 이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런데 결론을 말하자면 그럴 수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함께 술을 마시다가 쓰려져 있던 동석자도 필름이 끊긴 만취상태에서 나중에 보니 함께 있던 친구가 없어졌다고 주장한단다. 면책을 염두에 두고 내세우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보통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고 쉽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조금 전 까지 함께 있으면서 자기 아버지에게 전화까지 하여 친구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을 했고, 또 그 아버지로 부터는 어서 깨워서 집에 보내고 너도 빨리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다는데, 다시 쓰려져 자다 일어나 보니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고 납득이 가지 않는다.
때 마침 인터넷에는 바로 그 사고의 영상물이 올라와 있다. 거기에 보면 친구로 보이는 실종된 청년은 두 팔을 축 늘어뜨리고 자고 있는 듯 하는 모습이고, 동석자로 보이는 다른 사람은 그 옆에서 까치발을 하고 어디엔가 전화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렇다면 죽은 듯이 쓰려져 있던 사람이 불과 수 분만에 어디로 사라긴 것일까. 동석자는 증언하기를 함께 있던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집에 갔거니’ 생각하고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는데 그 몇 분 사이에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이후 경찰은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강 선착장 부근에서 건져 올린 사체의 폐부에서 수중 플랑크톤이 나왔으며 귀 뒤쪽에 난 상처는 그로 인한 치명상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변사자는 한강에서 익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한데, 이 대목에서 의혹을 살만한 부분이 발견된다. 단적으로 동석자가 전후사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렇다치고라도 신고 있던 신발을 단지 흙과 토사물이 묻어서 버렸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행위 자체가 충분히 의심을 살수도 있는데 과연 그리 했다면 의구심을 자초한 꼴이 아닌가.
그리고 그의 부모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그런 상황이라면 친구 부모에게 먼저 알려주는 게 순서가 아닌가.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늘 연락하는 사이였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튼 현장으로 달려가 찾아보았으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에 대해서 네티즌도 동의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이유로는 , 왜 잃어버린 자기 핸드폰은 즉지 찾을 생각을 않고 포기하고서 친구의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으며, 신발은 왜 즉시 버리고, 문상도 가기 전에 무엇이 그리 급해서 변호사부터 선임을 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영상물을 보면 불랙아웃 상태였다면서 가슴팍 높이의 펜스는 가볍게 넘고, 술에 취했다면서 친구 옆에서 까치발을 하는 행동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 네티즌은 초단위의 영상물을 올리며 강물 쪽으로 떨어지는 물체가 보이는데, 그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한 방송국이 내보내는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에서는 마네킹을 통한 실험과 함께 전문가의 말을 빌려서 범죄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제3자가 고의로 물에 빠뜨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사건 혹은 사고는 미궁에 빠져들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동석자의 책임은 없어지는 것일까. 최소한 도의적으로 공부하는 친구를 불러내어 술을 먹이고, 그것도 블랙아웃이 될 정도로 만취시키며, 즉시 친구부모에게 알리지도 않는 것도 비난가능성이 없어진 것일까.
자기 부친에게 전화한 시각에 친구부모에게 연락만 했더라도 살려낼 충분한 개연성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친구 집은 멀지도 않고 불과 5분 거리였다는데 즉시 행동만 취했어도 얼마든지 즉각 달려올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거기다가 미심쩍은 것은 잃어버린 자기 핸드폰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 금방 구입한 것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부분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며칠은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거기다 이 사고는 사람이 죽어간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변사자의 주검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애석한 마음만 든다. 그가 한가정의 귀한 외아들이라는 것 뿐 아니라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라는 점에서 앞으로 얼마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인가. 그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만 든다. 어디 의대 들어가기가 쉬운 일인가. 적어도 수능성적 상위 1-2%는 되어야 되고, 더구나 인 서울 의대의 문턱은 더 높다.
그런 자식은 잃은 부모님은 얼마나 황망할까. 스물 두 살의 청년이면 이제 다 키운 자식인데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부모님 차마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방안의 물건을 그대로 둔 채 평상시처럼 밥도 차려 내주고 있다는데, 얼마나 가슴 찢어지는 비통함인가.
생떼 같은 청년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것을 생각하면 한없이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워진다. (2021)
첫댓글 살다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거나 귀신의 장난으로 볼 수밖에 없는 사건사고도 있다싶습니다 한때 술꾼이었던 저도 만취하여 필름이 끊어진 경험이 더러 있었지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대목이 있지만 술을 멀리하는 사람들은 이해하려고도 않더군요 개복수술을 받고 회복실로 옮겨져 깨어나서 가족에게 이런저런 말을 했다는데 정작 저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은 일도 있었고보니 필름이 끊긴 현상에 대해선 공감하게 됩니다
증거가 없으니 영영 미스터리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술에 취해 비몽사몽 물에 들어갔다가 그만 실족한 게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보지만 유망한 젊은이가 죽은 불행에 경솔한 예단은 금물이겠어요
다만 함께 술을 마신 친구의 소행으로 보기엔 무리인 듯합니다 살인자가 범행 현장에서 태연히 잠을 자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안타까운 일인데 하루 빨리 의혹이 풀렸으면 합니다.
한달 넘게 온 뉴스를 덮고 보니 지치기도 하고 안타갑기만 합니다.
저도 동석자가 설마 못된 짓을 했을까 생각하지만 개운하지는 않아서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기는 어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