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혈가슴이 입선이라도 되게 살리라 !
솔향 남상선/수필가
도솔산 등산로를 내려오다 한밭고등학교 교문 앞을 지나게 되었다. 교문 상단 위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서울대학교 합격자 명단이었다. 그걸 보는 순간 2008년도 유성고 교문의 현수막이 떠올랐다. 그 때 당시 교문 상단을 가로지른 현수막의 대문짝만한 글씨에는 ‛제 10회 TJB 교육 대상 수상 남상선 선생님’이라 씌어 있었다. 대전 충남 전체 교사 중에서 6명을 선발하고 그 중에서 최적임자 1명을 뽑아 주는 대상이었다. 학교의 자랑이라 해서 유성고등학교에서는 현수막을 제작하여 교문에 걸어 놓고 오가는 행인들에게 홍보를 했다.
생각도 못할 만큼 영광스러운 대상이라 나는 그게 너무 자랑스러웠다. 교육감상, 교육부 장관상을 비롯하여 대한민국 정부에서 주는 모범 공무원 표창까지 받아 봤지만 그 어떤 상보다도 자랑스러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펄럭이던 그 현수막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때 당시 나는 하루하루가 꽃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거기다 방송국에서 나온 취재진들이 왔다갔다 하고 제자들이 도처에서 모여 들 그 때가 내 인생의 전성기였다. 방송국 기자와 PD가 취재한다고 법석을 떨 때 제자들이 숱하게 많이 왔다. 누가 알렸는지도 모르지만 초임지 덕산고등학교 제자들을 비롯한 대전여고 제자들, 충남고등학교 제자들이 인터뷰 장소까지 몰려와 내 자랑까지 해주고 꽃바구니를 건넬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제자들 가운데에는 교수도, 기자도 있었으며 다양한 직종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떰 흘리는 동량지재들임에 틀림없었다. 내가 대상을 받는 기쁨도 있었지만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금상첨화라고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더 훌륭하게 됨)의 기쁨과 즐거움이 마음을 더 밝게 해 준 것 같았다.
방송 진행 사회자가 하는 말이,
“제 10회 TJB 교육 대상에 유성고등학교 님상선 선생님 ! ”
하는 마이크 소리가 목청을 높였을 때는 방송국 실내 공간이 온통 축하 일색의 도가니였다.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방송국을 떠나갈 듯이 만들었다. 순간 TJB 교육 대상 상패가 내 손에, 상금 5백만원 피켓과 꽃다발이 곁에 서있던 아내의 손에 쥐어졌다. 이어서 아나운서가 ‘남상선 선생님의 수상 소감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수상 소감 말문을 터트렸다.
「 오늘 제가 이렇게 좋은 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저를 추천해 주신 유성고 홍상순, 전용우 교장․교감님, 그리고 심사위원 여러분을 비롯한 TJB 방송국 관계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제가 잘 해서라기보다는 고생을 많이 했다고 격려로 주시는 상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고학으로 대학을 나왔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칠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대학을 나올 때까지 파란만장한 삶이었습니다. 키가 작아‘난쟁이’란 조롱을 받으며 고학하느라 코피 흘리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생활이었습니다. 대학 나와 29년 간 고3 담임을 하느라 새벽 일찍 출근하여 밤늦게까지 하는 야간 자습으로 가정도 없이 살았습니다. 곁에 서 있는 제 아내 가난한 남자한테 시집 와서 고생 많이 했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 남매의 엄마, 장남 며느리, 동생들의 형수로서. 1인 3,4인역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바가지 한 번 긁지 않고 제 마음을 편케 해 주어 자랑스러운 상을 받게 됐습니다. 이 상은 제가 받기보다는 제 아내가 받아야 할 상인 것도 같습니다.
교사는 나무로 말한다면 정원사와도 같습니다. 수형(樹形: 나무 꼴)이 바르지 못한 나무는 받침대도 세워 수형을 바로잡아 주고, 전지해서 보가 좋은 나무 꼴로 만들며 때로는 통풍도 시켜주듯이 교사는 그런 정원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학생을 바르게 교육하는‘인간 정원사’가 되겠습니다.
키 작은‘난쟁이’가 아니라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는‘작은 거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수상 소감을 말하는 중간 중간 나는 눈물을 훔치느라 말 잇기가 어려웠다. 방송국 관중석의 축하객들도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느라 야단들이었다. 그 날 그 추억은 세월이 지났어도 잊을 수가 없다.
휴식을 취하면서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TV조선에서 미스트롯3가 방영되고 있었다. 전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폭주하고 있는 프로인지라 시청률이 자그마치 20.6 %나 되는 프로였다. 마침 전 국민이 좋아하는 트롯 퀸이 방영 중에 있었다. 진선미의 주인공인 정서주, 배아현, 오유진의 라이브 방송이었다.
상을 받을 때는 누구랄 것 없이 좋아하고 기뻐한다. 큰 상 작은 상 가릴 것 없이 상이라면 누구든지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리라. 기쁨과 즐거움의 표현도 다양하다. 어떤 이는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꽃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혹자는 기쁨을 감동의 눈물로 흘리는 사람도 있다. 좋은 일로 기뻐할 때는 가슴마다의 온기가 서로 통하며 함께 기뻐하고 웃음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언제부터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나는 여생을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기쁘게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것도 내가 온혈 가슴으로 살아 그들을 사랑하고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가슴의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베풂의 손길을 주어야겠다는 말이다.
대상을 받고,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미스트롯 진이 됐어도 생각 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큰 상을 받았지만 사람 사는 가슴이 없어 지탄을 받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보다는 가난하더라도 음지에서 허덕이는 사람의 손까지 붙들어 주는 빈자(貧者)의 따뜻한 가슴이 더 낫다. 그래야 힘을 합하고 마음을 같이하는 육력동심(戮力同心)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밀고 끌고 붙들어줘서 함께 잘 사는‘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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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
이에는 대상이나 미스트롯 진보다도 ‘따뜻한 가슴, 베풂의 삶’이 영약이다
‘온혈가슴이 입선이라도 되게 살리라 !’
좋은 상, 큰 상을 받고서도
가슴 없이 사는 사람은‘비단 보에 개똥을 싼 삶’이다.
인성 색맹으로 사는 사람보다는 주안을 알아보는 강아지가 더 낫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첫댓글 세월이 가도 그 날의 감동은 여전히 생생하신 것 같습니다. 훌륭한 길을 걸어오신 선생님께 걸맞는 멋진 상이네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
삶!
어떻게 살것인가 !
생각하게 하는 글 이었습니다.
TJB 교육대상은 남상선샘께서 받아야할 마땅한 상으로 축하 받을 상이지요!!
정말 훌륭하고, 많은 교육자들이 본받아야할 모범 교육자심을 자타가 공인된 분이시지요. 지금도 변함없이 늘 가슴 따듯한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시면서 사시는 모범시민으로 상을 더 받아야할 분으로 봄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시고.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도중에 함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