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음이 많이 무거운 채 영흥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분당서울대 병원 진료시간이 거의 끝무렵에 잡혔는데 역시 예상한대로 신장 결석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 다시 수술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거의 오후 5시에 진료시간이 잡힌데다가 진료끝나고 그 때부터 수술일정 담당의하고 다시 논의하기 시작하니 퇴근시간 무렵이라 뭐든 늦어집니다.
심부전 치료를 오래 해온터라 태균이가 걸쳐있는 질병의 단계를 체크하는 과정에서 수술 전에 검진을 한번 해보고 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는데 정해준 수술날짜인 9월 4일 전에 검진날짜를 넣는 것은 당장 진전이 안됩니다. 다들 퇴근한터라 수술날짜는 받았으나 어떤 구체적 액션을 할 수 없는 애매모호함으로 주말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가슴에 큰 돌을 얹은 듯 심사가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건강하게 키웠다고 생각했고 건강하다 여겼는데 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신체질병들은 결국 연쇄성을 갖게 됩니다. 이 연쇄성의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서야 깨닫고 대비해보려하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막막해지는 기분입니다.
세상을 읽을 수 없으니 과도하게 심장을 졸이며 살아온 30년 세월, 세상을 보기 시작하자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널려있으니 태균이에게 먹는 재미는 남다릅니다. 태균이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먹는 재미에 빠지곤 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많이 보는 저로써는 태균이 식성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태균이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향토음식 미식 취향이 뚜렷합니다. 사실 빵이나 인스턴트식품으로 식사를 해본적이 거의 없고, 고기도 많이 먹지만 그에 준하는 야채도 엄청 많이 먹습니다. 단 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탐닉하지 않으며, 매일 마시는 커피도 설탕없는 아이스라떼를 주로 선호합니다.
객관적으로 저는 태균이 식단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태균이 먹는 양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곤 하지만 같이 자주 식사해본 사람들은 다 압니다. 지난번 제천에서 강의할 때도 주간보호센터에 맡겼더니 점심까지 주었는데 거의 먹지않았다고 합니다. 끼니도 하루 두 끼만 먹고 가끔 저랑 맥도날드 햄버거로 식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문제될 정도로 자주있는 일도 아닙니다. 물론 식당에 가면 집밥보다 더 많이 먹는 경향이 있지만 매일 식당에 가는 것도 아니고 식당메뉴도 주로다 향토음식 쪽이기도 합니다.
애초 잠재되어있던 문제의 발단이 드러나는 나이가 되자 다소 성인병에 취약한 유전자문제부터 불안으로 찌들은 심장의 문제 등이 중첩되어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악순환의 단계로 들어서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만하다는 것인데 비만을 어찌 다스려가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해보아야 되겠습니다. 또 풀어가야할 과제이니 A+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B+에 목표를 두고 해나가야죠.
병원일이 다 끝난 줄 아는 태균이, 연실 '완도항'이라고 휴대폰에 써서는 제주도가자고 계속 보챕니다. 일요일 완도항에서 준이랑 완이랑 같이 갈꺼라고 하니 이번에는 영화보러 가자고 '인디애나 존스 5' 예고편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저한테 보여줍니다. 이를 어찌 찾았을까요? 제가 며칠 전 용인숙소에서 밤에 여유시간이 될 듯해서 아직 상영 중인 극장이 있으면 인디애나 존스 보러가자고 했었거든요.
물론 더이상 상영하는 영화관도 없으니 예고편이나 살펴보고 말았는데요, 저의 행동 하나하나 모두 머리에 새기며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거울뉴런이 꽤 많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말은 못하지만 휴대폰은 그래서 살아서 펄덕이는 학습과 의사소통의 장이기도 하고 수단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뭘먹지? 어딜갈까?라고 물으면 단답이라도 아래와 같이 써서 의사표시를 해주니 이것만 해도 고맙죠.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숙제의 연속입니다. 어떤 숙제는 슬쩍 미루거나 대충해도 되지만 어떤 숙제는 유급까지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비중을 갖는 것도 있습니다. 지금 태균이가 내밀고 있는 숙제는 꽤 중대하고 시일이 촉박하기까지 합니다. 그 어떤 것보다 우선되어야 하기에, 숙제 앞에서 제주도 걱정에다 아이들 걱정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라 머리가 좀 복잡합니다. 늘 그래왔듯... 모두 잘 마무리하리라 스스로에게 믿음을 던져봅니다.
거의 일주일 단위로 제주도를 떠나서 분당을 오가야하니 피곤하기도 하겠으나 복잡함 속에서 지혜는 나오기 마련일 것입니다.
첫댓글 아고~~
대표님 인생의 전부일 수도 있는 태균씨의 건강 정말 순조롭게 치료되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