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km 군산 새만금전국걷기대회 참가기
일시 : 2023년 10월 13일 21:00 ~ 10월 14일 07:07
장소 : 전북 군산 새만금방조제 + 고군산군도 일원
코스 : 행사장 출발→(4km)→시내, 비응항→(15km)→신시도→(7km)→너울쉼터 반환점 →(7km)→
신시도(아침식사)→(9km)→장자도 반환점→(9km)→신시도→(15km)→행사장 도착
= 66km, 10시간 07분 소요.
참가자 : 전국에서 모인 레젼드 준족 워커 147명
주최/주관 : 군산시 걷기연맹
▼ 66km 새만금전국걷기대회 완주 기념촬영 (소요시간 10시간 07분)
새만금전국걷기대회에 참가하며
행사일 5일전인 10월 9일.
66km 군산 새만금전국걷기대회가 있다는 공지를 해외 산행 중에 접하고
그랜드슬램 전국걷기대회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참가신청을 하게 되었다.
20여년 전 40대 때 50km 정도의 산행은 당일로 종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산길이 아닌 거의 평지를 걷는데 뭐 준비하고 연습하고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을 하고 참가신청을 한 것이다.
출발 당일 대충 배낭을 꾸리고 군산 비응공원 행사장에 도착하여 등번호를 받고 준비를 하는데,
전국에서 모인 워커들 간에는 서로 안면이 많이 있는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발바닥 테이핑이 어떻고 등의 준비사항부터, 사전 연습으로 수개월 전부터 몇 km를
매일 걸었다는 등의 실전 연습, 그리고 그랑프리대회 참가 횟수가 몇 번 된다는 등등...
많은 준비들을 하고 전국 각지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옆에 일행분이 발바닥에 무엇인가를 붙이고 있어 물어보니 발에 물집 방지를 위해 붙인다고 한다.
그래서 테이프를 얻어서 발바닥에 붙이고 출발 준비를 마쳤다.
66km 군산 새만금전국걷기대회에
전국에서 모인 레젼드 준족 147명.
참가자 구성원은 다양했다.
서울, 부산, 진주, 밀양, 전주, 청주 등등에서 모인 30세의 젊은이부터 70세 이상의 노인분들 까지...
2023년 10월 13일(금요일)
21:00 비응공원 새만금전국걷기대회 행사장 출발
전국걷기대회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에 아침에 일어나 동탄호수를 걷던 페이스대로 출발하는데,
앞에 두 분이 신속하게 치고 나가 보이지 않고 선두그룹 몇 명이 그 뒤를 따라간다.
선두그룹에 끼어 걷는데 경남에서 참가한 60대 중반의 여성분과 보조를 맞춰 걷게 되었다.
이런 대회는 몇 번이나 참가했고, 훈련은 어떻게 했냐고 묻길래,
처음 참가했으며 훈련은 안 했고, 코스도 어제서야 고군산군도 장자도가 두 번째 반환점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답해 주었다.
여성분은 그랑프리대회 참가 경험이 많은 분이었다.
친절하게 논스톱으로 걸었던 거리와 속도,
페이스 조절 방법 등 장거리 걷기대회 관련하여 동행하면서 많은 정보를 말해주었다.
그분의 조언은 완주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완주 후에 알고 보니 동행한 여성분은 국내 여성 워커 중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테랑이라고 대한걷기연맹 임원분이 알려주었다.
새만금방조제 제방에서 낚시하는 분들을 보며 야미도를 지나 신시도에 접어들었다.
출발한 지 신시도 부근(출발 후 20km)을 지나는데 허벅지가 뻐근하고 다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심장박동이나 호흡은 정상인데 연습 부족으로 인한 다리 통증으로 걷기가 불편하였다.
5~6명으로 모인 선두그룹은 속도가 무척 빨랐다.
대열에서 이탈하여 잠시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나면 선두그룹과 까마득하게 떨어져 쫓아가 합류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어가니 경쟁도 되고 힘도 좀 덜 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장거리 육상선수들에게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보았다.
2023년 10월 14일(토요일)
00:40 26km(3시간 30분 소요) 너울쉼터 반환점에서 확인도장 날인
출발부터 첫 번째 반환점까지는 속도를 7.3~7.5km 정도로 걸었다.
반환점을 지나자 선두그룹은 흩어져 홀로 걷기 시작하였다
반환점을 돌아와 신시도에 마련된 식사장소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으려고 하니 미역국에 고기반찬이 입에 당기지가 않는다.
과일과 물만 마시고 고군산군도로 왕복 여정을 이어간다.
고군산군도 코스는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까지 편도 9km의 왕복코스이다.
새만금방조제 길과 달리 경사가 진 고개 길도 있었으나 걷는 데는 그리 힘이 들지는 않았다.
오늘은 음력 8월 30일로 달빛이 없다.
캄캄한 도로를 더듬거리며 걸을 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암흑의 두려움으로 섬찟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가로등은 교차로나 마을길을 빼고는 없었다.
그러나 올려다본 밤하늘은 환상 그 자체였다.
셀 수 없이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별똥별이 긴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기도 한다.
저 별은 견우성, 직녀성, 북두칠성, 그리고 은하수를 보며 걷는다.
어린 시절. 여름날 시골집에서 마당에 멍석을 깔고 쑥으로 모깃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던 그 시절의 밤하늘이 떠올랐다.
어촌마을을 지날 때는 갯내음도 맡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혼자 외로이 걷는다.
선유대교를 건너는데 한 밤중인데도 낚시하는 분들이 꽤나 있었다.
어종은 은비늘이 반짝이는 갈치.
드디어 반환점인 장자도 로터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03:20 42km(6시간 20분 소요) 장자도 반환점에서 확인도장 날인
행사 진행요원에게 몇 번째로 도착하는 참가자냐고 물어보니 3번째라고 한다.
뒤에 오는 사람도 없으니 사진 한 장 찍어달라고 진행요원에게 부탁하고,
잠시 쉬며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이곳 반환점 42km 지점은 마라톤 경기에 비유하면 42.195km의 풀코스에 해당하는 거리이다.
마라톤 풀코스의 거리를 6시간 20분에 걸려 걸었는데,
마라톤 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이 실감된다.
04:40 52km 지점 신시도 경유
이제 직선으로 뻗은 새만금방조제를 걸어가면 된다. 완주 지점까지 남은 거리는 15km.
좀 빨리 걸으면 7시 이전에 완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밤새워 중노동에 버금가는 걷기를 하니 몸도 피곤하고 잠이 쏟아진다.
잠을 못 자니 두통으로 머리도 아프고,
배낭은 어깨를 짓누르고...
누군가 힘들 때는 이쑤시개 하나도 무게에서 덜어내고 싶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쯤 되니 발바닥에도 물집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통증으로 알 수 있었다.
허벅지는 젖산이 쌓여 뻑뻑하고 장딴지 근육도 팽팽하게 당겨져 통증이 느껴진다.
13~14km 앞 멀리 새만금방조제 끝에 도심의 불빛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힘내서 걷자고 다짐해 보는데 남은 거리가 좁혀 들지 않는다.
체력이 떨어져 지쳐가나 보다.
걷는다는 것이 지겹기도 하고, 왜 생고생을 하며 밤잠 못 자며 걸어야 하나 회의도 느껴졌다.
다음에 전국 4대 그랑프리대회 참가기회가 온다 해도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새만금 동녘하늘에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힐끔 뒤를 돌아다본다.
뒤에도 방조제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뒤 따라 걸어오는 분들이 한 분도 안 보인다.
준비해 간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쫓아보고, 초코바를 먹으며 체력도 보충하며 천천히 걷는다.
평균 시속 6.1~6.3km
목표지점 1~2km 남겨둔 시점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에 젖으니 온몸이 떨려온다.
배낭에서 비옷 겸 바람막이 재킷을 꺼내 입고 마지막 골인지점으로 남은 힘을 다해 걸어간다.
07:07 비응공원 행사장 도착 66km 완주.
완주(完走) 골인지점에 도착하니 진행요원들이 박수 쳐주며 축하인사를 건넨다.
고생하셨습니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시간은 10시간 07분입니다.
완주자 명단 기록지에 3번째로 이름을 기재한다.
군산걷기연맹 회장님의 수여하는 66km 완주증과 기념메달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였다.
간단한 세리모니가 끝나고 옆 천막에 마련된 두부김치에 군산막걸이 한 병을 마시는데
꿀맛으로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새만금전국걷기대회를 끝내며
세계 최장 새만금방조제에서 전국 레젼드 준족의 워커들이 모인다는 66km 군산 새만금전국걷기대회에
별다른 준비도 없이 평상시의 일상생활 하듯 참가한 걷기 대회였고,
가다가 힘들면 포기하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걸었으나 뜻 밖에 완주를 하게 되어 기쁨이 배가되었던 것 같다.
66km 걷기에 도전하는 나와의 싸움에서
고통을 이겨내고 완주한 두 다리가 너무 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두 다리야 고맙다.
2023년 10월 16일
지운흥
등번호 받아 부착하고 출발준비
출발전 기념촬영
▼21:00 비응공원 새만금전국걷기대회 행사장 출발
▼03:20 42km(6시간 20분 소요) 장자도 반환점에서...
▼07:07 66km 비응공원 행사장에 도착하여 완보증과 메달을 받고...
▼어제 밤에 출발했던 스타트라인에서......
▼완보증
※ 군산 새만금걷기대회
올해로 14회를 맞는 이 대회는 (재)군산시 걷기연맹이 주최/주관한 가운데 군산과 새만금을 홍보하는 건강축제로,
10월 14일 오전 9시 군산 비응항 입구 비응공원과 새만금방조제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는 6.5km, 13km, 66km 등 총 3개 부문이 펼쳐졌으며,
그랜드슬램인 66km 부문은 전날 밤 9시에 출발하였고, 6.5km와 13km는 오전 10시 출발하였다.
세계 최장 새만금방조제에서 전국 워커가 모이는 전국 4대 한국걷기 그랜드슬램대회 중의 하나인 그랜드슬램 종목 66km는
제한시간 13시간 이내로 완주(일반참가자는 14시간 이내) 해야 한다.
※ 한국걷기 그랜드슬램대회(Korea Walking Grand Slam)
군산 새만금걷기대회는 (재)대한걷기연맹(KWF) 그랜드슬램대회(521km) 관문으로써
국제걷기연맹과 대한걷기연맹이 공인하는 4개 대회 중의 하나다.
새만금걷기대회는 거리에 비해 제한시간이 가장 적게 주어지기 때문에 4개 메이저대회 중 가장 힘든 대회라고 한다.
4대 한국걷기 그랜드슬램대회는
군산 새만금전국걷기대회(66km, 제한시간 13시간)를 포함해
제주워킹그랑프리대회(250㎞, 5일간, 제한시간 12시간/1일),
한국 100km 걷기대회(100km, 제한시간 24시간),
밀양아리랑길 & 낙동강걷기대회(105㎞, 제한시간 24시간)를 말한다.
이 4개 대회 코스 521km를 제한 시간에 모두 완보해야만 한국걷기 그랜드슬램워커(KGS Walker)라는 공인인증서를 받을 수 있다.
총 521km의 거리를 어떤 대회라도 시작할 수 있으며 1년 이내에 완보하면 된다.
제한된 시간에 완보한 사람에게 한국 최고의 걷기 달인을 인정하는
한국걷기 그랜드슬램 워커(Korea Walking Grand Slam : KGS Walker) 인증서를 수여하며,
일본 SUN-IN 100km 걷기 대회까지 5개 대회를 완보한 사람에게는 한국걷기 골든그랜드스램 워커 인증서를 수여한다.
공식적으로 4개 대회는 완보하였으나,
1년 이내에 완보하지 않은 자는 Career Grand Slam의 달성자로, 기록은 인정하나
이를 KGS Walker 로서는 수상하지 않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