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회 천사걷기(독립기념관 단풍숲길) 참가기
- 우리 모두는 역사의 증인
8월 19일(토), 천안의 천사걷기(한국체육진흥회 충남지회)가 매월 주관하는 제143회 월례걷기행사에 다녀왔다. 참가자는 23명,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날씨에도 천안은 물론 서울 등지에서 모여든 동호인들의 관심과 열정에 힘입어 모든 일정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여 뜻깊다. 광복절주간에 즈음하여 정한 독립기념관 단풍숲길 걷기가 시의 적절하였고.
오전 10시 20분, 천안역 서부광장을 출발한 대절버스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병천의 순대음식골목으로 향하였다. 단골로 이용하는 음식점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맛집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메뉴는 막걸리를 곁들인 순대국밥, 이른 점심을 맛있게 들고 다시 버스에 올라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동리4길에 있는 독립지사 이동녕 선생(1869~1940)의 생가 터에 있는 기념관으로 향하였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한 이동녕기념관에 도착하니 낮 12시, 냉방시설이 잘 갖추어진 기념관내부를 둘러본 후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12시 반, 이동녕기념관에 30여분 머문 후 버스에 올라 독립기념관으로 향하였다. 당초 계획으로는 이곳에서 독립기념관 입구까지 3km가 제1차 걷기 코스였으나 뙈약볕의 한낮걷기는 무리라는 주최 측의 판단에 따라 버스이동으로 변경하였다. 10여분 달려 독립기념관 입구의 단풍길 초입에서 하차, 단풍나무가 울창한 숲길에 들어서니 7km에 이르는 단풍숲길 전 코스가 나무그늘로 햇볕을 차단하여 쾌적한 산책로로 이어진다. 독립기념관을 옆에 끼고 2km 남짓 오르는 완만한 언덕길이 체력운동에 적당하고 200여 미터 높이의 고개 마루 지나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코스 주변에는 옛 중앙청 철거 석조물을 재배치하는 공간, 연꽃무리가 아름다운 천변 지나 태극기 물결의 광장을 거쳐 웅장하게 솟은 정문의 첨탑석조물 등 5km 남짓 거리가 명품걷기코스다. 광복절 주간이어서인지 독립기념관을 찾는 탐방객들의 발걸음도 분주하여라.
정문근처의 카페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커피 마시며 잠시 휴식 후 다시 2km쯤 걸어서 버스가 대기 중인 광복휴게소에 이르니 오후 3시, 버스에 올라 해산지점인 천안역으로 향하였다. 천안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반, 폭염 탓에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빨리 일정을 마친 셈이다. 즐거운 여정 마치고 각기 집으로, 한여름의 알찬 스케줄을 마련한 주최 측과 보람된 일정 무사히 마친 회원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반갑게 만나요!
* 이동녕기념관에 들어서니 고재경 천사걷기 회장이 이동녕 선생의 행적에 관한 설명을 부탁한다. 20여 년 전 대한민국임시정부대장정순례단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중국에서 활동한 임시정부요인들의 행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터, 순례 중 1940년 전후 임시정부 청사가 있던 사천성 기강(치장)에 들렀을 때 당시 주석이던 이동녕 선생이 이곳에서 순국하였던 사실과 그곳에 있던 그의 기념비가 어느 유치원 마당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를 소개하며 전날 블로그에 올린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1061회)의 글,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주인공’의 사연을 함께 살폈다. 그 내용,
‘인생은 아름다워(1061) -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주인공
- 제78회 광복절에 즈음하여
지난 15일은 제78회 광복절, 광복 전해에 태어난 내 일생과 궤를 같이하는 겨레의 축일을 맞이할 때마다 빼앗긴 국권을 되찾은 벅찬 감회와 둘로 갈라진 국토를 하나로 아우르지 못한 아쉬움이 교차하며 착잡한 마음이다. 이번 광복절의 하이라이트는 광복군 출신으로 100세에 영주 귀국한 독립유공자 오성규 옹이 윤석열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휠체어에 앉은 모습으로 기념식장에 입장하는 모습, 나라와 겨레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애국선열들의 표상이 응축된 화면을 바라보며 숙연한 마음이다.
그의 귀국소식을 전한 언론의 보도, ‘한국광복군 제3지대 출신으로 일본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독립유공자 오성규 애국지사가 13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귀국 환영 행사를 가졌다. "감사합니다. 감개무량해서 말이 안 나옵니다." 일본 내 유일한 생존 독립유공자인 오성규(100·건국훈장 애족장) 지사는 13일 김포공항을 통해 영주 귀국하며 이같이 첫 소감을 밝혔다. 오 지사는 중국 만주 펑톈 소재 동광중학을 중심으로 이영순·조승회 등과 비밀 조직망을 만들어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일제에 조직망이 노출되자 동지들과 함께 만주를 탈출해 안후이성 푸양의 광복군 제3지대에 입대했다. 그는 이후 한미합작특수훈련(O.S.S 훈련)을 받고 독립을 위한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하던 중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았다. 그러나 귀국하지 못한 채 일본에서 거주했다. 그러다가 약 80년 만에 영주하러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오 지사는 2018년 배우자와 사별한 후 생의 마지막은 고국인 대한민국에서 보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부가 이 소식을 접한 후 박민식 장관이 직접 일본 도쿄로 가서 오 지사를 모셔오기에 이른 것이다.’
2004년 8월, 백범사상실천연합운동이 주최하는 ‘2004 회상!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1회 임정대장정순례단’의 일원으로 중국내 임시정부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에 참여하였다. 여정 막바지인 중경에서 항일무장독립투쟁을 위하여 1940년대에 창설된 광복군 총사령부 건물에 들러 원형이 잘 보존된 광복군의 활동상황을 살핀 적이 있다.
상해를 시작으로 항주, 남경, 장사, 광주, 유주, 중경에 이르는 임시정부의 이동경로를 따라 순례를 마친 일행은 2004년 8월 13일 오후 중경에서 순례 여정을 마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명무명 항일영령 진혼제’를 드렸다. 그때 남긴 순례 단장의 기념사, ‘오늘 나라와 겨레의 실존현장에서 잊힌 상해에서 중경에 이르는 대장정을 마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마지막 청사에 숙연한 마음으로 서 있습니다. 임시정부를 이끌어온 김구 선생과 수많은 애국선열들, 특히 이곳에 육신을 묻고 그 넋이 맴돌고 있는 유명‧무명 선열들 앞에 죄인 된 마음으로 자격 없는 후손인 것을 사죄드립니다. 1932년에 순국한 이봉창‧윤봉길 의사를 비롯하여 강물처럼 흐르는 유명‧무명 선열들의 땀과 피를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늦었지만 제1회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장정순례단은 이 시간 "애국선열들이시여, 고이 잠드소서" 하는 작은 정성과 마음을 전합니다. 선열들의 위대한 뜻을 받들고 전하여 파당과 분열, 갈등의 연속선상에 있는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하고 민족분단, 남북대립 등 미해결의 국난극복에 심혈을 기울여 7,000만이 해야 할 사명 곧, 독립 ‧ 자주 ‧ 통일된 조국건설과 세계평화에 우리의 의지 ‧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대장정 때 중경의 임시정부 항일영령 진혼제에서 함께 한 모습
그 행사 기록의 마지막 부분, ‘우리 모두는 역사의 증인이며 주인공이다. 나는 이번 대한민국임시정부대장정순례단에 참여하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던 역사적 사실을 발견하고 확인하는 현장에 서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997년 시베리아 열차여행(고려인강제이주 60년에 즈음한 ’회상의 열차‘ 프로그램) 때도 소련에 살고 있던 동포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에 역사의 증인으로 참여한 바 있어서 길이 기억할 두 행사에 참가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 내일은 걷기행사로 천안의 독립기념관과 임시정부요인 이동녕 기념관을 찾는다. 우리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역사의 주역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