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의 법무부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한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법'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비공개로 추진, 불과 100일만에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초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암호해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사법방해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에 착수, 지난달 초 결과 보고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법무부는 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2020년 추미애 전 장관이 지시한 법제화 관련 연구용역이 장관이 교체된 이후에 실제로 진행됐다는 점과 연구에 참여한 교수 중에 일정한 요건 하에서 비밀번호 해제를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의 도입에 찬성해온 사람이 포함돼 있다는 점 때문에 법무부가 실제 입법 추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11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 문제를 거론하며 외국 입법례를 참고해 법원의 명령 등으로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는데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여러 변호사단체와 시민단체에서도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장혜영 당시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기존 형사법에서 보장하는 자백 강요 금지, 진술거부권, 자기방어권, 무죄추정의 원칙을 뒤흔드는 처사"라며 "우리 헌법 제12조는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법률가인 나부터 부끄럽다"며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무슨 차이가 있나"고 지적했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법무부 장관이 헌법에 배치되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해제법' 제정을 추진하는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장관은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던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제 용역을 주고 준비한 결과가 나왔다고 하니 곧 입법 얘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법무부가 추미애 전 법무장관 시절 추진한 이른바 ‘한동훈 방지법’ 관련 논란이 16일에도 이어졌다.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해제 및 처벌 법안’에 관한 연구용역으로 기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는데, 한동훈 검사장은 이날 “추미애씨가 ‘비밀번호 강제법’을 만들겠다고 또 이야기했는데 꼭 만드시라는 말씀을 드린다”며 “다만, 법 이름은 ‘한동훈 방지법’이 아닌 저보다 훨씬 유명한 ‘이재명 방지법’으로 하길 권한다”고 했다.
이번 논란은 추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인 2020년 11월 시작됐다. 추 전 장관은 채널A사건 관련 검찰이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 포렌식에 실패하자 법무부에 휴대전화 비밀번호 강제 해제와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지시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지시를 내리면서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한 한 검사장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기도 했다.
이후 법무부는 작년 9월 사법방해죄 도입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고 지난달 절차를 마무리했는데, 해당 연구 결과에는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비밀번호를 해제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동훈 검사장은 지난 14일 입장문을 내고 “저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 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헌법상 방어권을 행사해 왔다”며 “진짜 방지해야 할 것은 한동훈이 아니라 이런 반헌법적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한 검사장이 언급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사건은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담당 공무원들에게 직권을 남용해 친형 강제입원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이 이 후보의 아이폰 두 대를 확보했는데, 이 후보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지 못했다. 이 후보는 이 사건으로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그러자 추 전 장관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이를 강제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반헌법적이어서 불가능할까요? 그렇지 않다”며 한 검사장 주장을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피의자의 진술거부권 내지 자기방어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면서도 “진술거부권의 대상은 비밀번호 자체가 아니라 휴대전화에 담긴 내용에 대해 진술거부권이나 자기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 허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헌장의 나라로 전체주의 나찌와 싸워 이긴 영국은 ‘수사권한 규제법’으로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는 경우, 범죄를 탐지하거나 예방하기 위한 목적일 때, 영국의 경제적 복지에 관한 것인 경우 등 암호 해제를 강제할 수 있고, 법원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면서 “비번 해제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사안에 따라) 5년 이하 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한 검사장은 이날 추가 입장문을 통해서 “추미애씨가 ‘나치’ 운운하면서 ‘비밀번호 강제법’을 만들겠다고 또 얘기했는데, 180석으로 헌법과 국민 뜻 거슬러 그 법 꼭 만드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반복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방지법’ 이름 외에도 ‘추미애 방지법’ 명명(命名)을 추천하기도 했다.
한 검사장은 이날 “군(軍) 관계자에게 아들 미복귀 압력을 가하도록 지시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직접 보낸 휴대폰을 수사기관에 제출하지도 않았으니, 법 이름으로 ‘추미애 방지법’도 가능해 보인다”고 했다.>조선일보. 이정구 기자
이 문제에 대해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침해 논란이 일어 폐기된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법무부는 반인권적이고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20년 3월 MBC가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보도한 뒤 추 전 장관은 같은 해 6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있던 한동훈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진천의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시켰으나 검찰은 2020년 8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고, 지난해 7월 법원은 이 전 기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반면 한 검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했던 정진웅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는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한 검사장을 찾아가 휴대전화 유심칩을 확보하려다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범계 장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미루고 있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사건은 실제적 진실 발견과 적법절차 준수 의무 등 여러 가지 형사소송법이 지향하는 가치가 어우러진 사건"이라며 "어떤 장비를 사용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휴대전화) 포렌식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더니 법무부가 슬그머니 이를 법제화하려는 작업을 준비한 모양입니다. 이제 새 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안 남았는데 곧 막을 내릴 정권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지 궁금합니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자신들이 만든 법이 자신들을 옭죄게 될 줄은 모르는 것 같아 측은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