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제와 막걸리
그는 유능한 고급경찰이다
유독 막걸리를 좋아할 뿐 실수는 거절했다
알맞게 취기가 오르면 퇴근길 지하철에 졸다가
몇 정거장은 다반사이다
문득 덜 깬 미소 지으며 공군가를 열창하였다
하늘을 달리는 우리 꿈을 보아라~
하늘을 지키는 우리 힘을 믿으라~
반절은 남겨 놓고 졸면서 노래한다.
죽어도 또 죽어도 겨레와 나라
결국 마지막 소절은 구음으로 토해냈다
걸쭉한 막걸리에 섞인 징병제 삼년의 군가
무수한 해 바꿈에 잊을 만도한데
누구나 대한의 남자라면 잊겠는가
그래서 국민은 군가에 너그럽다
그는 행복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함으로써 행복지수를 올리고 있다
간혹 막걸리 한 잔에 원칙이 헷갈려도
양심으로 행동하고
가슴은 항상 뜨겁고
그의 커다란 눈은 촉촉이 젖어 있다
신앙을 지키려는 神의 원칙과
술 한 잔 인간의 원칙으로 갈등했다
둥글둥글 세상은 막걸리와 돌고 있다
술잔을 높이드니 천하가 발밑이다
알코올은 천하를 발효시키고 있다
이미 취해봤기에 더 이상 술은 마시지 않겠다
이제부터 경건을 마시겠노라
훨훨 타오르는 금주禁酒를 마시겠노라
그는 하늘을 품고 長老가 되어
행복지수를 올리고 있다
생기를 불어넣어 神의 자식이 되었다
지하철 공기는 강물처럼 분주하다
그는 깊이 졸고 있다
더 이상 지하철에서
그의 공군가를 들을 수 없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목적지를 넘긴다.
허겁지겁 여기가 어딥니까?
카페 게시글
♣ 김영철
매제와 막걸리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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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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