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국화옆에서/서정주)
숙직근무를 끝내고 아침에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조용하며 행운목 초록잎에 햇빛만
조잘거릴뿐이다.
아들 두놈이 다 커서 애비의 손보다는 여자
친구의 손을 더 좋아하고, 애들 엄마도 슬슬
밖으로 도는 와중에 20년을 꼬리치며 반기던
애완견마저 하늘로 떠나니 , 나는 다시 혼자가
된 기분이 든다.
학교 뒷문의 자그마한 자취방에 따스한 봄날의
햇볕이 나오라고 나오라고 유혹을 해도 주머니
가벼운 청춘은 괜스리 비키니 옷장의 지퍼만
올렸다내렸다 했었다. 그리고 거울앞에 혼자
서서 씁쓸한 고독의 미소만 띄우고...
훌쩍 사십년이 흘러 곧 있을 시험준비한다고
밥상겸 책상인 녀석을 펼치고 책을 늘어놓으니
창문밖 하늘의 색깔이 그대로인것처럼 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
가족들이 반대하지만 애완견을 다시 키워볼까 ?
애들 키울때는 녀석들 아장아장 걷는걸 보는 재미...
하던 일이 망할때는 채무에 쪼들리던(??) 재미...
그런 재미에 삶의 길을 걷다보니 다시 혼자가
된 기분이 들고 치료를 미루었던 이빨들이 슬슬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60년전 엄마가 떠나던 그해 봄날에도 아해는
혼자서 대문밖에서 한참을 울었고, 어디선가
날아온 하얀나비.노랑나비 춤을 추었는데...
세월은 참 무심하고 빠르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