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 황준기와 훼미리 산악회
일시 : 2010년 11월 6일 - 7일
작년 겨울, 눈에 흠뻑 묻혀있던 한라산 길을 오르며 감격과 기쁨에 온 산에 야호를 외치며 기대에 차있던 발걸음을 잊을수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는 것, 많은 눈과 많은 인파로 인해 등반 통제가 되고 중도에서 뒤돌아 내려서며 느꼈던 절망감이
얼마나 뼈 아팠던지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며 눈물을 머금는다.
2010년. 11월. 7일 ,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백록담을 보기위해 성판악을 출발한다.
어제 공항에서의 해프닝으로 일정을 바꿔 올래길 7코스 순례를 마치고 이제 한라를 탐색하러 간다.
짙은 원시림속 삼나무와 소나무로 뒤덮힌 산길, 발밑에 닿는 돌로 다져진 길이 아직은 정겨워 보이고 (내려설때는 너무너무 징그런 돌길)
간혹 나무로 만들어 놓은 발판길이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회원들에게 겨울옷, 겨울 장비를 엄청나게 강조했건만 다행이 기온이 따사해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하늘의 도움으로 햇살이 따사하게 숲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나의 몸을 비춰주고 걸음걸음마다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이 또르륵 또르륵 굴러 떨어져 나의 뺨에 소금기를 머금게 하는 늦가을 같지않은 여름, 아! 많은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겠다.
"덥다, 무겁다..." 귀가 계속 가려워... 회원들이 참 불만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화창한 봄기운이 얼마나 다행이고 축복받았나 하는
생각에 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몇번이나 읊조리며 앞을 향해 걸어나간다.
숨을 고르고 보니 사라오름 삼거리에 당도하고 많은 산님들이 그곳을 향해 길을 잡는다.
혹여 우리 회원들 사라오름으로 발걸음 할가 우려하여 보초를 핑계로 휴식를 취한다.
GO... GO... 정상을 향해 직진을 권하고 후미가 당도하기를 기다린다.
땀이 스멸거리며 맨몸을 기어다니더만 이젠 이놈들 가출을 했나 느낌이 없다. 가만이 주변을 주시하다 보니 이젠 주변 숲들이
작은 관목으로 변해있고 완만한 산길이 조금씩 각도가 서있는 산비알로 변해가고 있다.
얼마나 흘렀나 숨차하는 후미 회원들이 당도함을 보곤 다시 진달래밭 대피소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우려했듯이 어제 두서없이 입에 담었던 酒님이 뱃속에 회를 치는가 싶다. 앞뒤 가릴 여유 없이 최고 속도로 엔진을 가동하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참 오랜만에 숨결 가쁨을 느끼고 입에 단내가 쏟아진다. 드디어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달을 하고 신체를 바로 세운다.
그렇게나 12시 통과를 외치고 신경을 써서 그런가 7시 50분 산행 시작하고 지금 10시, 회원들 대다수가 도착되어 있다. 무슨 특수부대 군인들 인가?
잠시 숨을 고른 뒤 남은 여정을 시작한다. 작은 관목 숲을 지나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초원지대로 들어서자 눈앞에 솟아있는 산 하나
바로 한라산 정상이다. 기온도 뚝 떨어져 차가움이 살짝 내뺨을 스치고 손을 시리게 한다. 마지막 분투, 그리고뒤 돌아 보이는
제주의 바다, 구름, 하늘...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제주의 한 울타리... 혼연 일체가 되어 나를 하늘위에 둥둥 뛰어 놓는다.
정상 위로 오르고 내리며 비행을 하는 흉칙해 보이는 껌정의 까마귀가 오늘은 매우 친근감이 든다.
상상은 시간을 벌어 주는가? 막연한 낭만적 흥분에 몰입하여 발걸음을 멈춰 보니 눈앞에 커다란 분화구가 나에게 다가와 서있다.
눈을 꿈적여 보고 뺨을 꼬집어 보면서 나의 존재감을 찾아본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허덕거리며 아부하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세상의 변화에
발빠르게 변화해가며 속물로 존재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보이고 불쌍해 보인다. 파란하늘 저 멀리 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는
눈밑 저 멀리 떠있는 운무 그리고 바다와 하늘이 혼연되어 섞여 있는 신의 세계, 그럼에도 하늘의 눈물을 받으려 두 손 뻗혀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한라산정상 백록담의 진정성 그리고 요지부동한 우직함...
나는 환희에 차서 기쁨에 북 받혀서 눈물을 드러낸다. 한라에, 백록에 반해서 그리고 신의 세계에 탐복을 해서 가슴속 깊은 폐부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영광에 두손을 높히 들고 만세를 외친다. 한라야 백록아 만세, 만세, 만만세!!!
신의 울타리에 들어와서도 인간의 욕정은 어쩔수 없다. 배가 고프다. 고픈 배를 한참 채우고 있으니 드디어 후미가 도착한다.
힘들어하고 우려하면서도 드디어 등정에 성공했다. 1950 M 남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서는것에 성공을 했다.
아무나 올라올 수도, 아무나 올라오지도 못하는 곳을 당신들은 올라왔다. 마지막 오른 분들을 축하해주고 산을 내려선다.
다음엔 겨울 등정을 할것을 소원하며 발을 내려놓는다. 내려서는 게아까워 슬쩍슬쩍 백록담을 곁눈질하며 한라를 뒤로한다.
저만치 폼잡고 서있는 구상나무와 주목나무들이 장구목능선을 뒷 배경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내려서는 나를 붙잡으려 더더욱 야단법석인 거 같다. 아쉬움에 자꾸 뒤를 쳐다보며 걸음을 재촉한다.
용진각대피소의 불행도 듣고 왕자능의 장엄함도 보고 삼각봉의 위용도 느끼면서 개미등능선을 타고 넘어 탐라계곡을 지나쳐
관음사계곡 쪽으로 발걸음을 바삐 한다. 내려서며 보이는 관음사계곡의 뽐내는 단풍들을 나의 피곤함에 묻어 버리고
이제 제주를 뒤에 두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던진다.
첫댓글 한라산 산행 후기에서 분투하며 산행하시는 불굴의 산악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