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미투 미투
오영미
나를 고발하라
나도 성추행 한 적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남자의 허벅지 만진 적 있고
엉덩이 툭 친 적 있는 것 같다
젖꼭지 건드린 적도
앞가슴 털을 쓰다듬었고
목덜미 주무르며
킬킬거렸던 적
그랬던 적 분명 있다
아 술을 마시고 취한 척?
아니다, 몽롱한 기분으로
입술 더듬은 적
블루스 춘다며
밀착시킨 몸으로 느낀 적
있었다, 서로 그런 적 없다면
미투가 아닌 것일까
---오영미 시집, {벼랑 끝으로 부메랑}에서
몇 해 전 문단의 성추행 사건으로 배용제 시인이 구속되었고, 소설가 박범신과 시인 박진성이 너무나도 엄청나게 곤욕을 치룬 바가 있었다. 그러다가 또다시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성추행 사건이 한국사회를 강타했고, 너도 나도 ‘미투운동’에 동참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안태근 검사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윤택 연출가, 고은 시인, 김기덕 영화감독, 오태석 대학교수 겸 연출가, 조재현 영화배우, 오달수 영화배우, 조민기 대학교수 겸 영화배우, 김흥국 가수 등이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낙인을 찍혔다. 대학교수 겸 영화배우 조민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옷을 벗고 형사 입건이 되었고, 연출가 이윤택이 구속되었다. 가수 김흥국은 고소와 맞고소의 장본인이 되었고, 대학교수 겸 연출가 오태석, 영화감독 김기덕, 영화배우 조재현, 시인 고은은 잠적을 했고, 영화배우 오달수는 부산에서 술만을 마시다가 끝끝내는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미투’는 ‘나도 당했다’라는 세계적인 ‘성추행 고발운동’이고, 이 세상에서 성추행을 뿌리뽑자는 운동이며, 나 역시도 이 ‘미투운동’에 무한한 성원과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러나 이 미투운동이 모든 남자들을 잠정적인 성추행범으로 단죄하며, 흔히 있을 수 있는 구애활동이나 연애사건마저도 사회적 약자의 탈을 쓴 여성들의 입맛대로 무차별적으로 연출(폭로)되는 것에는 반대를 한다. 남녀가 만나 이차, 삼차 술자리를 함께 했다가 수없이 호텔과 여관을 들락거렸다는 것은 제 아무리 사회적 약자라고 할지라도 그 남자를 더 이상 만나지 않거나 그 자리를 빠져나오면 되었을 것이다. 회사에서, 또는 일터에서 상하의 관계를 맺고 사회적 지위와 그 권력을 이용한 자는 너무나도 마땅하게 일벌백계로 단죄를 해야 하지만, 오히려, 거꾸로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신분상승을 꿈꾸었던 여성들의 행위마저도 또한, 너무나도 엄격하게 단죄를 해야 마땅했던 것이다. 그토록 소중하고 아름다운 성이 유혹의 무기가 되고 상품이 된다는 것은 ‘미투운동’의 본질도 아니며, 그 어떤 변명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사회적 강자이고, 여자는 사회적 약자이다. 성추행은 남성의 전유물이 되고, 다른 한편, 성추행은 여성의 피해사건이 된다. 하지만, 그러나 오영미 시인의 [미투 미투 미투]는 한국사회를 강타한 미투운동에 반발하여,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을 성추행했다는 자기 고발의 시라고 할 수가 있다. “나를 고발하라/ 나도 성추행 한 적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남자의 허벅지를 만진 적도 있고” 남자의 “엉덩이를 툭 친 적”도 있다. 남자의 젖꼭지를 만진 적도 있고, 앞가슴의 털을 쓰다듬은 적도 있다. 남자의 목덜미를 주무르며 킬킬거린 적도 있고, 입술을 더듬고 키스를 한 적도 있다. 블루스를 춘다며 남자의 사타구니에 밀착시킨 적도 있고, 나도 나의 성적 욕망에 따라 또다른 남자를 성추행한 적도 있다. 오영미 시인의 [미투 미투 미투]는 너무나도 정상적인 여성의 자기 고발의 시이며, 성적 욕망을 지닌 여성이면 어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성적 욕망은 비 이성적인 종족의 명령이며, 이 종족의 명령 앞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복종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러나 너무나도 순수하고 정상적인 구애활동에 있어서도 남자들은 적극적이고, 여자들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수컷들은 발정기에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우며 자기 자신의 목숨을 걸지만, 여자들은 발정기가 되어서도 그것을 은폐하고 남자들의 강력한 구애활동만을 기다린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들의 유혹과 성추행을 좋아하지,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나도 젊은 시절, 어느 계곡의 야유회에서, 그것도 여러 사람 앞에서 수영복 팬티를 벗긴 적이 있었다. 너무나도 가깝고 사이 좋은 친구들 앞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있을 수 있는 장난이라고 생각했지, 성추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나, 내가 거꾸로 [미투 미투 미투]의 반대방향에서, 그 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강제 키스를 하고, 그 여성의 팬티를 벗겼다면 곧바로 ‘세계적인 사건’으로 비화되었을 것이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신체적 접촉을 애정의 표현으로 생각하지만, 여성들은 대부분이 신체적 접촉을 성추행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이 지점에서, 남성과 여성의 구애활동과 성추행 사건에 대한 생각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구애활동은 성적 욕망이 기본이며,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없으면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성추행과 성희롱이 순수한 사랑, 즉, 구애활동으로 받아들여지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그 명암이 엇갈리게 된다. 모든 연애활동은 형무소의 담장 위를 걷는 범죄활동이 되었고, 이제는 인간의 성적 욕망마저도 ‘범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강요하는 ‘악질적인 사건의 사주자’가 되고 말았다.
미투, 미투, 미투----. 모든 악질적인 성추행자는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려야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이성을 회복하여 흥분을 가라앉히고, 정상적인 구애활동과 성추행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도덕적인 가치기준표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밤이 없으면 낮이 없고, 악이 없으면 선이 없다. 성추행이 없으면 사랑도 없고, 전쟁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 좀 더 과감하게 말한다면, 니체의 말대로 ‘범죄의 생산성’도 있는 것이며, 범죄가 없다면 그 사회의 건강함도 무너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에, 모든 범죄가 너무나도 완벽하게 소탕된다면, 경찰, 검찰, 판사, 변호사, 군인, 국회의원, 장관, 심지어는 대통령까지도 옷을 벗고 그 직업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고, 그 사회는 목석과도 같은 죽은 사회가 되거나, 또다른 범죄국가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범죄와 선행 사이의 균형이며, 이 균형 속에서 정의사회를 구현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감기몸살이나 중병을 앓은 적이 있다고 해서 그를 병약자라고 할 수가 없듯이, 성추행 사건마저도 너무나도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가 수용해야 할 병집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죄는 미워하되 더 이상 남성 전체를 성추행범으로 모독하거나 단죄하지 않기를 바란다.
농담같은 진담, 아니 진담같은 농담이지만, 자유연애제도를 실시하고 모든 혼인제도를 폐지했으면 한다. 남녀가 자유롭게 만나 동거를 하고, 그 기간은 1년도 좋고, 5년도 좋고, 모든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서 자유롭게 만나고 헤어졌으면 한다. 아이가 생기면 모두들 국가가 지정한 탁아소와 교육기관에 맡겨 양육 및 교육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 모든 경제활동은 부국강병의 목표 아래 각자 자유롭게 하되, 세금을 전체 소득의 70%로 정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자들로 하여금 모든 단체와 정당과 공공기관과 정부를 운영하게 해야만 한다.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되,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사람, 즉,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 중에서 뽑고,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영원한 제국을 경영하게 했으면 한다.
누구나 만나 자유롭게 사랑하고, 언제, 어느 때나 아이를 낳고 자유롭게 헤어질 수 있는 자유연애제도(자유동거제도)를 실시하면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도 해결되고, 성매매와 성매수, 성적 소외자와 빈부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너무나도 한 여름밤의 잠꼬대와도 같은 헛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 ‘헛소리의 진리’로 세계 최초로 지상낙원을 건설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투, 미투, 미투’하다가 보니까, ‘미투의 생산성’으로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없는 사회를 나의 낙천주의 사상에 따라서 구상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