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잠 잘 잔다… 의사가 말하는 진실은?
술 마시면 잠 잘 잔다… 의사가 말하는 진실은?© 제공: 헬스조선
코인 투자 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된 김모(39)씨. 그는 맨 정신에 잠이 들기 어려워 매일 밤 술 마시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언제인가부터 마시는 술의 양을 늘려도 잠에 들기 어려워 병원을 찾았고 ‘알코올 유도성 수면장애(alcohol-induced sleep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알코올 유도성 수면장애는 과도한 술 섭취로 인해 알코올 내성이 생김과 동시에 수면장애를 겪는 것을 말한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영 원장은 “매일 밤 술을 마셔야만 잠에 들 수 있다면 알코올 유도성 수면장애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이완시키고 보상과 쾌락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분비시켜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렇다면 실제 술을 마시면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김태영 원장은 “술 때문에 잠이 빨리 올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후 깊은 잠에 못 들어 뒤척거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술이 뇌를 자극하고, 최적의 수면 상태를 만들기 위해 필수인 REM 수면 단계를 방해해 얕은 잠에 머물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술을 마시고 자면 자꾸 잠에서 깨고 소변을 누러 가는 일이 반복된다. 자고 일어났을 때 오히려 피곤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술이 호흡 중추 기능을 떨어뜨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평소 진정제, 수면제, 항우울제를 먹는 사람은 술로 인해 약의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김태영 원장은 “술은 내성이 잘 생기는 대표적인 물질로, 처음에는 적은 양을 마셔도 잠이 잘 오는 것 같지 느껴지지만 나중에는 한 병을 다 마셔도 잠에 들기 어렵다”며 “자신의 음주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지역 중독관리지원센터나 알코올 전문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