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환상 소설이란 무엇인가
강희복 님의 단편 소설 <벌레>는 어린 시절부터 곤충이 무서워서 곤충 채집과 같은
잔인한 방학 과제를 거부한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곤충을 잡는 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끔찍 할 수 있다.
주인공 유명주는 바이올리니스트 수석 연주자다.
그녀는 연주 도중 관중들이 모두 벌레로 보이는 발작을 일으킨다. 전에도 그녀는 발작을 일으켰지만
무난하게 넘어갔다. 그러나 발작을 일으킨 다음날, 인터넷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연주 도중 발작'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녀가 바이올린으로 벌레를 잡는 동작을 하는 동영상이 올라온다. 유명주는 벌레로 인해
바이올린을 연주 할 수 없다. 이 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해 국립 오케스트라에 휴직을 하고 트라우마 연구소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다.
의사는 벌레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면 치료와 행동치료를 시작한다.
치료는 특정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레가 도배된 방에서, 외부인과 철저하게 차단된 곳에서 치료를시작한다.
치료는 비현실적이고 냉혹한 방법으로 진행이 된다. 식사에 벌레가 튀겨져 나오고
스파게티에 벌레가 들어 있어, 사람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나온다.
처음 유명주는 벌레가 도배된 방에 적응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는 그녀를
그 방에서 꼼짝 하지 못하게 감시를 한다. 배고픔으로 환상이 보이는 유명주는 결국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벌레를 제거하고 식사를 한다.
지하에 있는 환자 치료를 위한 방에는,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신음 소리와 함께 신
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바이올린 연주곡도 들려준다.
병실에서의 식사는 오로지 물과 종이컵 외에는 없다. 또한 밖으로 연락을 취 할 수 조차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의 연속이다. 치료는 차즘 강도가 세진다.
식사에 벌레가 들어 있는 스파게티 같은 것을 넣어, 벌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행동치료가 계속된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는 가운데 벌레 소리에도 둔감해진다. 꿈에 식당에서 애벌레 요리를 앞에 두고 있다.
그날 이후 튀긴 메뚜기를 하나둘 입에 넣고 씹다. 묘하게 예전과 달리 메뚜기튀김이 고소하게 느껴진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뭐든지 먹고 45일 만에 병원에서 퇴원을 한다.
벌레의 공포에서 벗어난 주인공 유명주는 오케스트라 연습실에 돌아갔다. 그러나 유명주는
벌레를 사냥하지 않으면 안 되어, 인터넷으로 살아 있는 벌레를 주문해서 한 주먹씩 먹는 사람이 되었다.
벌레의 공포에서, 이제는 벌레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 유명주를 가장 잘 아는 상철에게, 살아 있는 바퀴벌레를 사냥해서 먹다 들킨다.
그 모습을 지켜본 상철은 벌레를 무서워 하던 공주에서, 벌레 사냥꾼으로 바뀐 유명주를 피해 도망을 친다.
결국 유명주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벌레가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어른이 되어도, 아주 하찮은 생물이 무섭고 싫다.
만약 주인공 유명주의 학교 선생님과 어머니가 그런 주인공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면
벌레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을까 하고 생각 해 본다.
이 소설의 소재가 아주 새로웠다.
벌레를 지독하게 무서워하는 사람이, 이제는 벌레 없이 하루도 버티기 힘든 사람이 되었다.
벌레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행동치료는, 한 사람을 인간이 아닌 마치 파충류처럼
이상하게 변하게 만들었다. 만약 유명 주가 중간에 행동치료를 멈추고 오케스트라로
돌아갔다면 벌레 공포증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평범한 연주자로 남았을까.
이러한 주제를 멋지게 전개해 준 솜씨를 높이 사서 당선작으로 추천한다.
소설 벌레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 생각나게 한다.
어느날 갑자기 커다란 벌레로 변한 그레고리 잠자
그리고 결국은 삶의 끈을 놓게 되는 장면에서
우리 인간의 다중성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