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처녀』(작사 천 봉, 작곡 한복남)는 1956년 발표된
「김정애」님의 최대 히트곡입니다. 6.25전쟁이 끝난 이후,
암울(暗鬱)했던 사회상(社會相)을 재미있는 가사 속에 담아내어
큰 사랑을 받은 노래인데, 안정되는 듯 급변(急變) 하는 사회
속에서 먹고 살기 힘들었던 농촌을 떠나 서울로 무작정 상경
(上京)했던 시골 젊은이들의 애환(哀歡)을 그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연고(緣故) 없이 서울로 떠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副作用)도 속출했는데, 처녀 총각들을 노린 사기꾼들도
득실거려서 가지고 왔던 '쌈짓돈'을 날리거나, 여자의 경우에는
화류계(花柳界)로 흘러 들어가는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가볍고 장난기 섞인 가사인 듯 하지만, 천천히 가사를
곱씹어보면 참 슬픈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을 길어오던 처녀, 밭을 매던 처녀들이 무슨 영문인지 말로만
들었던 서울로 짐을 싸서 떠납니다. 어느 날 동네 처녀들이 사라
졌다는 소식에 총각들은 맥이 풀려 한숨만 쉬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 장가를 가야겠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되는 듯 보입니다.
결국 사라진 신붓감들을 찾아서 동네 총각들은 서울로 향하게
되지요"....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이쁜이'를 찾아낸 '복돌이'는 그녀가 '에레나'라는 이름을 달고
술집 작부(酌婦)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헛고생은
그만하고 다시 시골로 내려가자"고 권유합니다.
결국 둘은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시골로 내려간다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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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나무 우물 가에 동네 처녀 바람 났네
물동이 호미 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석유 등잔 사랑방에 동네 총각 맥풀렸네
올 가을 풍년가에 장가들라 하였건만
신부감이 서울로 도망갔데니
복돌이도 삼룡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에레나야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
달래주는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