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에
차 한잔 내려놓고
천상의 비밀 통로를 연다
자욱한 안개 부드러운 입맞춤
간지러운 햇살을 품고 바람은 어디로 가나
새털구름 한가로이 가는 길목에
내 마음 여울목에 씻기며 간다
새털구름 ㅡ가장 높이 있는 구름
숲길을 걸으며
돗대봉에서 보면
포란처럼 아늑한 마을
꽃샘바람 불어와도 따스함 가득하다
날마다 새로운 하늘빛에 감탄하며
햇살 쏱아지는 숲길을 손잡고 걷는다
상처는 삶의 무늬가 되었다고
온몸 흔들며 맑은 공기 즐기는 산책길
볕을 누리며 바라보니 노을도 곱네
달빛타고 내려오는 별빛도 꿈결같은 계절에
나와 보세요
아직은 춥다고 움츠리는데
윙윙 작은 벌 한마리 정찰을 나왔어요
햇살품고 쉬던구름 바람따라 내려와 입맞추고요
산수유 수줍게 바라보니 호랑나비 흔들흔들
나와보세요
눈이 시리게 터지는 폭죽 새싹들
볕이 따사롭고 사랑스러워요
매화꽃 하늘하늘 춤을 추고요
호기심 한가득 여린잎이 기웃기웃
풀을 뽑아올리면 상큼한 땅속 향이 따라나와
다소곳 물들이네요 설레이는 여심에
당신을 사랑해요
정원의 풀을 뽑으며
꽃들에게 말했어요
너희들 정말 예쁘다
당신 보시기에
나도 이리 어여뻐
내 속의 잡풀을 뽑으시나요
당신께 가는 길목
인생이라는 채칙과
사랑이라는 막대기로
여기 웃음을 내리셨네요
비 개인 하늘
대둔산 뒷자락에
병풍처럼 둘러앉은 산 줄기
세월은 발자국으로 세겨지고
젊은 날 꿈꾸었던 그림같은 터전
산새들이 집을 지은 이곳에
내게도 허럭된 포근한 둥지
꿈결같은 빗소리에 잠이들고
비 개인 하늘에 뜨던 무지개
도란도란 수다 햇볕에 널어놓고
깊어지는 계절을 쉬고 있지요
봄날
메실꽃 피어나자
소녀같은 진달레가 인사하네요
봄비 품어안고 소담스레 올라온 쑥 띁고 있어요
걷고 뛰고 하늘을 바라보는 일상이 행복이네요
꾸륵 꾸르륵 산비둘기 노래를 하고
바람이 지나가면 푸드덩 장끼 날아올라요
양지쪽 할미꽃은 비단옷 차려입고 마실왔네요
초록물 뿌려놓고 능수벗 화사하게 웃으면
붉으레 수줍은 살구꽃 홍매실 손을 잡고 방실방실
색동 수선화가 어여쁜 봄날 꽃마차 달려오네요
봄 꽃
꽃분홍 편지들이
나폴나폴
화사한 나비 춤이다.
웃음 가득한 연서에
흔들리던 바람도
곱게곱게 물이 들었다
따스함 마음
이런 날은
나도 꽃으로 피어 꿈을 품는다
달빛 춤추는
잠결에 컹컹 가라와 사대의 즐거운 소리
꽁꽁 잠긴문 빗장열고 나가보니
나무마다 별들이 내려앉은 신비로운 풍경이다
모두 잠든 세상 나뭇잎이 소곤대고
별빛은 까르르 춤추는 무희가 되고
길 찿으랴 밝혀둔 달빛 눈이부시네
평화로움
아름답다 밤의 황홀함
한밤중 산골 축제
뭉게뭉게 떠다니는 안개 꽃송이
오묘함에 꽃잎 열리고
깊이 숨겨진 천상의 달밤
가라와 사대ㅡ 사냥개 암수 한쌍
향기에 취하다
앞산에 안개 흩어놓고
신선들이 노닐 때
아이리스 단아하게 피어나
나비 춤추듯 앞마당에 내려앉은 날
케나다로 시집간 딸이 오듯
어여쁜 지영이 한아름 꽃이되어 왔어요
수국이 웃음꽃으로 피어나고
아카시아 향이 달달하게 내려와 좋은 날
이름만 불러도 싱그러운 체온으로
세월의 쪽문열고 꽃인듯 딸인듯 왔네요
흐르는 구름아
햇살 펴지면
솜털각시 할미꽃 베시시
몽롱한 구름
한웅큼 한웅큼 수국꽃 속살 그려놓고
통창으로 지나던 아기새
퍽 하는 소리
길 막아 미안해 미안해
물 먹여주면 비척비척
잎이 무성해지는 머루나무 심었어요
쑥쑥자라 앙증맞은 열매 까맣게 익어가고
재잘재잘 새들의 놀이터 머루알 먹는 모습
뿌듯하고 흐믓했어요
여유로운기지개
소나무 한가로이 하늘하늘
새들이 노래하는 한나절
채 자라지 않은 시어들 뜀박질 치면
덜익은 토마토 고추랑 힘겨루기 하는 시간
노랑 초롱불 앞세우고
초록으로 단장한 오이 호박
두근대며 눈짓하는 호젖한 앞 뜰
얼키고 설킨 삶
은은한 더덕향취에 스며들고
순백의 도라지꽃 보라소녀 앞세우고 기웃기웃
태곳적 바람품고 기지개를 켜다
밤이나 낮이나 꿈을 따는 한가로움이여
머물다 가도 좋을 정원
솔바람 정원에 달리던 젊음 내려놓고
시선 머무는 곳마다 꽃들이 웃음을 부르는
이곳에, 뿌리내려 풍요를 누립니다
산새들 머물다 가는 나무 가득한 뜨락
삶의 방향이 있고 가야할 목적이 있기에
영혼 깊이 울리는 이상을 꿈꾸는 나의 쉼터
햇빛 꽁무니에 매달려 가로등 불빛이 오고
별빛 선명해질 때 가슴속 별을 꺼내면
달빛은 저만큼 올라 지긋이 바라보네요
꿈같이 바람 맑은 이곳에 나를 내려 놓습니다
꿈에 꿈을 더한
칠월에는
부자꽃 능소화가 기품있게 피어나고
샤인머스켓 머루알이 다갈다갈 즐거웁다
작은 둥지 정원에
수런수런 들려오는 익어가는 사연들
꽃사연 실어나르는 돗단배에 행복이 만선이다
탐스러운 수국도 하얀꽃 옥잠화도
잎새 하나마다 희열이 각인되어
삶의 걸음마다 감사로 다듬어 가고있다
일상
장마때문에 들여다 보지 못한 울타리에
나무를 타고 오르던 오이 파랗게 노랗게 달려있다
길다랗고 통통한 노각은 껍질벗겨 속 파내고
볶은 소금에 절여 보들보들 녹여지면
빨강고추 몇개랑 풀이랑 함께자란 부추 베어
갈치 속젖에 버무린다
바둥대지 않아도 너무너무 많이 주는 텃밭
소쿠리 들고 나서면 먹거리가 지천이다
많은거 필요없는 세상에서 많이 쟁여 놓으려고
세월을 도둑맞고 하앟게 서리가 내렸다
이룰 수 없는 상사화 사랑처럼 젊음은 가고
침착하게 올라와 순백의 꽃을 피우는 옥잠화 향기
깨끗한 마음 보내주는 백합처럼 향기 짙은 세월이네
백일홍
비록
아무소리 들리지 않아도
색색으로 고고하게 흔들며
즐거웠던 이야기 바람결에 묻혀온다
사람의 인연은
하늘이 내려준 고귀한 선물
멀리 있어도
높은 사랑에 잇닿아 있어
꿋꿋이 일어서는 소식이 꽃을 피우나보다
노을보다 더 고운 사랑
너를 그리워하며 꽃밭에 서 있다
꽃말
빨강 ㅡ인연 그리움
노랑 ㅡ사랑하는 사람 잊지 않겠다는 다짐
흰색 ㅡ선한 마음과 순결
주황 ㅡ헌신
달빛에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엄마 품에서
산 냄새 나 좋아
그러니
너희들 웃음에서
행복내음이 나서 더 좋다
눈 감으면 비몽사몽 만져지고
눈 뜨면 아지랑이처럼 사라지더라
가슴 가득 차 오르는 그리움
차마 말 못하는 것은
지구 한바퀴 돌아야 너 있는 땅
그곳에서 산내음 만들고 있기에
달빛에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너를 그린다
손톱밑에
눈동자 잡풀 찿아 떼돌고
엉덩이 골반뼈 굳어져 허리가 둥그레 접히고
다리 골절은 뻣뻣하게 굳어 살살 달래주어야
혈관에 피가 돌아야 일어설 수 있듯이
두근대는 심장에 호수하나 들여와
하늘 구름 명강의 듣지 않고는 찿을 수 없고
폐부의 움직임 숨소리 멈추지 않고는
흐르는 시어 만날수가 없어라
손톱밑에 때가끼면 잔디밭이 깨끗해지고
하나의 작품 만나기까지 텅 비우지 않고는
숨소리같은 한송이 꽃 피울 수 없어라
카페 게시글
산골 살이
전원생활
가장귀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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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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