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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 팀 계획에 따라 '수도리 주차장 → 수도암 → 수도산(왕복) → 구곡령 → 송곡령 → 단지봉 → 아름다운 숲길 → 잣나무 숲길 → 수도리 주차장'의 13.5km 구간을 6시간 동안 환 종주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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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산(修道山)
정의: 경상북도 김천시 증산면 · 대덕면과 경상남도 거창군 가북면에 걸쳐 있는 산.
내용: 높이 1,317m. 가야산맥(倻山脈) 상의 고봉의 하나이다. 가야산맥은 소백산맥의 대덕산(大德山, 1,290m)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간 한 지맥으로 우두령(牛頭嶺)에서 소백산맥과 분리된 독립 산괴로 간주할 수 있다.
수도산은 이 산맥 중 가장 서쪽에 있는 고봉이며, 이에 연하여 경상남도와 경상북도의 도계를 따라 단지봉(丹芝峯, 1,327m)·두리봉(1,133m)·가야산(1,430m) 등의 1,000m 이상의 명산이 솟아 있다. 또한, 수도산에는 가야산맥과 분기하여 염속산(厭俗山, 870m)·백마산(白馬山, 716m)·금오산(金烏山, 977m)을 연결하는 북동 방향의 산맥이 형성되어 있다.
이 산의 능선은 편마암으로 되어 있고, 그 남북에는 화강암이 분포하여 차별침식의 결과 높은 산릉을 이루고 있다. 수도산 중복에는 청암사(靑巖寺)와 수도암(修道庵)이 있는데, 청암사는 신라 헌강왕 때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창건하고 조선조의 허정화상(虛靜和尙)이 중창하여 화엄종(華嚴宗)을 선양한 곳이다.
1912년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당시의 주지 김대운(金大雲)이 새로 중건하였다. 숙종의 비인 인현왕후(仁顯王后)의 원당(願堂)으로 유명하다. 청암사의 산내 암자로서 1,360m의 고지대에 있는 수도암에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청암사 수도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청암사 수도암 동서 삼층석탑, 청암사 수도암 석조보살좌상 등이 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청룡의 해 1월 네 번째 목요일인 25일은 목요 오지 팀을 따라 거창과 김천의 수도산, 단지봉을 연계해 달리기로 했다. 2023년 11월 산악회 게시판에서 이 산행을 발견했을 때, 2020년 11월 이미 다녀온[산행기] 수도산을 다시 갈 이유가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정말 하고 싶은 산행은 수도산에서 가야산까지 달리는 종주 산행이지만, 안내산악회에서 언제 공지할지 모를 산행이라는 걸 깨닫고,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를 따라, ‘흰데미산’에서 ‘수도산’까지 달렸다. 당시 아쉬웠던 건 수도산을 지나, ‘단지봉’까지 달리지 못한 거다. 그런데, 이번 산행 C 코스가 수도산에서 단지봉까지 연계하는 산행이라, 언제 공지될지 모를 수도산, 가야산 종주 산행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단지봉이 빠진 A, B 코스만 있었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무시했을 거다.
고민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일단 신청하고, 산행 일까지 혹시, 수도지맥 종주 산행이 공지되는지 주시하기로 했다. 만약 원하는 산행이 공지된다면, 이 산행은 취소하면 그만이다. 물론 가야산은 수도지맥에서 벗어나 있으나, 대간 종주꾼이 명산 아니, 까만 소 인증 처가 맥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지나치는 일은 거의 없고, 안내산악회로서는 가야산까지 코스를 연장해야, 인증꾼을 버스에 태울 수 있다. 하지만, 수도지맥 종주 또는 무박 수도산~가야산 종주 산행을 공지한 안내산악회는 없다. 앞으로도 2~3년 내에는 없을 거라는 내 예상이다. 해서, 이번에 수도산에서 단지봉을 잇는 걸 목표로 한 산행을 하기로 했다. 덤으로 '수도암'을 방문하고, '아름다운숲길'도.
지난 18일, 목요 오지 팀 산행인 곡성 통명산행은 전날 과음으로 기상을 못 해 참석하지 못해, 회비를 날렸는데, 그나마, 출발 전 취소는 10% 환급으로 안내산악회에서 환급 규정을 변경한 덕분에 4,100원 환급받았다. 작년 2월 무등산 백마능선 산행 때는 출발 24시간 내는 환급 불가라, 그대로 회비를 날렸었다. 과음으로 기상하지 못해 산에 못 간 게 3번으로, 그냥 날린 회비도 아깝기는 하나, 꼭 가고 싶었던 산에 오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무등산행 버스야 한 달이면 서너 번은 출발하니 언제든 갈 수 있지만, 통명산 같은 오지는 언제 기회가 다실 올지 모르는 게 문제다. 역시 수도산은 까만 소 100+ 인증 처라 많이 찾지만, 단지봉까지 연계해 달리는 산행은 과거에도 없는 초유의 산행이다. 해서, 통명산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오지 산행 전날은 술을 자제하기로 했다.
산행 이틀 전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수도산과 가까운 가야산의 목요일, 기온은 -6℃~-2℃, 바람은 4m/s~2m/s, 종일 맑을 거라는 예보라, 비록 날씨는 추우나, 조망은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산행 하루 전 예보는 다른 건 변함이 없는데, 종일 맑음에서 12시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해 14시부터는 햇볕 구경을 할 수 없는 먹구름으로 바뀐다는 예보다. 고로, 조망도 꽝일 확률이 높다. 어쨌든 평소라면 컵라면을 준비하겠지만, 비슷한 날씨에 김밥과 뜨거운 차 조합도 먹을 만하다는 걸 확인했으니, 사당역표 김밥과 뜨거운 차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물론, 목요 오지 팀의 전통인 산행 후 식사 시간에 늦은 점심을 겸해 하산주로 부족한 식사를 보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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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기상하면 되는데, 4시 40분경 잠에서 깨, 다시 자려고 애를 써봤으나, 잠이 오지 않아 일어났다. 그리고 매일 기상 일과 중 하나인 의식을 치르고, 누룽지를 끓이는 동안, 물 대신 마시는 차를 다시 끓여, 보온병에 넣었다. 이후 끓인 누룽지로 아침을 먹은 후 아지트에서 노닥거리다가, 5시 45분경 보온병과 500mL 생수를 배낭 옆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다. 사당으로 가야 하니, 구산역으로 내려가, 개찰구를 향해 가는데, 왼쪽으로 못 보던 게 보여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쳐다봤다. 거의 5년 만에 완성한 에스컬레이터다. 그 기간이면 아파트 단지를 완공하지 않나?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승차장으로 내려가, 5시 58분 신내행 열차를 타고, 삼각지에서 6시 31분 열차를 타면 되는데,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6시 26분 열차를 타고 사당으로 향했다.
6시 38분 사당역에 도착해 종합판매대에서 채소 김밥을 사서 배낭에 넣고, 시간이 남아돌아 화장실에 들른 후, 1번 출구로 나가, 안내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시외로 출근하기에는 늦은 시간인지 통근 버스는 별로 없고, 산악회 버스는 7대나 승객을 기다리고 있어, 먼저, 지난번 배낭이 바뀐 버스로 가, 혹시 짐칸에 당시 잃어버렸던 등산지팡이가 있는지 봤다. 없다! 사실 거의 2주가 지나, 있을 거라고 기대를 안 했으나, 실망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 낙담해, 앞창 LED에 '수도산 단지봉'이 반짝이는 버스로 갔다. 그리고 짐칸에 배낭을 넣고, 버스에 올라, 지난주 기상이 늦어 산행에 참석하지 못해, 2주 만에 만나는 선배 산꾼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사당에서 타야 할 모든 승객이 탑승을 완료하자, 예정보다 2분 빠른 6시 58분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인솔 대장을 비롯한 승객을 태우고, 양재를 떠나, 죽전과 신갈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는데, 죽전에서 거대종주 인솔 대장이 탄다! 응? 명단에 없는데, 그런데, 선배 산꾼이 일이 있어, 대신 들어간 거다. 애초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순서상 차례가 돌아올 거 같지 않아, 취소한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28명이 수도산행의 들머리인 수도리 주차장으로 향했다. 신갈에서 승객이 타는 걸 보고 잠이 들어 깨어보니, 죽암을 통과한다. 그럼, 금산이다. 예상대로, 9시 5분경 인삼랜드 휴게소로 들어가, 주차하자마자,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에 들른 후 버스로 돌아가며 보니, 평일인 데도, 대형 차량 주차장에는 관광버스를 가득하다. 상춘도 아니고, 눈꽃 관광? 버스로 돌아가 책을 보고 있으니, 승객이 다 타고, 버스가 출발한다.
늘 그렇듯이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먼저, 16km로 가장 긴 A 코스다. 수도산 주변에 조성된 숲길을 거의 다 도는 코스로 봉우리는 단지봉에만 오른다. 그리고 가장 짧은 B 코스는 A 코스에서 '좌대공롱' 구간이 빠졌다. 그리고 거리로는 13.5km로 중간인 C 코스는 수도암을 거쳐 수도산 정상에 오른 후 수도지맥을 따라 단지봉까지 간 이후 모든 팀 공통인 임도로 하산해 '아름다운 숲길~잣나무숲 길'을 거쳐 수도리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설명이 끝나고, 코스별 인원을 확인한 결과 A는 인솔 대장 포함 둘, B 넷, C는 많아야 열 명 내외일 거로 생각했는데, 22명이라 다들 놀랐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식당 메뉴를 선택해 미시 주문하는 거로 설명을 마쳤다.
설명이 끝나고 실내등이 꺼지자 다시 장을 청했다가, 깨어 창밖을 보니, ‘라제통문로’를 달리고 있다. ‘라제통문’이라면 덕유산과 민주지산이 멀지 않다. 고로 수도산도 멀지 않다. 해서,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눈이 없을 거로 생각해 심설용 스패츠 대신 가지고 온 마누라가 사준 미니 스패츠를 착용했다. 그리고 겹겹이 껴입을 정도로 춥지는 않을 거라는 예보에 따라,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조끼를 벗었다. 물론 만약에 대비해 벗은 조끼는 배낭에 넣어서 가지고 간다. 그렇게 등산 준비를 마치고 조금 지나자,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예정보다 이른 10시 40분경 들머리인 수도리 주차장에 도착하지만, 마감은 예정대로 17시 즉 오후 5시로 한다고 공지했다. 고로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6시간 15분이다. 그리고 산행 후 우리가 갈 식당인 '두레촌'을 지난 버스는 10시 46분경 평일인 데도, 두 대의 관광버스와 자가용이 주차 중인 수도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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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 놓은 조끼를 들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등산 앱을 기동했다. 그리고 짐칸에서 배낭을 꺼낸 후 조끼를 넣고, 둘러멨다. 이후 GPS를 수신할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 등산 앱으로 주차장의 높이를 확인했다. 681m, 수도산 정상이 1,100m였나? 1,300m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나, 1,300m가 맞을 거다. 그럼 표고 차가 650m 내외로 실제 올려야 높이는 생각보다 낮다. 와중에 높이는 알 수는 없으나, 수도암까지 임도라, 정상으로 더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거다. 고도를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빠른 산꾼은 벌써 올라가고 있고, 느긋한 산꾼은 이제 등산 준비 중이다. 그런데 이번 산행은 A, B, C 세 팀이나 되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정표와 지도를 보고 있는데, 위로 갔던 팀이 내려오며, C는 임도로 수도암 방향으로 가고, A, B 두 팀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수도암으로 향하는 임도는 한동안, 정확히는 모르나 궁중 내 암투 과정에서 패한 인현왕후와 인연이 있어, 인현왕후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산책로와 같이 진행한다. 그러다, 수도암 표지석을 지나면 인현왕후길은 직진, 수도암 임도는 거의 유턴 수준으로 좌회전 급경사를 올라간다. 제설한 포장 임도라 길 상태는 좋으나, 경사가 심해도 너무 심해, 다들 숨을 가쁜 게 몰아 쉬며 올라, 11시 11분 산행 시작 23분 만에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절집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예상은 했지만, 암자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너무 크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나한전과 요사채를 사진 찍고, 좌회전해서 보니, 주차장이다. 고로 차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는데, 나는 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어 올라왔을까?!
등산로야 어디로 진행되던, 아무리 시간에 쫓기더라도, 유서 깊은 암자를 지나칠 수는 없다. 사실 환 종주 산행이라, 여유롭게 수도암을 구경하고 싶어, 산행을 거꾸로 진행할 것도 고려했다. 아무래도 하산 때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산세로 봐서 수도암에서 시작하는 게 체력 소모가 적을 거라는 판단이 들어, 산악회 계획에 따르기로 했다. 물론 안내산악회도 같은 이유로 수도암에서 시작하는 계획을 세웠을 거다. 그렇게 암자 구경을 하기로 하고, 들어가기 전 입구의 봉황루를 기록으로 남기며, 그 아래 안내문을 보니, 1894년 동학 혁명 당시 농민군에 의해 전소된 걸 1900년 포응화상이 중수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럼, 가렴주구의 본거지였다는 얘기다! 어쨌든 수도암(修道庵) 현판이 걸린 그 봉황루 밑을 지나, 암자로 들어가자 널찍한 마당 위로 흰 눈에 덮인 예닐곱의 절집이 보인다.
당연히 가운데, 정면을 보고 있는 건물이 본존불이 거하는 절의 중심이라, 계단으로 그 건물을 향해 올라가 첫 번째 계단 정상에서 두 번째 계단으로 걸어가자, 등산로 방향 지시가 보인다. 수도산 정상은 본존불이 거하는 건물 아래 오른쪽 길로 가야 한다는 안내다. 고로 빨리 정상으로 가려면, 여기서 우회전해야 하나, 절에 와서 본존불에게 신고하지 않고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탑 뒤의 건물을 주시하며 두 번째 계단으로 올랐다. 그러자 아주 당연히 현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웅전이 아니라, 비로자나불이 거하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다. 그런데, 막 대적광전에 도착했을 때, 예불이 끝났는지 일군의 승려가 한 줄로 아래로 내려간다. 그걸 지켜보다가 대적광전 앞으로 가, 인솔 대장이 가야산 정상이 연꽃으로 보이니 그걸 반드시 감상하라고 얘기한 대로 연꽃을 찾았다. 전면 능선 위로 꽃봉오리가 조금 솟아 있다. 능선이 가야산의 아랫부분을 가려준 게 신의 한 수, 아니 부처의 한 수다! 말인즉 절묘한 위치에 수도암을 세웠다.
가야산 연꽃을 기록으로 남기고, 뒤로 돌아 유리문 너머로 대적광전 내부를 살펴봤다. 상상도 못 한 석불이다. 그리고 승려 한 명이 예불 뒷정리를 하고 있어, 감히 정문을 열지 못하고, 왼쪽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거기서는 석불의 정면이 안 보인다. 그렇다고 스패츠와 등산화를 벗고 들어가기에는 너무 번거로워, 옆면에 만족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선배 산꾼이 정문을 연다. 해서 재빨리, 정문으로 돌아가자, 정리 중이던 승려가, 옆으로 들어오란다. 고로, 문을 여는 건 괜찮다는 의미라, 당당히 열린 문으로 본존불에게 신고한 후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문을 닫은 후 옆의 약광전(藥光殿)으로 갔다, 그런데,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불상이 대적광전과 같은 석불이라, 유리문을 열고, 석조보살좌상 또한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문을 원위치하고 삼층탑 등을 사진 찍고, 시간에 쫓겨 아래 등산로로 내려가, 방향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갔다. 참고로 수도암의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석조보살좌상, 동서 삼층 석탑 등은 보물이다[기사].
11시 21분 수도암을 떠나,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 '수도산 등산로 안내지도'를 기록으로 남기고, 한산교(寒山橋)를 건너자, 본격적인 등산로의 시작이다. 그리고 아이젠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는 빙판의 급경사다. 다행히 수도산은 많은 등산객이 찾았는지, 제설 상태는 좋다. 그리고 이정표에 따르면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0km다! 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는데, 수도암의 고도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 앱으로 확인했다. 978m, 좀 전 등산 안내 지도에서 확인한 정상의 높이가 1,317m였으니, 표고 차는 339m다. 차를 타고 수도암까지 올라왔으면, 실제 등산 높이는 339m에 불과하다. 그럼, 수도산은 오지가 아니라, 동네 뒷산이 되는 거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올려야 할 고도를 확인한 후 선두를 따라 본격적으로 수도산 정상을 향해 올라간 시각이 11시 23분이다.
빙판의 급경사로, 11시 28분 정상 1.85km 거리의 능선에 올라, 10여 미터를 가자, 청암사 갈림길이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청암사는 4,400m, 정상은 2,240m로 아래 이정표보다 390m가 멀다. 동네 뒷산에서 갈수록 멀어지는 이정표를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라, 무시하고 계속 가자, 길목에 무거운 눈에 짓눌린 채 독야청청하는 소나무가 있어 사진 찍었다. 그리고 2분가량 급경사를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 청암사 갈림길이다. 수도산 정상 1,790m, 수도암 700m, 청암사 4,350m다. 고로 아래 이정표 기준 450m 왔다. 갈림길에서 100여 미터를 가, 거목 아래 쉼터를 통과해 계속 가니, 왼쪽으로 헬기장이다. 그럼, 전망대란 얘기라, 등산로에서 벗어나 헬기장으로 갔다. 그런데, 잡목이 시야를 방해해 보이는 게 없어, 실망하고 나오다가 막 올라오는 일행을 만났다. 당연히 길은 직진인데, 왼쪽에서 나오자 어디서 오는지 묻는다. 헬기장으로 전망대로 생각하고 가봤는데, 꽝이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그들은 굳이 헬기장으로 들어간다.
빙판의 급경사를 올라가다가, 숨을 고르기 위해 잠깐 저 있는 동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가야산과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와중에 상고대도 찍혔다. 그렇게 잠깐 숨을 고르는 사이 전후좌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는데, 어느 순간부터 앞이 소란스럽다. 무언가 있다. 해서 동영상으로 촬영하면 올라가서 보니, 소나무가 있는 전망대다! 그런데, 전망대에서 보이는 경치가 아니라, 전망대의 눈에 짓눌린 채 독야청청하는 소나무에 반한 일행이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찍느라 소란스러웠다. 그들의 모습을 기념으로 남기고, 그들과는 반대편인 바위의 눈을 치우고 그 위로 올라갔다. 예상대로다! 언젠가는 한번에 달려야 할 수도산에서 가야산에 이르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당연히 수도지맥과 가야산 종주 능선의 분기점이자, 이번 산행의 목표인 단지봉의 모습을 처음 봤다. 그런데, 단지봉이라 생각한 봉과 가야산 사이에 꽤 높은 봉우리가 있다.
저건 뭐지? 한참 기억을 더듬어, 두리봉이 기억났다. 하지만, 수도산 → 두리봉 → 단지봉으로 두리봉과 단지봉의 순서를 바꿔 기억했다. 그리고 그건 단지봉에 도착해서야 순서가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고로 그전까지는 두리봉을 단지봉으로 알고 달려, 단지봉에 도착했을 때 짧아진 거리에 느끼는 기쁨과 같은 이유로 드는 실망감을 동시에 맛봤다. 솔직한 심정은 기복도 별로 없어 보이는 가야산 직전 봉우리까지 이번 산행으로 올라, 한번에 달린 건 아니나, 수도산~가야산 종주를 끝내고 싶었다. 어쨌든 왼쪽의 가야산을 기록으로 남기고, 소나무 방향을 보니, 왼쪽 두 번째 봉우리 위에 무언가 뾰족한 것들이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수도산 정상으로 높은 건 돌탑이고, 그 오른쪽 낮은 건 정상석이다. 이후 바위에서 내려와 등산로로 들어서,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수도산 정상이 가로막고 있어 보이는 건 앞의 바위 전망대와 대동소이하다. 그래도 올라왔으니, 보이는 가야산 방향 사진 몇 장 찍고, 수도산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을 향해 가, 급경사를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돌탑이다. 그걸 사진 찍은 후,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70m 거리의 수도산 정상을 갔다 와야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 왜 그래야 하는지와 2020년 11월 수도산행과 다른 점을 찾기 위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지도를 기준으로 당시는 좌상에서 정상을 거쳐 우하 구룡령에서 왼쪽으로 갔고, 지금은 우상에서 정상에 들른 후 우하 구룡령을 거처 계속 직진하는 차이다. 그걸 확인하고 지난 산행 때 오른 정상을 갈지 말지 고민하며 갈림길을 향해 가는데, 등산 앱이 정상이 멀지 않다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1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 이정표다. 여기서부터는 구면이다. 이미 올랐던 수도산 정상이나, 왕복 140m에 불과해 다녀오기로 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정상으로 향해, 12시 26분 먼저 도착한 일행이 돌탑과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느라 혼란스러운 정상에 도착했다.
인증을 남기는 산꾼이 많고, 굳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길 이유가 없어, 정상 한쪽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신선봉 좌우로, 저 아래 지리산부터 저 위로 황악산까지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신선봉에서 좌로 뻗어 나간 능선이 지난 2020년 11월 올랐던 흰데미산, 양각산, 시코봉 연산이다[산행기]. 수도산 정상이 조망 맛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탄을 연발하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정상이 한가한 틈을 이용해 정상석과 돌탑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끝으로 앞으로 진행할 동봉과 두리봉(정확히는 단지봉)부터 단지봉(두리봉)을 거쳐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종주 능선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갈림길로 돌아가, 12시 33분 도착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수도산 정상부터 구룡령까지는 2020년 11월 산행 코스와 같아, 구면이다. 어쨌든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동봉으로 향해 2분 후인 12시 35분 도착했다.
동봉 전망대에서 2020년과 같이 일행으로 붐비는 서봉(정상)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구룡령을 향해 가려고 보니, 길이 없다. 정확히는 눈이 내린 후 누구도 가지 않아, 인적이 없다. 고로 러셀 하며 가야 한다. 정말 피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어, 앞에서 러셀 하며 구룡령으로 향했다. 그렇게 가다가, 러셀 전문 산꾼이 오는지 보기 위해 잠깐 쉬는 동안 뒤로 돌아 방금 내려온 동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다시 구룡령으로 향해 5분 정도 가다가, 막 도착한 러셀 전문 선배 산꾼과 교대했다. 그런데, 능선 위로 난 길이지만, 양옆이 앙상하나 울창한 숲이라 보이는 것도 없다. 비록 보이는 게 있어도, 워낙 빨리 전진하는 선배를 따라가며, 보조 러셀 하느라, 경치 감상할 여유가 없어, 앞만 보고 갔다. 그렇게 심설을 뚫고 전진해, 약간 넓은 공터가 나오자, 뒤를 따라오던 선배 산꾼이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해 가던 길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모인 선두 일곱이 각자 준비한 점심을 먹었다.
약속된 아니, 식당에 예약된 저녁이 있으니, 일곱 모두 간편식에 가까운 음식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시 러셀 전문 산꾼이 선두, 그 뒤를 내가 보조 러셀로, 산행 대장이 세 번째 그 뒤로 나머지 산꾼 순으로 단지봉으로 향했다. 빠른 속도와 비록 선두에서 러셀 하는 건 아니나, 심설 산행이 쉬운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러셀 자국만 보며 가는데, 등산 앱이 반응한다. 앞에 봉우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 핸드폰을 꺼내 보니, 구곡령이 멀지 않다는 메시지다.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시 17분 구곡령에 도착했다. 구곡령 나무 기둥에는 이제는 익숙한 '반바지'가 만들어 나무 기둥에 매단 '수도지맥, 구곡령, 1,045m'가 산꾼에게 여기가 구곡령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2020년에도 있었는지 궁금해 산행기와 기록을 찾아봤다. 없다! 어쨌든 5~6m 앞에는 이정표가 있는데, 그것에 의하면 단지봉까지 3.3km 거리다. 2020년에는 여기서 우회전해 심방마을로 하산했다. 고로 여기서부터는 다시 초행이다. 수도산에서 구곡령까지도 심설이라 초행이나 다름없었지만!
앞과 같은 순서로 1시 18분 구곡령을 떠나, 50여 미터를 가자, 우리의 '준·희'가 만든 '수도지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라는 합판으로 만든 응원 문구가 나무 기둥에 매달려 있다. 좀 전에 지나온 구곡령이 고개니, 그다음은 봉우리로 올라가는 힘든 구간이라 매단 응원 문으로 앞으로 길이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다. 청룡의 해 첫 산행인 신백두대간 금오산행 때 봤으니, 4주 만에 다시 본다. 예고대로 심설의 급경사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앞만 보며 가자, 다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로, 좌회전하면 '자작나무숲길'이다. 그리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두리봉이라 알고 있는 봉우리가 보이고, 단지봉까지 남은 거리는 3.08km다. 현재 시각 1시 42분, 고로 24분 동안 0.22km 왔을 뿐이다. 동네 뒷산 이정표는 제대로 가고 있다는 걸 상징일 뿐, 정확한 정보를 기대하는 건 바보짓이라는 건 알만한 산꾼은 다 안다.
자작나무숲길 갈림길을 지나, 25분 정도 가자, 러셀 하면 선두에서 가던 산꾼이 무언가를 찍고 있다. 좀 떨어져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가까이 가서 보니, '반바지'의 '송곡령, 1,075m' 명패다. 현재 시각 2시 8분. 분명 한참을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 구곡령에서 30m 올라왔을 뿐이다. 단지봉의 높이가 1,327m로 이번 산행 봉우리 중 가장 높다. 그럼, 수직으로 252m 정도를 올라가야 한다. 힘이 쭉 빠지는 순간이다. 역시 멀지 않은 곳에는 갈림길 이정표로, 우회전하면 중촌마을이다. 갈림길을 지나, 러셀 주자를 바꿔 급경사를 오르자, 나뭇가지 사이로 우뚝 솟은 두리봉(정확히는 단지봉)이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다시 길을 재촉해, 2시 36분 송곡령 하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단지봉까지 남은 거리는 0.8km다. 내가 알고 있는 단지봉으로는 너무 가깝다. 해서 옆의 산꾼에게 단지봉이 아니라, 두리봉이 아닌지 물었다. 단지봉이라는 답이다.
머릿속에 든 이번 산행 코스가 뒤죽박죽되는 순간이다. 그래도 아직 믿을 수 없어, 일단 정상에서 확인하기로 하고, 심설의 급경사를 올라가며, 서서히 뒤로 처졌다. 선두 바로 뒤에서 가는 동안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힘들어 서다. 그렇게 뒤로 처져 선두 그룹 일곱 중 제일 끝에서 올라가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해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건너편 수도산의 모습과 앞서가는 일행의 모습 등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오르자, 어느 순간 경사가 완만해진다. 분위기로 봐서, 정상이 멀지 않았다. 예상대로 3시 9분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해서 앱은 이 봉우리 이름을 뭐라고 하는지 확인했다. '단지봉'이다! 어쨌든 늘 하듯이 동영상을 촬영하면 올라가서 보니, 헬기장을 넘어 비행장 수준의 널찍한 공터다. 그리고 그 끝에 이정표가 있어, 그리로 가서 내용을 봤다. 좌회전은 두리봉으로 9.3km 거리고, 직진은 수도지맥이다. 고로 여기는 단지봉이다. 단지봉과 두리봉의 순서를 바로잡는 순간이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정상이라는 어떠한 표지도 안 보인다. 그럼, 여기가 단지봉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라,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면 관목 터널로 들어가자, 저 앞에서 앞서간 선두의 대화가 들린다. 정상은 저기다! 그 대화를 들으며, 경사가 없는 평지나 다름없는 관목 지대를 통과하자, 꽤 큰 규모의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기 위한 일행의 우왕좌왕으로 정신없는 단지봉 정상에 도착했다. 현재 시각 3시 11분. 저 멀리 가야산과 정상석을 하나의 배경에 넣으려고, 다양한 위치를 잡아보는 일행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인증은 나중에 찍기로 하고, 일단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최고의 전망대지만, 빙 둘러싼 관목으로 시야가 방해받아 원하는 사진이 안 나온다. 그래도 가야산과 지리산은 놓칠 수 없어 두 산의 모습만 기록으로 남겼다.
조금은 실망해, 인증을 찍기 위해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가며 보니, 정상석이 두 개 더 있다. 고로 단지봉에는 정상석이 세 개다. 단지봉 명패가 있는 이정표까지 더하면 넷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긴 후, 일행의 도움으로 정상석과 가야산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는 거로 정상에서 해야 할 모든 걸 마쳤다. 이제는 본격적인 하산이다. 현재 시각 3시 15분, 날머리까지 거리가 얼마인지 모르나, 늦어도 4시 반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거로 예상하고, 앞서간 선두를 따라 관목 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해, 3시 22분 두리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번 산행은 좌회전해 '아름다운숲길’로 가야 한다. 직진인 두리봉은 8.3km로, 보는 것과 달리 꽤 멀다. 여차하며 두리봉까지 달리려고 했던 생각이 싹 사라진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심설 위의 발자국을 봤다. 역시 두리봉 방향은 인적이 아예 없다. 그런데, 아름다운숲길 방향은 길이 제대로 나 있다. 고로, A, B 팀이 다녀갔다는 얘기로, 그들의 수고로 우린 좀 쉽게 내려갈 수 있다.
1차로 A, B 팀이 러셀하고, 2차로 C 팀 선두가 러셀 한 길로 내려가며 보니, 급경사 조릿대 사이로 난 길이다. 고로 미끄러워 엉덩방아 찧는 게 다반사다. 해서, 나중에는 아주 다리를 뻗고 주저앉아, 미끄럼을 타고 내려갔다. 완경사는 서서, 급경사는 주저앉아 미끄럼을 타고 내려가, 3시 34분 갑판 계단에 도착했다. 계단을 내려가면 '아름다운숲길'이 시작된다. 예상대로 계단을 내려가자, 임도로 건너편에는 이정표와 지도가 있다. 이정표에 의하면 이번 산행 정규 코스인 '아름다운숲길'은 임도가 아닌 말 그대로 숲으로 가야 하는데, 임도로 가면 5km나, 숲길은 3.2km다. 러셀 하느라 지친 선두 그룹 선수들은 거리상으로는 멀더라도 결과적으로 좋은 길이 빠르더라는 원칙에 따라 임도를 원했으나, 산행 대장이 정규 코스를 주장하는 바람에 다시 능선으로 올라섰다.
임도 갈림길에서 100m가량 가자, 숲길은 계곡으로 내려간다. 눈이 쌓여 잘 보이지는 않으나, 급경사로 땅에 나무를 박아 만든 계단이다. 그 계단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심설 등산로를 내려가며 차라리 주저앉아 미끄러질지 고민하며 가는데, 갑자기 왼발에 쥐다. 주변에서 쥐를 잡을 고양이를 구할 수 없어, 멈춰서 응급조치했다. 그런데, 비록 러셀은 했을망정, 입안이 타고 입술이 바짝 마르는 게 등산로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 해서 따뜻한 차가 아니라, 차가운 물을 마시기 위해, 손을 돌려, 배낭 옆 주머니에 넣은 생수를 꺼내려고 보니, 생수가 없다! 뚜껑도 열지 않은 거라, 눈썰매값으로 단지봉 산신이 가져갔다. 해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얼음이 녹아 몰을 뜰 수 있는 곳에서 금잔을 꺼내 물을 떠 마셨다.
거의 달리다시피 하는 선두를 따라가는 게 힘들어,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는데, 어느 순간 임도다. 그런데, 한국 산은 임도도 예외가 없어, 기복이 장난이 아니다. 와중에 작은 언덕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오른쪽 허벅지에 전기를 맞은 듯 찌릿한 통증으로 주저앉을 뻔했다. 다행히 주저앉지는 않고 꾸부정하게 멈춰 섰다. 심설 산행이라 힘든 것도 있지만, 김밥 외에는 먹은 게 없어, 당이 부족한 거 같다. 하지만, 뭘 꺼내 먹고 싶지는 않아, 허벅지를 주무르는 등 응급조치하고 계속 갔다. 이후에도 몇 개의 고개를 넘은 후 3시 55분 ‘잣나무숲길’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 위에서 만난 임도가 빙빙 돌아내려 온 거다. 역시 이번에도 임도를 버리고 정규 코스인 '잣자무숲길'로 내려갔다. 그런데, 지금까지 숲길 중 가장 험한 ‘잣나무숲길’로 20분 정도 가자, 저 아래로 갑판 산책로다.
분위기로 봐서는 다 와서, 기분 좋게 갑판 산책로로 갔다. 그런데, 산책로가 끝나고, 계단으로 내려가더니, 길이 없어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립김천치유의 숲'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산꾼들이 아니라, 관목을 넘어, 가시나무 군락을 뚫고 내려가자, 우사다! 산행 대장이 지도로 확인하니, 길은 우사 앞 밭을 지난다. 해서 밭을 지나자, 임도다. 다 왔다! 임도에 도착해 달리다시피 하는 선두의 모습을 보며, 유유자적 등산 앱의 트랙에 사진을 올리며 가자, 어느 순간 눈 쌓인 임도에서 제설한 임도로 바뀌자, 왼발이 부자연스럽다. 오른발은 아스팔트에 아이젠 긁히는 느낌이 있는데, 왼발은 없다. 해서 등산화를 보니, 아이젠이 안 보인다. 눈썰매 비용으로 산신령이 생수만 가져간 게 아니라, 아이젠 한쪽도 가져갔다. 그러는 와중에 회원으로 참여한 인솔 대장이 가까이 오더니 C 팀 7번이라고 알려준다. 익히 알고 있는 사항이나, 그러냐고 답하고, 위로 올라가, 4시 37분 빨간 버스가 기다리는 수도리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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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37분 우리 버스 포함 3대가 주차해 있던 수도리 주차장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A 코스로 갔던 인솔 대장이 농특산물 직판매장 갑판에 주저앉아, 아이젠을 벗고 있다. 이제 막 도착한 거 같다. 가장 짧은 B 코스 넷이 제일 먼저 도착했을 거고, 가장 긴 A 코스 둘 도 도착했다는 거다. 스물둘이 출발한 C 코스는 나를 포함 일곱 명만 도착했다. 그런데, 점심을 먹은 곳 이후로는 일곱 명 외에는 보지 못했다. 고로 선두와 후미의 거리 예측이 안 된다. 그럼에도 굳이 추측해 보자면 60%의 확률로 30분 정도 차이다. 고로 버리고 가면 모를까, 5시 마감은 쉽지 않다는 게 도착한 C 팀의 공통된 의견이고, 오늘 같은 심설 산행에서 지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는 분위기다.
역시 갑판 계단에 주저앉아, 한쪽밖에 없는 아이젠을 벗어, 깨끗이 턴 후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버스로 가 배낭에서 보온병과 조끼를 꺼낸 다음 짐칸에 넣었다. 이후 버스의 압축 공기로 등산화를 깨끗이 한 다음, 차에 타서 자리에 앉은 후 스패츠를 벗었다. 그런데, 스패츠를 벗으며 보니, 왼쪽 아이젠이 떨어져 나간 게 아니라, 등산화 뒤로 넘어가 안 보였던 거다. 고로 아이젠이 없어진 건 아니나, 너무 험하게 다녀서 인지, 연결 고무가 반 이상 찢어져 더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어쨌든 아이젠이 떨어져 나간 걸 모를 정도로 무감각하지는 않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따뜻한 버스에서 나머지 C 팀원이 오기를 기다리자, 팀원이 하나둘 도착하더니, 마감보다 3분 늦은 5시 3분 마지막 산꾼이 도착했다. 그걸 보고 여기저기서 감탄이다. 최소한 두 명 이상 30분은 늦을 거로 생각했는데, 역시 산꾼의 집합인 목요 오지 팀이다.
마지막 산꾼이 도착해 버스에 타자, 차는 바로 주차장으로 오던 길목에서 봤던 '두레촌'이라는 식당으로 내려가, 5시 10분경 도착했다. 다른 산행과는 달리, 심설 산행으로 체력이 바닥났고, 시간도 늦어 배가 고픈 시점이라, 버스가 주차하자마자 바로 내려, 식당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다른 산꾼이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주문해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때, 산행 대장이 주당용으로 따로 주문한 동태탕과 오리 로스라, 다른 식탁과는 확연히 구분돼, 바로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동태탕 버너에 불을 붙인 후 냉장고에서 지역 소주인 '참'과 맥주 한 병을 들고 와, 먼저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이후 동태탕이 끓어, 그걸 안주로 맥주잔에 소주를 따라 마셨다. 물론 오리 로스도. 중간에 승객으로 참여한 인솔 대장도 참여해 다섯이 같이 하산주를 마셨다.
6시 10분 서울로 출발이라고 최종 공지하고 산행 인솔 대장이, 먼저 나간 후, 6시 5분까지 하산주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로 갔다.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버스에 타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심설 산행이 다른 산행에 비해, 체력 소모가 두 배 이상이라 지칠 대로 지쳐 피곤해서다. 그리고 깨어보니 휴게소인데, 자느라 듣고 본 게 없으니, 정체를 몰라, 화장실로 가며 고개를 들어 명패를 봤다. 신탄진이다. 신탄진? 오랜만이라, 산행기를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갔던 게 2022년 4월 2일 백두대간 통안재~복성이재 연결 산행[산행기] 후 귀경할 때다. 어쨌든 볼일을 보고 바로 버스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해 이번에는 실내등이 들어와 깼다. 신갈이다. 그리고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준 버스는 9시 22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정차했다. 여기서 내려야 한다. 해서 사당까지 가는 일행에게 인사 후 버스에서 내리는 거로 1월 마지막 주 목요 오지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목요 오지 팀 계획대로 '수도리 주차장 → 수도암 → 수도산(왕복) → 구곡령 → 송곡령 → 단지봉 → 아름다운 숲길 → 잣나무 숲길 → 수도리 주차장'의 15.1km 심설 구간을 5시간 49분 동안 환 종주했다. 이동 5시간 32분, 휴식 17분!
수도산 정상에 처음 오른 것도 아닌데, 조망 맛집이라는 건 이번에 처음 깨달았다. 날씨가 좋아 가능했던 거로, 지리산 천왕봉부터 김천 황악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다.
가끔 강한 바람에 약간의 추위를 느끼기는 했으나, 종일 내리쬐는 햇살 덕에 산행에는 좋은 날씨였다.
심설 산행이 다른 산행에 비해 체력 소모가 두 배 이상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비록 30분 정도에 불과하나, 늘 피해 오던 러셀까지 하는 바람에 완전히 지쳤다. 해서 임도에서 눈 쌓인 계단으로 내려가는 중 왼발에 쥐가 났고, 임도 고개를 넘을 때는 오른쪽 허벅지의 찌릿한 통증으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