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대통령은 지난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 모두 발언에서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기회주의 추종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데이비드에서 노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드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라고 야당을 공격했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대응,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과정에서 윤정부에게 공세 수위를 높이는 민주당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이다. 한국정치에서 이념은 좌파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대한민국 건국 이념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반공(反共) 국가였다. 그 후 60년대 초기에 아시아에는 정치적 변혁이 일어났다. 한국에는 박정희장군이 군사쿠테다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고 필리핀에는 마르코스가(변호사) 주도한 반미 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다.
당시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 잘 사는 나라로 우리나라에 장충체육관을 지어줬다. 그후 마르코스가 대통령이 되고 반미주의를 선택 수빅만에 있는 미 해군기지를 철수시키고 지금은 경제가 어려워져 여성들이 외국 파출부로 나가는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박정희 장군은 군시절 공산주의에 가담한 전력이 있어 우려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이념을 이어받아 '반공을 국시(國施)"로삼고 경제발전에 매진했다. 전두환 대통령으로 이어지면서 반공과 박대통령의 미완성 경제를 성장률 12%까지 끌어올려 고도성장과 저물가시대를 열었다. 그래서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은 안정된 민주주의 정치를 펼칠 수 있었다.
그 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좌파정권이 집권하면서 지하에 잠복했던 친중 종북 공산주의이념 세력이 다시 등장하면서 세력화했다. 정권이 교체 됐지만 보수 대통령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이념이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추구했고 박근혜대통령은 창조경제만을 추구했다. 지지층이 공유하는 핵심 이념이 없었다. 그러디 보니 정권 초기에 광우병 괴담 파동과 세월호 사건이라는 외적 충격에 이념적 연대감 없는 지지층이 순식간에 흔들려 정권이 무너졌다.
윤석열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전 후로 이념을 강조하는 건 이런 맥락과 무관치않다. 정치 초년생이라지만 1년 동안 두 대통령에게서 터득한 학습효과다. 처음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이었는데 요즘에는 공산주의, 반국가세력, 야당이 배경에 있는 이권카르텔 등으로 타깃을 옮겨 잡고 있다.
윤대통령은 국민의 힘만으로 내년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 같다. 대통령을 받쳐줘야 할 집권여당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각에 있는 한동훈 원희룡 장관이 지켜내고 있다. 그래서 무골정당(뼈가 없어 흐물흐물한) 웰빙정당이라 불리는 것이다. 윤대통령은 경험 많다는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섣부른 '포용'이나 어정쩡한 '타협'보다는 분명한 이념선택으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윤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문재인, 조국, 추미애를 거쳐 이준석, 김종인, 유승민, 홍준표, 이재명 까지 체험하면서 포용이나 협치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흰 개꼬리 굴뚝에 3년 넣었다 꺼내도 흰 개꼬리'라는 속담도 있다. 표도 안 되는 호남에 대한 구애나 중도층 공략보다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지지층을 넓히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윤대통령은 민노총과의 정면대결과 친일파 논란을 감수하면서 한일관계 복원 문재인 정권의 친중 종북 노선 지우기 등 이념적 이슈에서 비교적 성공을 거두었다. 국정수행 평가는 들쭉날쭉 하지만 지지층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윤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이 파괴시킨 대한민국 건국이념과 체제를 바로 세우려는 것이다.
지도자의 결단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총선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과거 전통적인 총선전략으로 보면 역대 보수정권은 이념의 틀을 넓힐 때 선거에서 승리한 적이 많았다. '나라가 망하는 데는 왕의 책임도 있지만 졸부의 책임도 있다'라고 했다. 윤대통령의 이념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총선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못 지키는 것은 내년 4월 10일 국민들의 똑바른 정신에 달려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