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괭이밥 외 2편 배주선
봄날,
황산벌 전장에서 산화한
어느 백제병사 아내의 지순한 넋으로 피어난
눈모시 꽃
그 슬픈 사연으로
그토록 흐린 날에도, 모두가 잠든 밤에는
홀로 온몸을 말아 감춘다
황산벌을 아직 떠나지 못한 붉은 넋
흘려야 할 눈물이 더 없어
꽃으로, 눈모시 꽃으로 피어날 수밖에 없다
먹구름이 지나간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
낯익은 두 사람이 그 무지개를 건너고 있다
`````````````````````````````````````
그 새가
어젯밤
천둥 번개가 먼저 오고, 그 다음
폭포처럼 비가 내렸다
그 비는 아이 울음처럼 뚝 그치고,
여물어진 햇빛이 눈부신 초여름,
그 이른 아침
진정, 방안으로 날아든 이름 모를
한 마리의 새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문 위로,
샹들리 사이로 자유를 누리던 새
휑하니 달아난다
서울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배웅하던
터미널 벤치에 앉아
죽마고우의 부음을 듣는다
그, 새가, 그, 새, 새가, 새가, 새가
``````````````````````````
돌팔매 언덕
언제 적이었나 한 무리의, 천둥벌거숭이
내 동무들이 언덕으로 달아난다
이마에 손 올리면 흐린 눈에도 밟히는
돌팔매 언덕
한의 깃발이 펄럭이는
늙은 귀목나무가 감노을에 불타고 있다
이젠 울지 않겠다고
김장독 누르듯 꾹꾹 눌러
너래 밑에 밀어 넣겠다고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성황당에 돌 던져 다짐했다
울었다,
목 놓아 울었다 고향 길은 늘 그랬었다
그분이 소천한 뒤부터
``````````````````````
배주선
강원현대시문확회 회원
강릉원주대학교평생교육원 시창작과정(2년)수료
관동대학교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1년) 수료
관동대학교 현대시창작과정 (1년) 수료
`````````````````````````````
당선소감
아직은 늦더위가 기승인데, 아침에 매미 울음소리가 요란하고 풀벌레소리도 들린다. 가을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벌써 가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만약 내가 다시 한 번 살 수 있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 것을 습관으로 삼을 것이다.” 찰스 다윈의 말이다. 시를 읽으며 음악을 듣는다. 생각만 해도 삶이 풍요롭다. 욕심이 생겼다. 시를 쓰겠다는……,
늦깎이에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어쩌면 어쭙잖은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단순한 사춘기적 소년 같은 욕심이 아니라 순전히 성찰(省察)에서 시작했다. 원체 시적 감각이 부족하고 둔재인지라 아직까지 ‘절 말’(詩) 알아듣는 귀도 채 열리지 못했는데 등단이라, 기쁘기에 앞서 두렵고 부끄러움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등단 소식에 어릴 적 동네 친구들 생각이 나는 것은 아직도 내 마음에 꿈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심사위원님들께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라는 다짐을 둔다. 지도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 더 많은 채찍을 기대한다.
첫댓글 회장님, 늘 귀한 작품들 찾아 올려 주시어 편히 잘 감상 합니다.. 고맙습니다~^^
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