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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베이징에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화상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4일 오후 개막한다.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이날 먼저 개막하고, 명목상 최고 심의·의결기구로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일 시작된다. 양회는 매년 3월께 중국에서 열리는 정협과 전인대 등 두 개의 큰 정치 행사를 일컫는 말이다.
중국 각지의 인민대표와 정협 위원들은 양회 참석을 위해 며칠 전부터 베이징으로 모였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과 관련한 지난해 정책 성과를 점검하고, 새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정협은 오후 3시(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올리고, 전인대 연례회의는 5일 오전 시작된다. 두 행사는 각각 10일, 11일 끝난다. 양회는 통상 2주 동안 열리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는 일주일가량으로 단축돼 치러져 왔다.
올해 양회의 관심사는 △경제성장률 목표와 경제 정책 운용 방향 △코로나 방역 정책 △대외 정책 등이다. 올 가을 새로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있는만큼 국내외적으로 ‘안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연말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토대로 한 해 경제성장률, 고용 목표, 국방 예산 등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는 지난해(6% 이상)보다 낮은 5% 수준이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계획했던 ‘6% 이상’보다 높은 8.1% 성장을 기록했다. 궈웨이민 중국 정협 대변인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외부 환경이 더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지면서 우리 경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지만, 정협 위원과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안정적이고,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지난해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 경제가 수요 축소, 공급 충격, 성장 전망 약세 등 ‘3중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적극적 재정 정책과 완화적 통화 정책을 예고했다. 다만, 이런 정책 기조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내세운 핵심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와 다소 상반되는 방침이어서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다. 공동부유는 ‘다같이 부유하게 잘 살자’는 뜻으로 성장보다 분배에 무게를 둬, 빈부격차를 줄이자는 경제 정책이다.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칭링)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중국은 현재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지역 전체를 통제한 채 전수 조사를 해서 확진자 등 원인을 박멸하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칭링 정책이 중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올 가을 시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때까지 이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외 정책 기조를 통해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도 엿볼 수 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중국의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의식해 기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을 향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도 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은 피해왔다. 이번 침공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책임을 물으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나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