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붙었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겨울 비수기에 앞서 막바지 분양을 서두르는 가운데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늘고 순위 내 청약 마감이 잇따르고 있다.
분양권 전매 제한이 완화된 지방의 경우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이 다시 등장하고, 이들을 단속하기 위한 국세청 단속반까지 출현했다.
건설업계는 최근 정부가 지방 6개 도시의 분양권 전매를 완화한 것이 계기가 돼 움츠렀던 시장이 살아나는 게 아닌지 기대감을 보인다.
모델하우스 인파 늘고 떴다방 다시 등장 지난 19일 문을 연 경기도 용인시 성복지구 경남아너스빌 아파트 모델하우스(아래 사진)에는 사흘간 2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경남기업 김수년 과장은 “미리 준비한 팸플릿 2만부가 동이 나 추가로 2만부를 주문했다”며 “지방에 대한 규제완화가 수도권까지 투자심리를 안정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도 감지되고 있다. 부산 남구 용호동 오륙도 SK뷰(아래 사진)에는 지난 19일 개관 이후 1만5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려 모처럼 모델하우스 밖까지 200m나 줄을 서는 진풍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한동안 사라졌던 떴다방이 등장했고, 국세청 직원들이 단속을 나와 불법 전매행위를 금지하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이 회사 하두천 부장은 “냉랭했던 부산 시장이 분양권 전매 완화의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대우건설이 지난 17, 18일 남악신도시에 분양한 옥암 푸르지오에는 서울과 인천·용인 등지에서 원정온 떴다방 30∼40명이 몰려 호객 행위를 했다. 분양도 1∼3순위까지 550가구 모집에 2248명이 신청, 평균 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남도청이 이전하는 신도시의 첫 분양이기도 하지만 비투기과열지구여서 계약과 동시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때문에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함께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경남 밀양에서 청약을 받은 밀양 삼문푸르지오도 457가구 모집에 1467명이 몰려 평균 3.2대 1로 전 평형 순위내 마감되기도 했다.
19일 충북 청주시 산남지구 분양을 위해 문을 연 현진종합건설·계룡건설·대원건설 등에도 방문객이 꾸준히 이어졌다. 18일 하루 먼저 문을 연 현진에버빌 모델하우스에는 첫 날 7000여명이 다녀간 데 이어 19일에도 비슷한 규모의 인파가 몰렸다.
이 회사 우주식 소장은 “행정수도 위헌 결정으로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며 “청주시내 아파트 공급량이 적었다보니 지역내 대체 수요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고가 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인천 송도신도시 도개공 웰카운티 아파트에도 관람객이 북적거린다. 19일 오전 3000명을 비롯해 오후까지 1만여명이 다녀갈 것으로 공사는 예상했다. 청약자격이 인천 주민에 우선 공급되지만 부천·서울 강서·목동 등 서부지역 주민들도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회복 단정은 아직 일러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아직 회복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청약통장 사용보다는 3순위 청약이 대부분이다. 가수요가 많은 것이다.
18일 청약 마감한 옥암푸르지오에는 청약통장이 필요한 1, 2순위에는 각각 51명과 48명만 청약에 참여한 반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3순위에 2149명이 몰렸다. 밀양 삼문푸르지오도 1, 2순위에선 193명에 불과했으나 3순위에서 1274명이 집중됐다.
이러다 보니 계약은 청약률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전 가구 순위내 마감됐던 밀양 삼문푸르지오는 계약이 50%선에 머물러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분양권 전매 완화, 투기지역 해제 등 잇따른 규제 완화로 청약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계약률까지 올라가려면 투자심리가 더 풀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