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바람이예요.
바람이 불어와요, 어둠 속
살랑 불어오는 바람이지만, 이 바람이면
지난 대보름에 날리우지 못한 연을
띄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연실을 잡고 내쳐 달릴께요
바람이 일거든 아버지, 연을 띄우세요
연이 뜨거든 얼른 연꼬리를 잡고 높이
하늘 높이 날아 오르세요
샛별을 징검돌로 차고 오르세요
앗,별똥별이날아와요피하세요아버지 !
휴우, 큰일 날뻔 했어요
저는 더 이상 아버지 모습을 바라볼 수가 없어요
저기 낮게 내려와 반짝이는 저 별이
앓아 누워계신 내내 머리맡 창으로
아버지와 눈 맞추며 이야기 하던
그 별이예요, 아버지 별이예요
연이 그 별 가까이에 가거든
퍼얼쩍 뛰어 그 별에 올라 타세요
그 별에 올라 커다란 망원경으로
절 내려다 보시는 거예요
오늘처럼 제가 젖은 눈으로 올려다 보거든
웃어 주시는 거예요, 손 흔들어 주시는 거예요
아버지 바람이예요
바람이 불어와요, 어둠 속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지만, 이 바람이면
지난 대보름에 날리우지 못한 연을
띄울 수도 있을것 같아요
2003. 음 1. 28.
* 이 시를 쓰고 열흘 후 아버지는 별에 오르셨다.
지금 몇시 쯤이나 되었을까?
눈을 떠도 깜깜한 어둠
눈을 껌벅이다가 차라리 꼬옥 감는다
어둠 속 별들이 하나 둘 불을 밝히고
나는 아버지가 타고 날아가신 연 꼬리를 붙잡고
피터팬처럼 별들 사이를 날고 있다
저기 반짝이는 샛별이 아버지 별이야
아버지 별에 놀러 가 볼까?
어스름 초저녁 점점 가까워지는 기침소리
들에 나가셨던 아버지 오신다
소 꼴 지게를 내려 놓으시며 끄응
참았던 숨을 크게 몰아 쉬는 젊은 아버지
꼴 지게 위에 얹혀있던 빠알간 산딸기를
넝쿨째 건네어 주시며 씨익 눈맞춤 하시고는
이내 소에게 꼴을 주신다
소를 자식처럼 끔찍하게 생각하시던 아버지
저승에서도 소를 키우시는구나
저녁 밥은 어떻게 드실까?
어머니는 이승에 계시는데
아버지 혼자서 어떻게 해서 드실까
어머니도 밤마다 아버지 별에 다녀오실까
젊은 새댁되어 수건 머리에 쓰고
고봉밥 담은 광주리 머리에 이고
아버지께 밥을 날라다 주실까
그런거구나 ! 아버지는 밤마다
어머니가 날라다 주시는 밥을 드시는구나
부부싸움 한번 없이 정이 깊으시던 부모님
어머니는 아버지가 얼마나 그리우실까
어머니의 겨울밤은 얼마나 길고 길까
2019. 01. 30.
정이 깊으시던 부모님
어릴 적, 무슨 일인지 엄마가
아버지께 바가지를 박박 긁으셨다
"허허이~ 늬네 엄마 왜 저런다니?"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시더니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신 아버지
며칠 전 퇴근하니 아내가
엄마처럼 바가지를 박박 긁었다
말대꾸 하지 않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밤길을 걷고 걷다가 중국집에 들어가
짬뽕에 소주를 마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 하늘에 아버지의 별이
나를 내려다 보며
빙긋이 웃으셨다
허허이~ 늬네 엄마 왜 저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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