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어방축제
글,사진//유성 (박한곤)
살다보니 가까운 곳을 업신여기고 먼 곳 여행지를 향한 꿈을 잠재우기 위해 집을 나선다.
전철을 두어 번 갈아타고 세상일 벗은 자유의 홀가분함으로 남천동 바닷가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걸어 광안리 해변으로 옮겨보는 바닷가 산책길을 걷는 여유로움, 이것이 실로 얼마만인가!
보배를 장식하고도 보배를 모르고 살아가는 어리석음은 흔히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감기처럼 흔한 병은 아닐는지! 가까운 곳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경치를 모르고 살아왔던 안일한 마음을 꾸짖어 본다.
옛날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남천동 해변의 차 없는 거리는 푸른 하늘과 넓은 바닷가에 바로 인접한 넓은 해변 길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둔탁한 기분을 덜어내기 위해 아름답게 칼라로 장식되어 있다. 칼라로 장식 한 것만이 아니고 걸어가는 발아래의 감촉이 스펀지를 밟고 걷는 안락한 느낌을 줌으로 마음을 더 없이 행복하게 해 준다.
오늘은 어방축제가 시작되는 날이다.
해변에 가설한 음식점 천막 앞, 비치파라솔과 의자들이 손님을 부른다.
음식 장사는 광안리 주변 동의 부녀회에서 한다고 한다.
음식 값이 저렴한 것도 좋지만 수익금을 불우 이웃 돕기에 쓰인다고 한다.
내가 만난 아주머니는 8년째 자원 봉사를 한단다. 부산은 많은 자원 봉사자들의 힘으로 새로운 인정과 우정의 가교를 광안대교보다 더 크고 아름답게 꾸며 가기에 도시 골짝마다 인정의 샘물이 넘쳐흐른다.
해변에는 연인과 친구와 이웃과 가족 등 여러 형태로 모여든다. 나는 한 동에 사는 동생과 파라솔아래에서 바다를 벗 삼아 홍합, 파전과 부산 토속주로, 사람소리와 바닷소리를 들으며 먹고 마신다. 형제와 이웃의 소중함을 느끼며 먹고 마시는 음식이 뼈가 되고 살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이라도 사랑의 물을 주지 않으면 쉽게 말라죽는 연약한 나무인 것이 인간과의 관계인 것이다. 멀어지기 전에, 죽기 전에 있을 때 잘해! 하는 말은 헛말이 아니다.
오늘 따라 사람들은 모두가 기쁜 얼굴로 보이고 짜증내는 사람은 볼 수 없다. 이왕이면 웃고 즐겁게 사은 것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으니 자기만을 아는 사리사욕이란 침입자를 늘 경계해야 한다.
바닷가에 오면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지는 느낌에 젖어들고 속삭이는 파도 소리가 사랑의 시를 읊조리기에 마음에 낡은 사랑의 끈을 새것으로 바꾸기 좋다.
해질녘 때를 맞춰 길놀이 페레이드가 흥겨운 볼거리로 시야를 당긴다. 바다마을의 의미를 담은 가장행렬, 악대들의 행렬, 삼바춤 행렬 등등을 보니 우리네 삶의 파도가 예술로 이어져오고 이어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물줄기와 비바람을 받아주어도 넘치지 않는 바닷가에오면 그 깊은 침목속의 큰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교만은 사그라지고 수평선에 한일(一)자를 금 그어 놓고 우리를 하나 되는 마음으로 겸허 하게 살라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밀려오고 밤의 축제를 위한 열기가 더해가는 시간, 자리를 뜨니 헤르만 헤세의 행복이란 시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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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헤르만 헤세
행복을 위해 쫓아다니는 한
당신은 아직 행복을 누릴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것입니다.
비록 모든 사랑스러운 것이 당신의 것이 된다 해도
당신이 잃어버린 것을 한탄하고
목표를 정하고 초라하게 있는 동안은
당신은 아직 평화의 뜻을 모르고 있습니다.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어떠한 목적도 모르고
행복이란 말을 부르지 않을 때
그때야 비로소 세상만사의 흐름은
당신의 마음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오.
당신의 영혼은 안식을 찾을 것입니다.
08/04/11/부산 광안리 어방 축제
첫댓글 "어방" 이 무슨뜻인교?
어로활동이 활발했던 수영지방의 어업협동체를 일컫는 말 ^^
언제 갔다 왔수?^^
카피아이가 ^^
뭔가 어리버리한 축제인줄 알았더니 똘망똘망한 아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