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분양시장은 그다지 밝지 않다. 정부가 실수요자의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며 지난달 내놓은 8·29 대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 때문이다.
청약에서 입주 때까지 약 3년이라는 시간차가 있지만 기존 주택시장 침체는 분양시장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주택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 혹은 투자 시점을 계속 늦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먹구름만 낀 것은 아니다. 지역·상품별로 희비가 갈릴 것 같다.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소형(전용 85㎡ 이하)에는 주택 수요자가 몰릴 것 같다. 서울 출퇴근이 편리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내린 단지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8·29 대책도 변수다. 8·29 대책 이후 분양시장에 활기가 돌 기미도 보인다. 8·29 대책은 분양시장을 부양하려는 조치가 아니지만 주택 거래 활성화를 기대한 수요자들이 새 아파트 분양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8·29 대책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도 안양시 관양지구에 짓는 휴먼시아 아파트에 대해 1순위 접수를 한 결과 평균 3.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8월 초 인기 지역인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나온 단지조차 순위 내에서 미달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와중에 이달 말부터는 분양시장이 활짝 열린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 결과 이달 말부터 연말까지 서울·수도권에서 5만30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특히 연말 분양시장에는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단지가 적지 않다.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단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라면 중소형 위주로 신규 분양 단지를 공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분양가 인하 등에 적극 나서고 있어 실수요자라면 유리한 조건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연내 서울·수도권 5만3000가구 분양
관심이 가는 곳은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수도권 공공택지다. 남양주 별내지구에서는 우미건설이 중대형 아파트 396가구를 분양하고,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서는 롯데건설과 한진중공업이 중대형 1400여 가구 대단지를 공급한다.
인천 송도국제복합단지 A3블록에 공급되는 이 단지는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과 송도국제학교가 인근에 위치한다. 판교신도시와 분당생활권으로 분류되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지구와 여수지구에서도 분양을 시작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0월께 성남시 여수지구 B-1블록에서 1039가구, 성남시 도촌지구 C-1블록에서 528가구의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여수지구 B-1블록은 공급면적 98~112㎡로 청약저축 가입자가 청약할 수 있다. 분당선 전철 야탑역이 인근에 위치하고,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와 성남대로 등을 통해 강남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기존 인프라와 편의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도 분양한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서초구 반포동에서 삼호가든 1·2차 재건축 단지를 내놓는다.
지하철 9호선 사평역 역세권이며 3·7호선 고속터미널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가 강점이다. 원촌초·반포고 등으로 통학이 가능하다. 아현뉴타운 인근에서도 분양 물량이 나온다. GS건설은 서울 서대문구 아현4구역을 재개발해 1150가구 중 124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부담은 줄고 혜택은 늘고
요즘에는 분양가 인하 바람에 거세다. 건설사들은 분양률을 높이는 데 가격인하만한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인천 용현동에서 나온 현대엠코 아파트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3㎡당 100만원 정도 낮은 덕분에 순위 내에서 청약이 마감됐다.우미건설은 이달 말께 선보일 남양주 별내지구 단지를 3.3㎡당 평균 1100만원 선에 내놓을 예정이다.
인근에서 분양된 아파트보다 3.3㎡당 40만~50만원 저렴하다. 우미건설 양영한 마케팅팀장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월드건설도 서울 고척동에서 내놓을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다소 싸게 정하기로 했다.
금융조건이 좋아진 것도 가을 분양시장의 또다른 특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10월께 분양할 수원시 권선구 아이파크시티 3차의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 계약금은 20%에서 10%로 낮출 계획이다. 문턱을 낮춰 수요를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동문건설도 고양 삼송지구에서 내놓을 타운하우스에 대해 계약금 할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을
그렇다고 이런 조건만을 바라보고 무작정 청약하는 것은 곤란하다. 직접 들어가 살겠다는 생각으로 입지여건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단지를 골라야 한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기존 기반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생활·교통·교육여건이 좋은 게 장점이다.
계획적으로 개발되는 공공택지는 쾌적성에서 도심 아파트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원 등이 많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남양주 별내지구, 고양 삼송지구 등지는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어서 서울 출·퇴근도 나쁘지 않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청약 전 해당 지역을 직접 찾아 입지여건이나 주변의 건축계획 등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매제한 등도 입지여건 못지 않게 집을 고르는 데 중요한 요소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대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계약 직후 팔 수 있다. 공공택지는 최장 10년간 팔 수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제외)·남양주·고양시 등 과밀억제권역에서는 3~5년간 분양권을 팔 수 없고, 별내·삼송지구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이어서 전용 85㎡ 이하 주택은 7~10년간 거래가 안된다.
자료원:중앙일보 2010.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