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종자종묘나눔
'21가지 얼굴 성형, 그날 이후 나는 ‘괴물’이 되었다'
(경향, 2014.5.17)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증 없는 의사에게 수술 후 부작용으로 얼굴·마음·가정까지 상처입은 김복순씨의 악몽같은 5년
김복순씨(48)는 매일 사람들이 잠에서 깨는 아침이 돼서야 감기지 않는 눈에 4종류의 안약을 넣고, 수면제를 먹은 뒤 잠이 든다. 그는 성형수술 피해자다.
김씨는 2009년 6월15일 의사 이모씨(55)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의원’에서
현금 3000만원을 주고 얼굴에만 21가지 시술과 수술을 받았다.
하이소프트실리콘을 사용한 융비술, 비주내림, 비공축소, 비익내리기, 나이스리프팅을 통한 볼 확대 및 앞광대 확대,
쌍꺼풀 수술, 하안검 성형술, 앞트임· 뒤트임 수술, 애교살 수술, 보형물 삽입을 통한 이마확대·턱끝확대·코밑확대 수술,
필러 주입을 통한 윗입술확대·아랫입술확대, 귀족수술, 보형물 삽입을 통한 관자놀이 확대, 눈썹 이식, 속눈썹 이식,
포토RF, 이마흉터 제거.
성형피해자 김복순씨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법원 앞에서
그동안의 경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슬픔에 겨워 눈을 감고있다.
온 얼굴이 성형수술 피해 ‘살아있는 증거’
용어도 낯선 이 수술들을 하루 만에 끝낸 후 김씨는 ‘괴물’이 됐다.
코는 콧물을 들이켜는 것도 힘들 정도로 찌그러졌고, 눈은 위꺼풀과 아래꺼풀이 모두 제거돼 제대로 감기지 않는다.
인공눈물과 항생제 등 안약을 매일 넣는다.
시력도 많이 떨어졌다.
보형물 삽입을 위해 절개한 이마에는 머리카락이 더 이상 나지 않게 됐다.
입술에 주입해서는 안되는 필러제가 투여된 보라색 입술은 최근에서야 약간 감각이 돌아왔다.
눈썹은 시술 부작용으로 모두 빠져버렸다.
밤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른다.
그녀는 “도저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했다.
김씨의 머리카락은 2㎜를 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을 성형수술 피해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했다.
수술을 끝까지 반대했던 남편은 수술 후 흉측해진 김씨의 얼굴을 보며 속앓이를 하다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지금은 암까지 발병해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와 남편은 이혼은 하지 않은 채 4년째 따로 살고 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외동아들은 남편의 친척이 맡아 기르고 있다.
지난해 겨울방학을 맞아 자신을 찾아온 아들에게 김씨는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큰 선글라스와 마스크, 모자를 쓴 채 아들을 맞은 김씨는 “엄마가 큰 교통사고를 당해 얼굴이 다 망가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월 30만원을 지원받고 있다.
SH공사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만원짜리 단칸방을 마련해줘 홀로 생활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동네 교회 여섯 군데를 돌아다니며 밥 한끼씩 얻어먹는다.
그마저도 눈치가 보이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수술을 받기 전까지 김씨는 굳이 짙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예쁘다”는 말도 들었다.
성형수술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미용실에서 읽은 성형외과 광고가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열심히 일하는 것에 비해 큰돈을 모으지 못하는 것이 고민이었던 김씨는 자신의 코 모양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그녀의 지인이 “네 콧구멍이 약간 들렸는데,
사주에 그런 코 모양이 돈이 안 모인다더라”고 한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던 것이다.
때마침 미용실에서 그녀는 ○○성형외과의원 광고를 보게 됐다.
코볼을 아래쪽으로 내리는 수술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한달여간 30여군데의 성형외과를 방문했다.코볼을 4㎜만 내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1~2㎜ 정도만 내리면 된다”며 4㎜는 무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잡지 광고에 난 ○○성형외과의원에서는 다른 답이 나왔다.
“4㎜는 충분히 내릴 수 있습니다.”
김씨는 그때 의사 이씨가 ‘신’처럼 보였다.
다들 불가능하다는 수술을 이씨만 유일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라며 다른 성형외과 의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녀는 잡지에서 찢어온 여성모델의 코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해달라”고 했다.
이씨는 “다 가능하다”고 했다.
또 “코만 하면 얼굴의 전체적인 조화가 깨진다”고 했다.
이씨의 말에 솔깃해진 김씨는 그의 제안대로 얼굴의 대부분을 수술했다.
그러나 현재 김씨가 보는 거울에는 스스로 ‘괴물’이라 부르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손배소송 이겼지만 한 푼도 못 받아
김씨는 이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지난해 8월 1억1000만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10개월이 되도록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법원은 이씨의 수술 대부분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씨는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의과대학만 졸업한 일반의였다.
그가 주장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라는 것도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 모두에게 주는 ‘자격증’ ‘수료증’에 불과했다.
정부가 인정하는 전문의 면허가 아니다.
의사협회광고심의위원회는 “국제성형외과 전문의라고 광고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지난 12일 기자를 만난 김씨는 “성형수술로 내 인생은 망가졌고,
그 의사가 내 인생을 망친 것”이라며 울었다.
들이켜지지 않는 콧물이 코에서 흘러내렸다.
류인하 기자
첫댓글 ㅉ
너무 욕심이 많아서 얻은 반대급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