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해법 막판 기싸움… 韓 “전범기업 기금내야” 日 “어렵다”
양국 ‘韓재단 배상 호응조치’ 이견
韓 “미쓰비시-일본제철 참여해야”
日 “정부가 재단참여 강요 못해”
오늘 서울서 국장급 협의 주목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올봄까지 해결하겠다는 공감대 속에 막판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 해법의 최대 관건인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대해 서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3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 당국 간 국장급 협의에서 접점이 만들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 호응 조치 흘리는 日, 韓 “아직 부족”
일본 언론은 30일 국장급 협의를 앞두고 주말 사이 한국의 방안에 대한 ‘호응 조치’로 가능한 선택지들을 잇따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29일 일본 정부가 한국이 결정할 징용 문제 해법과 여론을 지켜보면서 “문서 발표나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형식으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한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견해를 설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통신은 “일본 정부는 재단이 배상금 반환을 피고 기업에 요구하는 구상권을 포기하면 뜻이 있는 일본 기업이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금을) 기부하는 것을 용인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피고 기업은 2018년 대법원에서 대법원 판결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 책임이 있는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가리킨다. 산케이신문은 28일 한국을 수출 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로 복귀시키는 등 2019년 7월 시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생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해법에 호응하는 조치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을 토대로 한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의지’ 표명 △일본 기업의 재단 기금 조성 참여 허용 △수출규제 조치 완화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직접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두 기업의 직접 배상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 두 기업이 재단이 조성하는 기금에 기부를 통해 참여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일부 피해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문제 해결에 매진하는 만큼 일본도 양보안을 더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핵심 호응 조치로 내걸고 있는 수출규제 조치 완화에 대해 “당연히 풀려야 하는 문제지, 정부 해법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호응 조치로 수출규제를 완화하면 2019년 7월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관리 차원이지 (강제징용 문제) 대항 조치가 아니다”라고 한 주장을 스스로 뒤엎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전범 기업 참여 놓고 한일 막판 신경전
양국 정부는 특히 일본 정부가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의 재단 기금 참여를 독려하거나 보증해줄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피고 기업의 직접 배상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그 기업들에 재단 기금에 참여하라고 하기도 어렵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하는 해법이 정부가 바뀌어도 뒤집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양국이 상반기 내에 강제징용 문제 해결해 정상 간 셔틀외교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복원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가고자 하는 경로가 다른 상황”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