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이 개봉될 무렵에 송강호씨와 했던 인터뷰에서 '이터널 선샤인'이나 '500일의 썸머'의 경우와는 정반대에 놓인 듯한 상황에 대해 들으며 무척 흥미로웠던 기억도 나네요. '복수는 나의 것'에 출연하게 된 까닭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거든요. "출연 제의를 3번 거절 하다가 결국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거부와 승락의 이유가 동일하다는 겁니다. 처음 접하게 됐을 때 그 영화가 황당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 거부의 이유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바로 그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와 결국 하기로 결심하게 됐다는 거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의 간격은 사실 그다지 멀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둘은 때로 동전의 양면이기까지 하지요. 예를 들어,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괴로운 성장 시절을 보낸 여자가 성인이 된 후 다시금 폭력적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없지 않다는 당혹스런 사실에 대해 뇌생리학에선 이렇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는 자신의 원형과 거리가 먼 관계를 고통스러운 고립으로 파악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변연계에 반응이 잘 이는 상대를 선택하게 되는데, 스스로의 애착 매커니즘에 들어맞으면 그게 설혹 끔찍한 폭력성이라고 해도 거부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서 오시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따분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것에는 금세 싫증을 느끼게 되어 있어. 반면에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대개 지루한 것이야.” 이런 오시마의 견해를 계속 밀고 나가면, 삶은 지루함과 싫증 사이를 오가는 무망한 진자운동일 수도 있게 됩니다. 어쩌면 우린 싫어할 수 없는 대상은 애초에 좋아할 수도 없는 건지도 모르고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가 있었던 대상입니다. 우리를 절망시키는 것은 우리가 두려워해왔던 것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의 무릎을 꺾게 만드는 것들은 우리가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기대해왔던 것들입니다.
첫댓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사이의 간격은 사실 그다니 멀지 않습니다
이 문장 되게 공감간다..
싫어할수 없는 대상은 좋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글 좋다~
재밋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