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데뷔
*
다른 멤버들의 활약으로
우린 겨우 한 축구팀 정도의 인수가 되었다.
뭐 내가 알던 애들은 거의가 모범생이라서
부를 수가 없었다.
"우리보고 저것도 일진이냐고 비웃었어!
모략아! 듣고 있어?"
"응? 뭐라구?"
"저번에 우리가 거리에 나갔는데 옆에서
우릴 막 까대는 거 있지?
선배없다고.
저런게 무슨 일진이냐고."
"게다가 그렇게 말한 애들 중에 우리학교 애들도 있다는 거야.
크으- 정말 슬프지 않아?"
"그래?
그 애들은 거의 어느학교 애들인데?"
"옆학교."
"바로 옆인데 거긴 일진이 있었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우리 데뷔무대를 옆학교로 하는 건 어때?"
"그럴까?"
"응. 옆학교 일진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자!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센지도!"
"11명 가지고?"
"왜? 안되나?"
장난하니..
우리가 싸움 잘하는 애들만 모은,
전통있는 일진들을 이길 수 있겠니.
같은 인원수면 모를까.
"왜 안돼? 할 수 있어!"
갑자기 우리 일진회의 짱인 문주원이 말했다.
그리고는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박모략만 있다면!"
*
마빈이가 옆학교 일진에게 시비를 붙였고
그걸 계기로 우리는 옆학교 일진과 붙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린 내일 있을 옆 학교와의 싸움을 위해
나의 작전을 듣고 있다.
"...하면 되는거야. 이 작전의 이름은 환상 데뷔 작전!
알았지?"
조금 자신은 없었지만 확신있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만 하면 돼?"
"그렇다니까!"
내가 여기서 '글쎄..'등의 애매모호한 말을 하면
우리는 풀이 죽어서 제대로 싸우지도 않을거다.
"알았어! 모두 알았지?"
문주원이 확신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선 '나 잘했지?'하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돌아봤다.
어쩌란 거냐.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까?
아무리 문주원이 우리의 짱이라고 해도
아직 까진 별로 위치가 높지 않았다.
즉, 애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일단 알긴 알았는데.."
"우아- 떨린다."
"문주원. 너 저쪽 3학년들에게 맞고 울거나 그럼 안돼!"
"안그래!"
그렇게 작전설명이 끝나고
문주원과 나는 같이 집으로 돌아갔다.
"야. 문주원."
"왜? 뭔가 다른 작전이라도 있어?"
"너 일진 해 본 적 있어?"
"아니. 스포츠는 조금 해 봤는데."
"조심해. 룰이 없으니까.
뭐 여기에도 룰이랄게 있긴 하지만
그렇게나 잘 지키는 편은 아니야."
"알았어.
여튼 그 쪽 짱을 쓰러트리는 게 급선무다 이거지?"
"어쩌면 그쪽 짱은 마지막쯤에 나올 수도 있으니까
힘은 남겨두고."
"알았어. 열심히 할게."
문주원은 웃으며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왜일까. 이녀석이 불안해보인다.
아무래도 비실비실한 겉모습 때문이겠지.
그 겉모습때문에 얕보이면 좋으련만.
*
다음날.
방과후가 되자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장소에 갔다.
"이제야 오네.
11명이나 되는 애들 모아오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늦으셨나?"
어떤 여자가 말했다.
"어? 마빈이잖아? 너도 일진이야?"
"응! 나도 일진이 됐어!"
"햐- 이거 아무나 잡아서 일진된거 아냐?
안해봐도 뻔하다."
"그건 해보고 나서 말하라고!"
내가 발끈 해서 소리쳤다.
"그래? 그럼 그 잘난너희하고 지금 붙어볼까?"
"그래!"
이리하여 시작된 싸움.
숫적으로는 우리가 1대 15 쯤의 상황으로 싸워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았다.
"야, 이거 우리가 좀 줄여서 왔어야 했나?"
어떤 애가 킬킬거리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그 말을 맞받아 치곤
그 녀석을 고꾸라트렸다.
얕보였네.
11명이라고 얕보고 있는거야.
아니면 내가 때릴 거라는 제스처를
1초동안이나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하지 않을리가 없어.
쉽게 이길 수 있겠어.
이 때
문주원이 외쳤다.
"환상데뷔작전실시!"
이렇게 들으니까 되게 창피하다.
여튼 그 말을 시작으로
우린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적들은 조금 멈칫 하더니
그 자리로 맹렬하게 쳐들어 왔다.
노리던 바다!
*
문주원은 잘 싸웠다.
자리가 가까운 지라
녀석이 싸우는 모습을 잘 감상할 수 있었다.
폼도 멋졌고, 기술도 괜찮았다.
마빈의 눈썰미는 좋은가봐.
한번에 그런거 알 수 있다니.
다른 애들도 기대이상의 성적을 보여줬다.
실전과 연습은 다른건가보다.
다행이도 여기 애들은 실전에 강한 타입.
거의 대부분이 나가 떨어졌는데도
옆학교 일진들은 그만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거 끈기 있는거야,
아니면 아직 믿을 뺵이 있다는거야?
어느쪽이라도 괜찮아.
저 문주원이 싸우는 걸 본다면
어느정도 사기는 떨어트릴 수 있어.
왠만큼 잘 하는 애가 아니면.
상대는 이제 3명이 남았다.
이제야 승률이 보이기 시작했네.
그런데 잠깐 저쪽이 싸움을 그만뒀다.
"잠깐만!"
저쪽 애들이 헉헉 거리며 말했다.
"뭔데?"
아직 팔팔한 문주원이 퉁명스레 물었다.
그렇게 물은 지 몇 초 후에
어떤애가 상대편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상교야!"
"미안, 저쪽을 너무 얕봤어.
내가 없어도 충분히 할 줄 알았더니.
너희도 얕본 모양이구나."
저 쪽의 남은 3명은 상교라는 애를 보고
우리를 향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희 믿는 뺵이 왔다 이거지?
저쪽 짱인가 보네.
이제야 나타나다니, 엄청 얕보였나보다.
"혜윰고. 너희 짱은 누구야?"
상교라는 옆학교 짱은 우리를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남자겠지?
음...얘는 너무 비실비실 해 보이고...
너지?"
옆학교 짱은 문주원을 지나쳐
우리멤버 중에서 제일 잘생긴 애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거든!"
문주원이 벌컥 화를 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옆학교 짱은 문주원을 보고 비아냥거렸다.
"싸워보면 알 거 아냐! 왜?"
문주원! 그런 작은 도발에 넘어가면 안돼!
"짱끼리 싸우자고.
그게 제일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아니야?"
옆학교짱은 말했다.
문주원은 나를 향해 돌아봤다.
'어떡하지?'라는 표정으로.
그냥 싸우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본때를 보여주마!"
문주원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너의 때 같은거 보고싶지 않은데_"
그거 웃기라고 한 소리니? 응?
하지만 그 애의 썰렁한 농담으로 모두 진지해 졌다.
이런 경우에 대해서 생각 안 한건 아니지만
어제 작전회의 때
문주원에게 이런경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알아서 잘 해라 문주원!
네 싸움센스는 알아준다고!
방금 니가 싸우는 걸 본 내가 증명해!
문주원은 선빵을 날렸다.
옆학교짱은 피하지도 않고 공격했다.
뭐야. 영화찍나..
...멋있잖아!
그 둘은 마치 대본으로 짜여진 듯한 동작으로
척척 맞춰나갔다.
같은 방법으로 싸우는 건가?
설마 쟤네 둘... 싸움 센스가 같은거 아냐?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 둘의 표정을 보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같은 종류의 스포츠를 배웠거나 할거다. 아마.
그렇다면 우리가 불리한데.
저쪽은 이미 많은 애들이랑 싸워서 경험이 있다구!
우린 초짜고! 이거 위험하잖아!
"우리가 이기겠다. 그치?"
생각없는 마빈이 들떠서 말했다. 이길 것 같냐?
생각 좀 해라 빈아.
문주원이 지면
이제 다시는 내 말을 들어줄 짱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문주원은
다신 이렇게나 전적으로 내말을 듣지도 않을거고
'싫어'
같은 헛소리도 내뱉을거다.
그럼 나는
여기서도 떨어져나가는 거다.
그런건 절대사양이야.
"문주원! 작전변경! 거꾸로!"
"뭐?"
"환상데뷔작전을 거꾸로!"
제발 좀 알아들어라 멍청아!
문주원이 알아들었기를 기대 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얕보였지만
이제 상대편은 우릴 제대로 상대하고 있어.
그럼 우리가 세운 작전순서를 거꾸로 해서 응용하면 된다구.
저 옆학교 짱 녀석은 진심이니까.
*
대부분의 애들이 풀이 죽었다.
그리고, 그 중에 11명의 애들만이 환호성을 질렀다.
"만세! 이겼다!"
"야! 가성고! 우리의 힘을 이제 알았지?"
어이없게 진 가성고의 짱은 피식피식 웃었다.
"그렇게 치사하게 이기고도 좋냐?"
이긴 이유는 이거다.
문주원은 결국 내 말을 못알아 먹었다.
그런데 내 외침에 반응한건 엉뚱하게도 가성고 짱이었다.
뭔가 대단한 작전이라도 나올거라고 생각했는지
가성고 짱이 잠깐 멈칫 했는데
그 때, 뭐에 걸렸는지 가성고 짱이 넘어진거다.
그 틈을 타 문주원이 계속 발길질을 해대서
어이없게 이겼다.
문주원은 지금
강렬하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문주원은
내가 외친 이유가
저 녀석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서 라고 생각하고 있다.
뭐, 그 덕분에 가성고 짱이 넘어지긴 했지만
언제나 이런 행운이 따를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인데...
나는 단지 작전을 말한것 뿐인데.
이런 바보가 짱이라면 고전을 면치 못하겠는 걸.
여튼, 우리는 옆학교를 이김으로서
데뷔무대를 승리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