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운 굽 위에서 한 생生이
저기 한 여자가 걸어간다
아스라운 굽 위에서 한 생生이 놀고 있다
가끔 혼자 가는 길 위의 깊은 생각에 잠기며
음사월 들에 핀 조팝나무 가지 위의 흔 꽃들처럼
열심히 많은 꽃들을 피워 문다
누군가 도리도리 잼잼으로 처음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땐
삐걱거리는 마루장 위에서 곧잘 넘어졌다
물 먹은 하마표 신발을 신고 운동장에 나와 뛰어 놀았을 땐
개나리꽃 가지에 첫봄이 당도한 봄날이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책가방의 무게로 꽃을 피워 어깨가 휘어졌을 땐
멋있지도 않은 단화를 신고 비오는 밤거리를 헤매었다
저기 한 여자가 걸어간다
아스팔트 위에서 딸각딸각 맑은 소리가 귀에 밟힌다
그 소리에 흠칫 놀라 뒤돌아본다
자기가 내는 소리는 결국 자기 구원일 수밖에 없다고 온몬을 떤다
무덤 속에 가선 작은 키를 더욱 낮추며 높은 굽 위에선
절대로 놀지 않겠다고 말한다
마음대로 편리한 랜드로바를 신겠다고
아니, 다 벗어버리고 맨발로 놀겠다고 말한다
저기 한 여자가 걸어간다
아스라운 굽 위에서 한 생生이 저문다
詩 송수권
시집 "파천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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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운 굽 위에서 한 생生이 - 송수권
워니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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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1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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