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군요. 아직 열감이 남아 있어요. 누군가 방금 떠나간 자리입니다. 여기에 앉겠습니다. 이 정도 온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사랑을 빼고 만나야 오래 간다고 했던가요? 기억나는 대로 카페인을 뺀 커피를 주문합니다. 밤이니까요. 두근거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오래 앉아 있을게요. 밑줄을 긋다가도 고개를 젓고 담배를 피우다가도 숨을 참으며. 빈자리가 생기고 다시 채워지고 또다시 떠나는 동안 수도 없이 종을 치는 문틈으로 빛이 들어올까 봐, 미미한 열감에 담요를 덮으면 콧등에 크림 묻는 꿈을 꾸겠지만. 몸을 일으키다 우유를 엎지르진 않겠습니다. 감기에 걸린 거라 해도. 이 정도 온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사랑을 빼고 써야 시가 된다고 했던가요? 기억나는 대로 썼습니다. 오래됐으니까요.
이 카페가 마음에 듭니다.
벽에 낙서가 참 많고
카페인을 빼도 커피 맛이 좋아요.
- 시집〈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민음사 -
사진〈Pinterest〉
각자의 섬*
임 원 묵
조용한 나라에 오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해. 거기엔 소리가 건널 수 없는 절벽이 있고 나는 늘 그걸 두드리고 있으니까. 심야 식당에 앉아 노래를 틀었던 날처럼. 불현듯 이어폰 연결이 끊겨서 너에게 닿을까 두려워. 우리가 같은 노래를 듣고 있었다 해도. 결론은 어제 푼 문제와 다르지 않을 텐데. 아마 돌을 키우는 목장에 가고 싶은 걸 거야. 거기는 낡은 울타리 하나 없는 들판일 테니까. 하지만 돌무더기를 보면 또 무덤이라 부를 테지. 눅눅한 이불을 감고서 깊은 강을 건너는 날은 어떨가. 숨은 참아 낼 수 있겠지. 하지만 헤엄치는 팔다리는 어쩌지 못할 거야. 미안할 테지. 모든 날이 누군가의 생일이고 기일일 텐데. 단 하루도 풍경이 되어 주지 못했으니까. 입을 틀어막고 싶어서 손아귀에 힘을 줄 거야. 그러고도 뭐 하나 때리지 못해 사과만 하겠지.
다음에는 한참 더 멀리 떠나가 볼게.
조용히 빛나는 별만큼 먼 곳을 찾을게.
당신은 거기서 내게 여러 번 돌을 던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