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가야신화를 품은 가야산국립공원에는 20여 개 동 규모의 아담한 백운동야영장이 있습니다.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은 백운동야영장은 최고의 단풍 맛집으로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선사하는데요. 만물상 코스, 용기골 코스를 통한 탐방로도 마련되어 있어 멋진 단풍산행을 떠날 수 있는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동야영장의 시설 정보, 예약 방법, 주변 가볼 만한 곳을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해 보세요!
가야 신화 품은 최고의 단풍 맛집
경북 성주군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동야영장
백운동야영장으로 들어가는 다리부터 울긋불긋하다.
나라에 큰일이 닥쳤을 때 우리 조상들은 기원제를 지내고 정성을 들여서 불경을 새겼다. 강화도에서 경남 합천군의 해인사까지 천리 길을 달려 옮겨진 팔만대장경에는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백성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풀리지 않은 숙제나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해인사를 품은 경남 합천군 가야산으로 향해 보자.
가야산은 신비로운 가야의 건국신화, 정견모주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가야산에 살았던 산신 정견모주는 천신인 이비가지와의 혼인으로 두 아들을 낳았다. 그중 첫째 아들은 대가야의 이진아시왕이 되고 둘째 아들은 금관가야의 수로왕이 됐다. 그러니 가야산은 가야의 뿌리인 셈이다. 여신이 사는 바위로 알려진 가야산 상아덤을 비롯해 가야산 곳곳에 전설이 증거처럼 남아 있다.
9월 1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는 9월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가야고분군(Gaya Tumuli)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10년 만의 결실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 이뤄진 연속유산이다.
웅장한 가야산 아래,
아늑한 국립공원 야영장
(좌) 바위 전시장, 가야산 만물상 코스 (우) 만물상 하산길에 내려다본 풍경, 빨간 백운동야영장이 눈에 띈다.
가야산은 경남 합천·거창군, 경북 성주군에 걸쳐 있는 국립공원이다. 때론 소소하고 때론 웅장한 멋이 공존하는 곳이다. 가야산국립공원에는 세 곳의 국립공원 야영장이 있다. 합천 해인사 가는 길에 삼정야영장과 치인야영장이 나란히 있고 동쪽에 백운동야영장이 자리하고 있다. 세 곳 모두 20여 개 동 규모의 아담한 야영장이다. 가야산 캠핑을 계획한다면 세 곳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해인사나 홍류동 계곡 길을 걷고 싶다면 삼정이나 치인야영장을, 가야산 산행이 더 끌린다면 백운동야영장을 예약한다. 하지만 세 곳 모두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백운동야영장에서 캠핑하면서 해인사를 다녀와도 부담없는 거리다.
백운동야영장은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에 있다. 가야산 동쪽으로 만물상 코스가 있어 사계절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백운동탐방지원센터를 찾아가면 다리 건너가 바로 백운동야영장이다. 야영장에는 관리소가 따로 없고 탐방지원센터에서 체크인을 한다. 예약 차량만 야영장에 진입할 수 있다.
백운동야영장은 아담한 규모다. 입구에서 보면 크게 위쪽 A구역과 아래쪽 B구역으로 나뉜다. 중간쯤에 화장실, 개수대 등 편의시설이 자리한다. A구역은 계단식으로 조성돼 있다. 제일 위쪽에 하우스라 부르는 하얀색 솔막들이 자리한다. 솔막 안에 취사도구, 침낭, 매트 등 캠핑 도구가 없기 때문에 모두 가져와야 한다. 텐트를 치지 않고 편하게 캠핑하고 싶거나 날씨가 나쁠 때 유용한 시설이다. 하우스 한 단 아래에 A11~17 사이트가 모여 있다. 그리고 화장실을 지나면 아래쪽에 B구역 영지가 자리하고 있다.
백운동야영장은 바로 옆에 차를 둘 수는 없으나 비교적 가까운 곳에 주차장소가 마련돼 있어 편하다. 가벼운 짐은 들어서 옮기고 무거운 것은 짐수레를 이용한다. 사이트 가는 길은 데크로 돼 있어서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다. 각 사이트에는 나무 테이블도 있어서 가족끼리 옹기종기 모여 캠핑하기 좋다.
(좌) 단풍이 아름다운 백운동야영장. (우) 편의시설을 오가는 길도 온통 붉다.
인생 최고의 단풍 맛집
백운동야영장에는 단풍나무가 유난히 많다. 야영장에 진입하는 다리에서부터 감탄이 터져나온다. 그야말로 온통 빨갛다. 입구도 빨강, 화장실 가는 길도 빨강, 개수대 가는 길도 빨강, 텐트 주변도 빨간 세상이다. 백운동야영장의 가을은 빨강이 아니면 입장 불가인 듯하다. 지난해 가을 이곳에 하룻밤 머물면서 마음속 최고의 ‘단풍 맛집’을 설악산, 내장산에서 가야산으로 슬쩍 바꿨다.
백운동야영장에 머물면 가야산 만물상은 꼭 봐야 하는 의무이자 권리다. 야영장 입구에 만물상 코스, 용기골 코스 출발점이 있으니 산행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산행하는 내내 바로 앞에 집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야영장에서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길을 나선다. 야영장 바로 앞에 탐방로 출발점을 알리는 두 개의 문이 있다. 오른쪽이 용기골이고 왼쪽은 만물상 코스 입구다. 용기골로 올라 만물상으로 내려와도 되고 반대로 진행해도 된다. 원점회귀 코스이니 어떤 선택을 해도 야영장 앞으로 돌아온다. 만물상 코스는 처음부터 “헉헉” 소리가 난다는 말을 듣고 슬그머니 용기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용기골 계곡을 따라 쉬엄쉬엄 단풍 구경을 하며 오른다. 서성재를 약 1㎞ 앞두고 고도가 높아지며 단풍보다는 낙엽이 많이 눈에 띈다. 조릿대 숲을 지나 막바지 계단을 오르면 서성재에 닿는다. 서성재에서 옆으로 가면 바위들의 전시장, 만물상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만물상 능선은 언젠가 책에서 본 스테고사우루스라는 공룡, 딱 그 공룡의 등껍질 같다. 봉우리를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넘나들고 그 모습을 멀리서 담으면 그대로 작품이 된다. 바위에 기생하는 분재 같은 예쁜 소나무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하산 지점이 가까워질 무렵, 확 트인 광경에 유독 빨간 장소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베이스캠프인 백운동야영장이다. 역시 멀리서 봐야 그 진가가 보이는 법, 최고의 단풍 맛집이 맞다.
고된 코스인 만물상을 다녀왔으니 백운동야영장에서 휴식을 취할 자격이 충분하다. 눈 돌리는 곳 어디에서나 가을 햇살을 받은 단풍이 빛나고 있다. 감탄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빨강 속에서는 뭘 해도 예쁘다. 책을 읽어도 어울리고 요리를 해도 빛이 난다. 다음 날 아침, 밤새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더니 백운동 붉은 잎들이 속절없이 추락했다. 아쉽지만 붉디붉은 가을의 추억을 남기기엔 충분했다. 올해도 그 붉은 가을을 맛보러 가고 싶다.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동야영장
예약방법
백운동야영장은 국립공원 예약시스템을 이용해 예약해야 한다. 국립공원 야영장은 선착순 예약과 추첨제를 병행한다. 국립공원은 여름뿐 아니라 봄, 가을에도 성수기가 있다. 성수기에는 일정에 따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성수기를 제외한 기간에는 한 달에 두 번, 보통 1일과 15일 오후 2시에 선착순 예약이 오픈된다(1일, 15일이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이어지는 평일 오후 2시에 오픈).
가야산국립공원 백운동야영장
●주소 경북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식물원길 17
●전화 054-931-1430
●예약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 (reservation.knps.or.kr)
●시설 하우스 10개 동, 자동차 영지 16개 동
가야산국립공원 주변 돌아보기
1. 가야산역사신화공원테마관
가야산역사신화공원테마관
백운동 탐방센터 아래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고 역사공원이 조성돼 있다. 그곳에 가야산역사신화테마관도 있다. 아이들과 백운동야영장에서 캠핑한다면 필수코스다. 다양한 영상을 활용해 역사를 쉽게 설명하므로 아이들과 재밌게 역사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야외의 가야숲길은 무장애나눔길로 가야산 야생화식물원까지 이어진다. 만물상 산행이 힘든 가족과 동행한다면 가볍게 이 길을 걸어보자.
주소 경북 성주군 수륜면 가야산식물원길 21
전화 054-930-8483
2. 해인사
해인사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는 법보사찰이다. 백운동야영장이 가야산 동쪽에 위치한 반면 해인사는 가야산 서남쪽에 있다. 주차장 입구의 해인사성보박물관에 들러 먼저 해인사의 역사, 유물 등을 살펴본다. 주차장부터 해인사까지는 약 1.2㎞ 거리로 홍류동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소리길의 마지막 구간이다. 제법 올라가지만 숲이 울창하고 잘 정비돼 있어 걷기 좋다. 대적광전 뒤에 장경판전이 자리한다.
주소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전화 055-934-3000
3. 대장경테마파크
대장경테마파크
해인사 가는 길에 먼저 대장경테마파크에 들른다. 아는 만큼 보이니 먼저 공부하고 가면 좋지만 테마파크 안에도 대장경의 의미와 제작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놓았다. 역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초등 고학년부터는 꽤 유익하다. 부처의 힘을 빌려 나라를 구원하고자 했던 조상들의 간절함. 그 염원을 담아 강화도에서 합천 해인사까지 이어진 대장정은 경이롭다.
주소 경남 합천군 가야면 가야산로 1160
전화 055-930-4801
4. 성밖숲
성밖숲
성주읍 한가운데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성밖숲이 있다. 이천변에 조성된 마을 숲이다. 조선 중기 하천의 범람을 막고자 수해 방지로 조성됐다. 처음엔 밤나무 숲을 조성했다가 임진왜란 이후 왕버들로 다시 심었다고 한다. 그러니 성밖숲의 울창한 왕버드나무들은 모두 수령 300~500년이 넘은 귀한 몸들로 짙은 이끼, 구불거리는 줄기에서 대단한 연륜과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성주 주민들은 성밖숲과 동고동락했다. 성밖숲은 자연유산 가치도 인정받아 성주 대표 여행지가 됐다. 특히 맥문동 보랏빛 꽃이 물결치는 8월은 사진 출사지로 유명하다.
주소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763-73
5.회연서원
회연서원
가야산 백운동야영장에서 성주읍내로 향하다 보면 강가에서 눈에 띄는 서원 하나를 만난다. 조선 중기 영남학계의 대표학자이자 실학의 연원을 확립한 한강 정구 선생을 모시는 회연서원이다. 서원은 정구 선생이 인재를 양성하던 회연 초당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원 입구를 지키는 400년 넘은 느티나무도 늠름한 모습으로 반겨준다. 경관이 빼어난 무흘구곡 1곡, 봉비암도 서원 바로 옆이니 고즈넉하게 걸어볼 만하다.
주소 경북 성주군 수륜면 동강한강로 9
전화 054-932-3375
글·사진 안윤정 여행작가
여행작가이자 휴양림·캠핑 여행 전도사다.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에 발도장을 찍고 있다.
<우리는 숲으로 여행간다> <캠핑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등을 썼다.
산림청 매거진 <숲>, 국립공원 블로그 등 각종 매체에 숲 여행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