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인 가정
오늘은 성 가정 축일입니다.
예수님의 성탄 대 축일을 지낸 후 교회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성 가정의 신비를 묵상케 하여, 우리들의 가정도 그러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성 가정의 신비는 그 가정에 예수님께서 함께 사셨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예수님이 계신 곳이 교회이며, 예수님이 계신 곳이 곧 천국이니 그곳에 지정한 평화와 거룩함이 있는 곳입니다.
현 시대는 진정한 가정을 상실한 시대라고들 합니다.
물질 만능주의와 개인주의의 팽배로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윤리원칙이 무너지면서, 가정이 파괴되기 시작했고, 가정의 파괴는 사회의 혼란을 가져왔고, 물질이 사회를 주도하게 되니, 재물의 많고 적음이 인간의 행, 불행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돈 때문이 인륜을 저버리고 부모를 살해하는 가하면, 어린 자녀를 학대하는가 하면, 한강에 던져버리기 까지 하는 비정한 사회의 현실이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반성하며 성 가정의 신비를 통하여 우리 가정의 실상을 바로 깨달아 성가정의 모습을 본받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1) 하느님께서 가정을 얼마나 중요시 하셨는지는 창조의 순간부터 나타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남녀로 창조하여 가정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아담과 하와를 맺어 주면서 “남자는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어울려 한 몸이 되게 되었다” 라 말씀하십니다.(창세기2,24)
2)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세상에 보내실 때 한 가족을 선택하셨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꾸민 가정에 인간의 아들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가정에서 자라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가정은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3)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실 때 첫 번째 기적을 가나 혼인잔치에서 행하심으로 혼인을 가장먼저 축복해 주시고,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렇게 가정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가정은 두 남녀가 서로 사랑하겠다는 사랑의 서약으로 이루어집니다.
서로 사랑함으로 하나 되고, 한 몸이 되는 것, 삼위일체 신비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부부사이의 일치를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고 맺어주는 친교의 끈이 자녀들입니다.
자녀들을 통하여 부부는 더욱 깊은 일치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가정 공동체”라는 회칙에서 가정의 본질이 사랑임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사랑에 의해 세워지고, 생명을 받는 가정의 첫째 임무는 일치의 현실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입니다. .....
사랑 없이는 가정이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사랑 없이는 살아남을 수도 없고, 성장할 수도 없고, 인간 공동체로서 완성될 수도 없습니다.”(18항)
상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사랑이 가장 완전히 실현된 나자렛의 성 가정은 우리 모든 가정이 본받아야 할 모델입니다.
먼저 성 요셉은 어떻게 사랑을 사셨는지 묵상해 봅니다. 요셉은 성 가정의 가장이셨습니다.
이스라엘의 전통대로 요셉은 가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계셨고 성 가정의 기둥이셨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독재자로 행동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실 요셉성인이 아니었으면 예수님은 사생아로 태어나야 했습니다.
요셉성인의 인품과 사랑이 있었기에 예수님은 다윗 가문의 후손으로 법적으로 한 가정의 정상적인 자녀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요셉은 예수님의 보호자요, 양부로 피땀 흘려 성 가정을 부양하셨습니다.
이렇게 한 가정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신 가장이셨지만 성 가정의 머슴처럼 사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마리아를 극진히 섬겼습니다.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흠숭했고,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공경했습니다.
성 가정의 울타리 역할을 하시면서 예수님과 마리아를 신앙으로 믿고 사랑했습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봉사자들,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요셉성인을 본받으십시오.
권위를 남용하는 독재자처럼 이 아니라 겸손한 머슴처럼 예수님과 마리아를 섬겼던 요셉 성인을 본받으십시오.
공동체를 위해 겸손하게 봉사할 때 비로소 권위를 가지게 됩니다.
그 다음 성모님의 모습입니다. 한 가정의 어머니요, 아내는 태양과 같습니다.
태양은 모든 생물을 살리고, 빛과 따스함을 줍니다. 가족들이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어머니, 아내를 찾습니다. 어머니가, 아내가 없으면 집 안에 냉기가 돕니다.
마리아는 예수님과 요셉을 한데 모으면서 따뜻하게 만드셨던 태양이셨습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의 봉사자들은 마리아를 본받아 공동체의 태양이 되어 주십시오.
가족의 피곤함을 말끔히 씻어주는 태양, 자녀들이 안식을 얻는 피난처, 공동체에 늘 사랑의 따스함을 주는 태양이 되십시오.
예수님께서 계신 곳이 교회이며, 천국입니다. 우리의 공동체가 서로 사랑의 일치를 이루어, 예수님께서 늘 함께 하시는 작은 교회, 늘 행복의 웃음꽃이 피어나는 천국의 모습을 지니도록 노력할 결심을 합시다.
우리 공동체가 사랑의 일치를 이루어 예수님께서 성 가정의 모습을 지닌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아멘
2020년 12/27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