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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둔산동에 자리잡은 민들레 둔산의원. 지난 2012년 3월 개원한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두 번째 병원이다. 건물 1층에는 출자단체이자 연대단체인 아이쿱 생협이 자리하고 있다. 2층 병원으로 올라가자 복도부터 병원 내부까지 아늑하고 소박한 공간은 버릴 공간 하나 없이 알뜰하게 꾸며졌다. 대기실 한쪽에 자리잡은 놀이방과 카페는 어린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위한 배려다. 무서운 병원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놀이에 집중하던 아이는 제 진료 시간이 되자 본능적으로 떼를 쓴다. 결국 의사 선생님은 어린 환자를 위해 진료실을 나와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시작한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 조합원들과 직원들도 반갑게 일상 대화를 나눈다.
민들레의료생협의 탄생, "대전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다 모였다" 우여곡절 많던 10년, 그러나 그 모두가 민주주의 학교 의료생활협동조합으로 시작한 지 10년을 맞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시도한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조세종, 이하 민들레). 민들레는 지난 2001년 대전 지역 품앗이 <한밭레츠>회원 8명의 의료생협 준비모임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전 월평공원-갑천의 생태 파괴를 막기위한 주민들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연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당시 단식투쟁까지 감행했던 조세종 씨를 비롯해 주민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 만남을 기회로 새로운 일을 모색하면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고 마침 동참했던 의사들과 함께 의료생협으로 방향을 잡았다. 2002년 4월, 병원이 드물었던 대전 법동에 민들레 대덕의원을 열고, 8월에는 김조년 교수를 이사장으로한 조합원 303명이 민들레의료생협 창립 총회를 열었다. 10년만인 2012년 3월 26일 둔산동에 두 번째 민들레 의원을 열었고, 12월에는 전환총회를 통해 명실상부한 사회적협동조합이 됐다. 현재 민들레는 9개의 사업소, 지원부서를 갖추고 44명의 직원을 뒀다. 대덕의원과 둔산의원 두 곳에 각각 양방, 한방, 치과를 두고 그밖에 건강검진센터, 노인복지센터, 가정간호센터 등을 운영한다. 조세종 이사장은 처음 시작부터 사회적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매일매일 쉬운 일이 없다고 하면서도 “병원이 몇 개 생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지역에서 의료생협에 대해 공유하는 모든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 학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삶의 건강, 지역 사회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참여의 장 환자 권리장전에 입각한 적정 진료, "환자가 OK할 때까지" “건강은 목적이자 과정이죠. 어느 프랑스 레지스탕스 출신에게 가장 건강했을 때가 언제인지 물었더니, ‘레지스탕스 활동을 할 때’라고 대답했대요. 어찌 보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가장 위험한 시기가 가장 건강했다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건강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넘어 공익적 차원에서 생기있게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의료생협에서 추구하는 것 또한 그런 건강이고, 건강은 곧 정의인 셈이에요” 의료생협이 추구하는 목적은 지역사회, 나아가 인류의 건강이다. 단지 지역주민들이 적절한 비용으로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치료 이전에 예방이 우선이며, 몸의 건강은 물론, 생활, 영성 차원의 통합적 건강을 지향한다. 그런 맥락에서 민들레 의료원은 조합원 외의 지역 주민들에게도 병원의 문을 열고 누구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의료’서비스가 갖고 있는 공공성과 지역 공동체의 건강을 지향하는 의료생협의 목적 때문이다. 진료 내용에서도 항생제를 줄이고, 의료수가를 공개하며 불필요한 진료를 권하지 않는 것은 기본,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질병 예방과 무료진료 활동을 펼친다. 또 건강한 삶의 기반을 위해 소모임을 만들어 등산도 가고, 운동회도 하고, 공부 모임도 만든다. 현재 민들레에서는 ‘현미채식실천단’, ‘텃밭모임’, ‘기타교실’, ‘철학연습’, ‘명상춤’ 등 소모임부터 ‘건강 즉문즉설’, ‘우리아이 잘 키우기’와 같은 강연도 진행 중이다. 이 모든 것에는 조합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자유롭게 참여한다.
취재당시 둔산의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진료하면서, 결과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면이 좋았다”고 하면서,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견딜만 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처방에 신뢰감이 갔다. 비용도 만족스럽고, 앞으로 아이들은 물론 온 가족이 모두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둔산의원 허애령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환자들을 만나는 태도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아픔을 해소하는 것,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하면서, “환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대화한다. 병과 상관없는 신상 문제나 건강문제를 상담할 때도 있지만, 약만 원하는 환자에게는 증상 이외의 이야기를 굳이 나눌 필요는 없다. ‘꼭 이렇게 해야 해’라는 원칙이나 강박이 아니라 돌봄이라는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조세종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정말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한다. 협동조합이니까 협동해야 한다는 당위성, 강제성만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협동이며, 신뢰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합원들간의 신뢰만큼 중요한 것이 지역사회 내 신뢰 쌓기다. 그런 이유 때문에 사회적협동조합이 가장 엄격해야 할 부분이 재정이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더라도 재정이 건강하지 않은 채로 기금을 모아 충당하려고 하면, 인정받을 수 없을뿐더러, 쉽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조세종 이사장은 “사회적협동조합이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조합 자체가 건강하게 서 있으면서 공감을 통해 조력자들을 형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원이 끊기는 순간 조직이 사라지게 된다”고 조언했다.
조세종 이사장은 “나름대로 각오를 갖고 협동조합에 참여하지만 실패의 과정은 반드시 있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면서 때로는 실망하고, 서로를 인정해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면서,, “관심사도,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치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때, 가장 어렵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면서 조금씩 시도하는 과정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각 구마다 의료생협 만드는 것이 꿈 건강한 의료생협 활동으로 상업화된 의료계에 경종을 그는 “민들레는 앞으로 대전의 각 구마다 의료생협을 만든다는 비전을 세웠다. 또 노인복지 차원에서 노인요양병원에 준하는 시설을 만든다는 꿈도 지녔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은 각 지역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를 것이고, 철저하게 지역별로 분리된 형태를 이룰 것”이라고 하면서, “하지만 우선 올해의 단기 목표는 우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기금을 형성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조세종 이사장은 “사회적 경제가 이토록 화제가 되는 이유는 그만큼 살기 어렵다는 증거다. 구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스스로 알아서 살아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는 것이고, 이왕이면 건강한 의료, 교육, 먹을거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하면서, “그 가운데 특히 의료생협은 너무나 상업화된 의료서비스에 대해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깨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세종 이사장은 “건강한 삶, 사회, 생활방식, 영성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각 부분별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잘 알려진다면 시민들도 스스로 찾아와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건강한 살림구조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이 당사자로서 함께 한다면”이라며 동참을 당부했다. 민들레의원은 현재 대전 대덕구 법동(대덕의원)과 서구 탄방동(둔산의원)에서 운영중이며, 각각 양방, 한방, 치과 진료를 진행하고 대덕의원에서는 진료 외에 건강검진, 가정간호, 심리상담 등도 이뤄지고 있다. 가구당 평생 조합비는 5만원,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모임이나 이용 문의는 홈페이지(http://www.mindl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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