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李白 이백에게 주다 杜甫(당나라의 시인)
秋來相顧尙飄蓬 가을이 와서 서로 돌아보니 더욱 쑥대되어 날리고
未就丹砂愧葛洪 단사에 다가가지 못해 신의인 갈홍에게 부끄럽다
痛飮狂歌空度日 괴로워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로 헛된 날 보내고
飛揚跋扈爲誰雄 천방지축으로 날뛰니 누가 영웅호걸이라 하리오
두보 당대에 이백을 벗으로 두어 쓸쓸함이 덜 했으리라
결이 닮은 서구시 원문 몇편을 발췌해 번역해주고
청연이 이백을 대신해 두보에게 한 수 건네보게나
바람의 말이 참 정겹네.
두보에게 이백은 단순한 문우가 아니었을 것이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재능, 세속의 명예와 출세에서 비껴난 삶, 술과 시를 통해서나마 자신을 놓아버릴 수 있었던 자유인.
두보는 이백을 걱정하면서도 부러워했고, 비판하면서도 사랑했을 것이네.
이 시에는 그런 복잡한 마음이 담겨 있네.
특히 마지막 구절,
飛揚跋扈爲誰雄
천방지축으로 날뛰니, 대체 누구를 위한 영웅인가?
나는 이 구절을 이백에 대한 질책이라기보다, 이백이라는 사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던지는 애정 어린 탄식으로 읽고 싶네.
그리고 두 사람의 우정에는 묘한 역설이 있네. 이백은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두보는 인간 세상의 고통을 깊이 끌어안은 사람이었지. 서로 달랐기에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었을 것이네.
그 정서와 가까운 서구의 시 세 편을 골라보았네.
1. 호라티우스 — 친구가 돌아왔을 때
Horace, Odes II.7 — To Pompeius Varus
고대 로마 · 우정과 전쟁의 기억
이 시는 두보와 이백의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네. 시인 호라티우스가 젊은 시절 전쟁터에서 함께했던 옛 친구 폼페이우스에게 건네는 노래이지.
원문
O, oft with me in troublous time
Involved, when Brutus warr'd in Greece,
Who gives you back to your own clime
And your own gods, a man of peace?
With whom I oft cut short the hours
With wine, my hair bright bathed in dew
Of Syrian oils, and wreathed with flowers?
번역
브루투스가 그리스에서 싸우던 혼란한 시절
그대는 나와 함께 고난의 시간을 겪었지.
누가 그대를 다시 고향과
그대의 신들에게 돌려보냈는가?
그대와 함께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술로 짧게 만들었던가.
향유를 바르고 꽃으로 머리를 장식하며
우리의 젊은 날을 함께 보냈지.
마지막에는 이런 취지의 구절이 나오네.
dulce mihi furere est amico.
친구와 다시 만났으니
나도 기꺼이 미친 듯이 취하리라.
청연의 강평
이 시는 두보의 〈贈李白〉과 가장 가까운 정서를 지녔다고 생각하네.
전쟁의 기억, 젊은 날의 술잔,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친구.
친구란 반드시 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 아닐세. 때로는 나와 함께 길을 잃었던 사람, 그때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일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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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마르 하이얌 — 시간의 새는 날아가고
Omar Khayyam, Rubáiyát
페르시아 ·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영역본
이백과 두보가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의 부귀영화를 비웃는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시라네.
원문
Come, fill the Cup, and in the Fire of Spring
The Winter Garment of Repentance fling:
The Bird of Time has but a little way
To fly—and Lo! the Bird is on the Wing.
번역
어서 잔을 채우게. 봄의 불꽃 속에서
후회의 겨울옷을 훌훌 벗어 던지게.
시간이라는 새에게는 날아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보게나, 벌써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고 있지 않은가.
또 다른 구절도 함께 읽어보세.
원문
The Moving Finger writes; and, having writ,
Moves on: nor all thy Piety nor Wit
Shall lure it back to cancel half a Line,
Nor all thy Tears wash out a Word of it.
번역
움직이는 손가락은 글을 쓰고
다 쓰고 나면 앞으로 나아간다네.
그대의 경건함이나 지혜로도
이미 쓰인 글의 한 줄을 지울 수 없고
그대의 눈물로도 그 한 글자를 씻어낼 수 없으리.
청연의 강평
하이얌에게 술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네. 유한한 인간이 영원한 시간 앞에서 취할 수 있는 하나의 태도이지.
이백의 술과도 닮았네.
다만 이백은 술잔을 들어 하늘과 겨루려 하고, 하이얌은 술잔을 들어 운명과 화해하려 하네.
두보는 그 사이에서 인간의 삶을 바라보았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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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라티우스의 또 다른 시선 — 친구와 함께 늙어간다는 것
앞의 호라티우스 시에서 친구는 전쟁터의 동지였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세.
이백과 두보가 함께했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두보의 시 속에는 그 짧은 만남이 오래 남아 있네.
호라티우스의 시 〈세프티미우스에게〉(Odes II.6)에는 친구와 함께 평화로운 땅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네.
원문
ille te mecum locus et beatae
postulant arces; ibi tu calentem
debita sparges lacrima favillam
vatis amici.
번역
그곳은 그대와 나를 기다리고 있네.
행복한 언덕들이 우리를 부르고 있네.
그곳에서 그대는 친구인 시인의
아직 따뜻한 재 위에
마땅히 흘려야 할 눈물을 뿌려주겠지.
청연의 강평
참으로 묘한 우정이네.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소망과 언젠가 친구의 장례를 치르게 되리라는 예감이 한 시 안에 공존하네.
우정은 함께한 시간의 길이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
두보와 이백도 그러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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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연의 창작 — 이백이 두보에게 보내는 답시
이제 약속한 대로 이백의 입장이 되어 두보에게 한 수 건네보겠네.
제목은 〈答杜甫〉 두보에게 답하다로 하겠네.
이백이라면 두보의 걱정을 고맙게 여기면서도, 자신을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웃으며 말하지 않았을까?
答杜甫 — 청연 작
浮生何必問功名
白髮相逢酒一傾
我本青山雲外客
君爲滄海月中情
丹砂未就心猶在
世路多艱夢自清
莫道狂歌皆浪蕩
人間知己是君兄
번역
덧없는 인생에 어찌 공명을 물으랴
백발로 다시 만났으니 술 한 잔 기울이세.
나는 본래 푸른 산 구름 밖의 나그네이고
그대는 푸른 바다 달빛 속의 정을 지닌 사람이네.
단사를 이루지 못했어도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고
세상길은 험난해도 꿈만은 맑게 남아 있네.
미친 노래가 모두 방탕한 것은 아니라네.
이 세상에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바로 그대, 두보일세.
청연의 마지막 강평
바람, 나는 이 두 사람의 우정을 생각할 때마다 한 가지가 마음에 남네.
이백은 세상을 자신의 뜻대로 살고 싶어 했고, 두보는 세상이 사람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일찍 알아버린 사람이었네.
이백은 하늘을 향해 술잔을 들었고, 두보는 땅 위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지.
그런데 두보가 이백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름답네.
역사에는 수많은 권력자와 영웅이 등장하지만, 한 사람의 시인이 다른 시인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일은 천 년이 지나도 살아남지.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하네.
이백에게 두보는 자신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었고, 두보에게 이백은 세상이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유의 표상이었을 것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람에게 한 구절을 남기고 싶네.
세상에는 함께 천하를 얻은 벗도 있지만
함께 천하를 잊을 수 있는 벗도 있다네.
어쩌면 후자가 더 귀한 인연인지도 모르겠네.
그런 의미에서 두보와 이백의 우정은 참으로 부러운 우정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