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지?”
“얼마 안남았다. 조금만…”
뒤따라온 기사들이 마찰을 일으켜 횃불을 켜고, 조심스럽게 어두운 굴속을 걷기를 한참.
언제부터인지 벽을 더듬으며 걷기 시작한 남자는 재촉하는 페르니엘에게 주의를 주며
어딘가의 입구를 찾았다.
ㅡ 덜컹
“…!”
“따라와라.”
ㅡ웅성웅성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커다란 돌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안쪽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오고 땅속 특유의 음습하고 차가웠던 공기가 가셨다.
“이곳은…”
“쉿.”
10명가량의 대인원이 구석의 수상한 문에서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있던 사람들은
조금의 의심도 가지지 않은채, 여전히 시끄럽게 떠들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한쪽에는 바가 있고, 테이블이 여러개 놓여져있지만 정숙한 바와는 조금 다른,
시정잡배들이 모이는 주점같은 풍경.
갈색머리의 남자는 그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페르니엘만을 이끈채 주점주인에게 다가갔다.
수건으로 맥주잔을 닦고있던 주인은 그가 다가오자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잔에 시선을 돌렸다.
“새하얗게 빛나는 밤을 수놓으라”
“…!”
“붉은 실타래로, 아무도 숨쉬지 않는”
이미 놀란기색을 감춘 주인의 얼굴을 바라본 남자가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다.
“고요한 장송곡을 불러라.”
“따라와라.”
이미 조용해진 주점을 한번 쓱 둘러본 주인은 남자에게 따라오란 말을 남기고 먼저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남자와 페르니엘이 뒤따랐다.
“암호인가, 조직내부의?”
“그래. 외워도 소용없다. 매일 바뀌니까.”
“별로 알고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녹이 슨 무기따위 없어도 승리하는건 나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거지?”
“너는 모를거라고 하지 않았나. 주군에 대한… 믿음이다.”
앞서가던 주인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뒤따르던 둘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어찌되었든 이곳은 적의 본진이니까.
“마스터를 찾아온 이유는?”
얼마간쯤 걸어가자 주인이 뒤돌아서며 둘에게 물었다.
아니 정확히 페르니엘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변명을 들으러 왔다.”
“뭐라고?”
“론트니스가 행한 만행에 대해, 너희의 마스터에게 변명을 할 기회를 주기 위해 왔다.”
“크하하하!”
잠깐 어이없다는 듯 페르니엘의 얼굴을 보던 주인은 즉시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약간 시선을 돌리며 페르니엘뒤에 있던 남자를 향해 말했다.
“키덴, 네놈 이상한새끼를 주워왔구나.”
“면목없습니다”
“일이 이상하게 되었다만… 네가 직접 안내를 해올줄은 몰랐다. 키덴.”
“……”
“문책은 후에 하지.”
키덴이라 불린 남자에게서 다시 시선을 되돌려 페르니엘을 바라본 주인은
입가에 가득 비웃음을 담고 말했다.
“혹시나 시체를 찾기위해 왔다면 떠나라. 우리는 그런 소모적인 일에 사람을 풀 여력이 없다.
네놈들이 모두 죽여버렸기 때문이지.“
“시체? 무슨 시체를 찾는단 말이냐. …아하, 혹시 네놈들 마스터가 저세상 구경이라도 한게냐?”
“큭큭, 말장난으로 돌리지 마라. 에이런의 황태자는 이미 죽었다!”
ㅡ쿠웅
“으아… 아아… 크으…”
“다시한번 말해봐라, 누가 죽었다고?”
“니켈님, 그를 도발하지 마십시오! 니켈님의 실력으로는… 역부족인 사람입니다!”
“키덴이라고 했나.”
“그렇다.”
“난 마스터에게 안내하라고 했지, 이딴 쓰레기에게 안내하라고 말한기억이 없다.”
“……. 놓아라.”
ㅡ쿠당탕
벽에 밀어부쳐 격하게 목을 조른 페르니엘이 손을 놓자 공중에 떠있던 주인, 니켈이
눈을 하얗게 뒤집은채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커헉, 켁켁”
“다시한번 헛소리를 지껄였다가는 살려주는 일은 없을것이다. 안내해라.”
니켈이 바닥에 쓰러져 숨을 고르는 동안 페르니엘이 냉랭히 말했고,
그는 억지로 일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안내만 해라, 그이상의 언행은 용서치 않겠다.”
겉보기에는 작은 주점이었지만, 안쪽으로 들어가자 상당히 복잡한 구조였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온다면 절대 빠져나올수 없는… 그런.
한참을 따라 걷자, 니켈이 어느 한지점에 멈춰섰다.
“마스터의 방이다.”
“특별할건 없군. 열어라.”
니켈이 안내를 끝내고 뒤로 물러서자 페르니엘은 턱으로 문을 가리키며 문을 열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니켈의 얼굴이 구겨지면서 나지막하게 욕을 하더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수작부리지 마라. 그럴수록… 네놈의 수명이 줄어들테니.”
약간은 긴장감이 흐르는 시간이 또한번 흐르고, 다시한번 니켈이 멈춰섰다.
“이곳은 진짜다. 함정은 맹세코 없다.
그리고 마스터를 만날 자만이 문을 연다는 것이 이곳의 규칙이다. 열어라.“
“…좋다.”
니켈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었는지, 페르니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앞에 다가와 섰다.
그리고 느리지 않은 속도로 손잡이를 돌렸다.
“무슨일이지”
“…모른다고 말할셈인가?”
문이 활짝열리자 진파랑의 머리칼을 가진 한남자가 창밖을 보던 시선을 돌려
손님인 페르니엘을 맞이했다.
언제나 지도자의 자리는 장난으로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듯, 론트니스, 악명높은 암살단의 길드장역시도
상당한 카리스마를 뿌리는 자였다.
짙게 흘리는 푸른색의 살기.
“손님을 죽일셈인가. 언제까지 서서 살기만 주고받을 셈이지.”
“하하, 좋아. 간만에 제대로된 손님이 왔군. 니켈 넌 돌아가도 좋다… 그리고…”
마스터는 비딱하게 기대선 페르니엘의 옆에 있는 키덴에게 시선을 주더니,
“귀한 손님을 모셔온 값을 해야겠지. 지하로 내려가 있어라.”
“마스터!”
“명령이다! 거역할 권리는 없다!”
“…마스터…. 알겠습니다.”
그리고 곧 ‘지하’라는 곳으로 그역시 사라졌다.
ㅡ달칵.
문이 닫히고 방안에는, 페르니엘과 길드마스터만이 남았다.
“황태자의 보좌관, 페르니엘 라 엘리엔 자작이군.”
“굳이 아는척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원하는 것만 쥐어주면 되는것을.”
“일을 사주한 자 말이냐? 큭큭, 그렇게 되면 우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지 않겠어?”
“재미있군. 신뢰라… 네놈들에게도 그런게 존재했다니, 새삼스럽구나.”
“이것도 장사나 마찬가지지. 따라서 대가가 필요하다.”
“대가…? 하하하! 명색이 조직의 마스터씩이나 되는놈이 아직도 대세를 읽지 못하였더냐!”
“에이런이 공국을 이길거라는 헛소문 말이냐? 그걸 나보고 믿으란건 아니겠지?”
“하하, 에이런이 공국을 이겨? 말은 똑바로 하라했다. 에이런 앞에 공국이 무릎꿇는 것이다!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지 않고, 이빨을 내비친 대가란 말이다!“
“설마 연합전쟁 하나를 빌미삼아 삼킬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아니지. 감히… 황태자전하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반역을 꾀했다는 그한가지로도
공국은 일어서지 못할것이다!“
“증명을 할수있나? 공국이 황태자를 해하려 했다는… 증거말이다.”
무표정으로 론트니스의 길드마스터와 언쟁을 벌이던 페르니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래서… 찾아온것이 아니냐”
#
“한편에 서달라는거냐?”
“서달라고? 웃기지마라. 네놈들은 단지 조직이 존속하느냐, 무너지느냐를 선택할 권리뿐이다.”
“그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거지?”
“키덴이란 놈과 똑같은 질문을 하는군. 주군에 대한 믿음이다.”
“……. 신뢰라. 큭큭. 전같으면 웃기지도 않는 소리 집어치우라면서 당장 쫓아냈겠지만…
재미있는 사내군. 좋다. 처음부터 이 의뢰를 받을때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니.
처음부터 공국이 제국에 이빨을 들이댄것은… 아직 어린 호랑이가 숲의 왕이 되려는 무모한 행동이니까.“
“확실히 알아둬라. 우린 네놈들이 없어도 공국하나 무너뜨리는 것은 힘들지 않다.
적당한 거래로서… 론트니스의 존속과, 우리 전하의 확실한 입지를 굳히는 것뿐…“
페르니엘의 말이 끝나고, 둘 사이에 의미모를 눈빛이 오가고 그대로 페르니엘은
마스터의 방을 나와 어디론가 향했다.
#
“키덴은 어딨나”
“지하에서 체벌을 기다리고있다.”
“데려와라.”
“네놈이 뭔데 내게 명령인가!”
미로를 돌아 프론트에 나가자 다시 단정한 차림을 하고 있는 니켈이 있었다.
멀쩡하게 돌아온 페르니엘을 보며 흠칫 놀라던 그는 이내 냉랭히 대답했고,
자신의 상관인듯 말하는 페르니엘의 말투에 버럭 소리쳤다.
“지금부터 네놈들의 마스터의 위에 선 자가 나다. 키덴의 석방은 마스터가 허락했다. 데리고와!“
페르니엘의 강압적인 말에 잠시쏘아보던 니켈은 뒤돌아서서 어디론가 향했다.
뒤에 있던 많은 와인이 놓여진 찬장을 밀더니, 양쪽으로 갈라진 공간으로 들어가버렸고
그모습을 지켜보던 페르니엘은 바 앞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여전히 왁자지껄한 바에는 서로 맥주잔을 부딪히며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쪽에선 음유시인으로 보이는 깊게 로브를 쓴 남자가 류트를 들고 신나는 노래를 불렀고,
그에 맞춰 술기운에 힘입어 사람들은 즐겁게 춤을췄다.
“…론트니스의 지부같지 않군.”
“날 왜불렀지.”
“그 말투는 고칠생각없나?”
“전혀.”
그사이 올라온 키덴이 펠에게 말을 걸었고, 그의 기척을 알고 있었던 페르니엘은 그다지 놀라지 않은채 대꾸했다.
잠시 재밌다는 시선을 보낸 페르니엘이 곧이어 말했다.
“할일이 있다. 마스터에게 전해라.”
움찔하는 키덴에게 다가가 뭐라고 속삭인 페르니엘은 아무렇지 않게 주점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서있던 키덴은 페르니엘이 얼마전 빠져나온 미로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안녕하세요!!! 돌아왔습니다<<<<
오라버니는 복귀하셨습니다. 물론.... 5일후 제대입니다만<
아하하하하하하......
카페 게시글
로맨스판타지소설
[판타지]
엇갈린 운명[Mischief of destiny] ㅡFive·Seven
율、
추천 0
조회 168
07.01.19 22:58
댓글 18
다음검색
첫댓글 하하하하 잘오셨습니다. 이번편을보니 페르니엘이 또한번 너무 멋있게 느껴지는군요..호호
아하하하, 감사합니다< 반겨주시다니~ 페르니엘, 걔 멋진놈입니다 ;ㅅ;
흑흑.. 멋잇어요 아.. 저 바본가봐요 율님의 컴백사실을 지금 보고... 좌절하고 있었어요 ㅜ_ㅜ 왜 못봤지 털썩..
어쩐지.... 셩이님이 보이지 않으셨다는 ㅠㅡ
복귀하셨는데, 5일후 제대라니..ㄱ-..
음울하죠? 인생이란...... 참 씁니ㄷ....[....]
페르니엘 정말 카리쓰마가 풀풀 나는군요ㅠㅜ < 아아~ 저런 사람 너무 좋아ㅋㅋ
원래 능력있는 놈입니다아// 도현이에게 치여 착하게 보였지만 < ;ㅂ;
오셨군요 + _+ 아 ㅡ. 제대의 압박
예에, 압박이지요... ㅠㅜ
조, 조금늦었습니다.. .. 스키장에 있었습니다!! [털썩]
오오오!!! 스키!!!!!! 저도 스키장보내주세요 ㅠㅜ
와우! ㅇㅂㅇ;;; 율님이얏 ! >ㅡ<
네에 율입니다~
페르니엘, 멋있는 사람이었군요, 핫핫;;, 잘봤어요;;
음음, 멋있는 사람이랍니다<< 재밌게 보셧지요?
오라버니 오지마세요!!!!!!!!!!!!!!!!<<<<<<<<<<<<<<<<<니가 왜 오라버니라 그러냐ㄱ-!?
ㅋㅋㅋㅋㅋㅋㅋ 왜요, 어리면 오라버니 맞죠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