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K-POP 업계는 단순히 춤과 노래를 소비하는 영역을 넘어서,
일종의 스포츠 산업과도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이 업계에서 누가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고,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국내외에서 축구나 농구, 야구 등에 몰입하는 골수팬들은
마치 응원팀이 내 자아의 일부인 것처럼, 응원팀의 성적과 영광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인간의 자아란,
필연적으로 내가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는 부분에 비례하여 그 비중을 할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령,
내가 A라는 축구 팀을 응원하는데,
이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 노력 등을 쏟아붓고 있다면,
나라는 인간의 자아에서 A라는 축구 팀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하게 커지게 되는 시스템인 것이죠.
이는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엄청난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를 독립적으로 보지 못하고 마치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느끼게 되는 현상과 일맥상통하며,
현재의 K-POP 업계에서 팬덤이 그들의 스타들을 향해 아낌없는 지원과 사랑을 보내는 모습과도 비슷한 결을 지닙니다.
Identity Fusion
K-POP의 경우,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흥미로운 건,
회사가 적극적으로 푸쉬하지 않더라도,
팬덤에서 자발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자신들의 스타를 위해,
온라인 상에서 글을 쓴다거나, 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
물론 내가 즐기기 위해, 내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 동기에서 출발할 테지만,
결과론적으로 그러한 과정이 어마어마한 팬유입 효과를 창출하는 바이럴 마케팅이 되는 것이죠.
팬들이 내 이익을 위한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그들의 스타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건,
앞서 언급하였듯, 내 자아의 일부가 이미 그들의 스타들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를 향한 마음과 나의 노력, 열정 등이 쌓여가면서,
어느 순간, 나 본인을 위해서보다 내 스타를 위한 일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게 되면,
나의 내면에서 정체성의 비중이 나 → 아이돌로 역전되는 순간이 오게 될 수도 있겠죠.
즉, 코어팬덤은 내 스타의 일을 마치 나 자신의 일처럼 여기게 된 팬들의 집합체에 가까운 것입니다.
어느 업계이든지 스타에 몰입하는 팬들이 있기 마련이고,
스타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 스타와 나 자신을 동일시여기는 경향이 강해지게 됩니다.
여기서 심리학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스타에 대한 몰입도라는 부분이, 마냥 그 스타가 지니는 스타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스타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맞지만,
팬들이 얼마만큼의 몰입도를 지니느냐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서사가 지니는 힘입니다.
나의 아이돌에게 어떠한 이야기가 있고,
성장의 과정 속에서 어떠한 시련과 영광의 순간들이 있었는지.
아이돌이 지니는 서사의 힘이 크면 클수록,
해당 아이돌이 지니는 스타성, 아이돌력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코어팬덤이 형성되는 구조인 것이죠.
사회심리학에는
개인들이 어떠한 집단에 헌신하고 충성을 맹세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으로
<Identity Fus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이 특정 집단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나와 집단의 정체성이 서로 퓨전되었기 때문에 집단의 일을 마치 내 일처럼 여기게 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체성 퓨전을 위해서는 발동 조건이 두가지 필요합니다.
첫째. 집단을 하나로 묶어주는 강력한 신념 또는 정수(core essense)를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고통스럽고 스트레스풀한 경험들을 함께 헤쳐나간 강렬한 경험들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가령,
코어 신념(애국심)에 대한 강조와 고통스럽고 힘든 단체 훈련의 반복을 통해,
한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이 하나로 퓨전된 결과,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만큼 충성스러운 군인들이 탄생된다는 것이죠.
해당 이론을 K-POP에 대입해 보자면,
1. 팬들과 그룹을 하나로 엮어줄만한 확고한 컨셉 또는 세계관이 있어야 하며,
2. 성장 과정 속에서 반드시 크고 작은 시련들, 노이즈들과 맞딱뜨리면서
해당 아이돌과 팬이 이에 맞서 함께 극복해 나가는 공유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맞춰졌을 때, 팬들의 마음 속에 그들의 스타를 향한 Identity Fusion이 발동되는 것이죠.
한편, 요즘 바이럴 마케팅만큼이나 역바이럴도 이슈인데,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역바이럴은 오히려 해당 팬덤의 견고함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고통스럽고 스트레스풀한 경험들을 스타와 팬이 함께 헤쳐나가는 과정 중에서,
팬들의 마음속에 Identity Fusion이 발동되어 팬덤의 결속력이 한층 더 강력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역바이럴 뿐만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시련이나 노이즈 등을 팬덤과 아이돌이 함께 견뎌나가는 과정들 속에서도 똑같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과정이죠.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고, 퍼포먼스와 비주얼에 만족하는 단계를 넘어서,
팬덤의 마음속에 그들의 스타들과 같이 성장해 나가며, 같이 성공해 나가는 심리를 구현해나간다는 것이 말예요.
마치 스포츠 팀이 1위를 하느냐마느냐, 우승을 하느냐마느냐처럼,
내가 응원하는 아이돌이 초동 1위를 찍느냐, 빌보드 차트에 입성하느냐마느냐로
서로 다른 팬덤들끼리 경쟁이 붙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최근 연예계야말로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과 노이즈, 루머들로 얼룩져 있는데,
오히려 이런 시기들을 거치면서, 스타들을 향한 팬들의 마음이 한층 더 강해지곤 합니다.
인생이란 게, 현생만을 살며 성공을 위해 팍팍하게 살 수만은 없듯이,
그게 스포츠든, K-POP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사람을 몰입시킬 수 있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에 빠져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진심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해 보는 것도
우리의 정신건강과 내면의 리프레쉬를 위해서 꼭 필요한 활동들이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역군!!!
K-POP과 아이돌들 및 관련 종사자들의 건강과 행복을 늘 기원합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