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신입공채 안했다고 제가 기자가 못 된 건 아닙니다.
수많은 언론사가 있고, 충분히 기회가 있었음에도 기자직을 업으로 삼지 못한 건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다만, 모든 언론인 지망생들이 그랬듯 저에게도 MBC는 '꿈'이었습니다.
기자, PD, 아나운서를 가리지 않고 전 언론인 지망생 선호도 1위에 빛나던 MBC.
MBC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MBC의 마지막 신입사원 공채가 있었던 2013년.
기자 전형 합격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전예지 기자를 보며 '와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정말 열심히 했나보다 대단하다. 아 근데 나이 많은 후배 받으시겠네, 내가 들어갈 거니까ㅋㅋㅋ' 했었습니다.(부끄러움은 여러분의 몫)
그게 끝이었습니다. 더이상 MBC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가 기자가 되지 못한 건 MBC 공채가 없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노력도 실력도 부족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우리의 '꿈'인 MBC에 서류 한 번 써보지도 못한 게 아직까지 참으로 한스럽습니다.
공영방송 MBC의 만행은 비단 세월호 아이템 관련 부당 지시, 각종 보도 통제, 편파 보도, 저널리즘의 자율성 훼손뿐만이 아닙니다.
MBC는 14만 아랑인을 포함한 예비 언론인의 꿈을 짓밟았습니다. 원서조차 내보지 못한 한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MBC가 망가지는 동안 우리가 그토록 선망하던 MBC 구성원들은 하나 둘 MBC를 떠나갔습니다.
과연 그들이 정말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뒀을까요? 우리처럼, 그들에게도 MBC는 '꿈'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았습니다.
3년만 지나면 꼭 40년 전의 광주에서 벌어진, 이유 없는 죽음에 관한 진실을 보도하려던 지역신문 최 기자의 사명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9년간의 MBC 기자들 모습이 겹칩니다.
대학가요제에는 원서도 써보지 못하고 희생된 대학생 재식이에게서 MBC에 지원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내 동년배들을 떠올립니다.
물론 광주에서처럼 목숨이 오가는 상황은 아니죠. 하지만 펜이 꺾이고 꿈이 짓밟힌 건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힘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예비 언론인의 집단 지성을 보여줍시다.
현직 기자 선배들, 진짜 저널리즘이 뭔지 보여주세요.
MBC 경력(이라고 쓰고 시용이라고 읽는)기자 채용 보이콧을 호소합니다. (선언은 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JTBC에 열광할 이유가 없어지는 날이 오면, 그때가 대한민국 저널리즘이 자유를 되찾은 날일 거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합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자유가 절실합니다.
20170811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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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좀 더해야겠다 싶어서..
언론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언론은 다른 집단이나 조직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데 존재 가치가 있습니다. 그 기능 자체가 곧 언론입니다.
감시와 비판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언론은 그 때부터 언론이 아닙니다.
때문에 언론에는 보다 엄격한 윤리와 양심이 요구됩니다.
MBC는 어땠나요.
감시자로서의 기능을 저버리고,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편파보도를 일삼으며 권력에 굴복했습니다.
(이 부분에 이견이 있으신 분들은 제 얘기 안 들으셔도 좋아요. 스트레스만 받으실 거예요.)
기자든, 아나운서든 PD든 카메라 기자든 어떤 형태의 언론인이든 각자가 독립된 언론으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한 명의 기자는 하나의 독립된 언론으로서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감시와 비판을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이거 하나만큼은 타협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럴 여지가 없어요. 이건 당연한 거예요.
언론은 감시자고 그러므로 그 누구보다 윤리적이어야 하며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MBC 기자들이, PD들이 왜 제작거부를 하고 간판급 아나운서들이 왜 줄줄이 퇴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쓰라는 기사 받아써야 하고 쓴 기사도 권력의 입맛에 맞게 첨삭받아야 하고 들어내야 하고.
비윤리적이잖아요. 적어도 감시자로서 비판하는 기사 자유롭게 쓸 수는 있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게 안되고 있다니까요?
MBC가 언론이기를 포기했기에, MBC 기자들이 제작을 거부한 겁니다.
감시자로서의 제 기능을 회복할 생각은 않고, 언론인의 양심에 따라 제작을 거부한 이들의 자리를 경력직으로 채우려는 MBC.
그냥 회사가 아닙니다. 언론입니다.
하물며 윤리고 양심이고 시장 논리에 따라 돈이 최고였던 일반 기업도 요즘은 윤리 경영이 필수인 때입니다.
근데 언론이, 일반 기업보다 못하다고요 지금. 그것도 공영방송이요.
일반 기업에서 경력직 채용하는데, 더 좋은 회사고 연봉이 높아서 점프업하겠다는 거면 누가 말립니까.
그게 아니라, 언론의 제1기능인 윤리적 감시자 기능을 저버린 MBC에,
어려운 공채 전형 거쳐서 누구보다 훌륭한 교육받은 기자들도 마이크 내려놓고 투쟁하는 판에,
점프업 하고 싶어서 뛰어드는 건 언론인으로서 양심을 저버리는 것 아닐까요?
만약, 언론의 기능이고 뭐고 그냥 나는 MBC 간판 하나 달고 돈 더 많이 받으면 장땡이야.
쓰라면 쓰고 까라면 까고 그거 뭐 어려운 일이라고. 위에서 줄 당기면 올라가고 줄 내리면 내려가고
돈 많이 받고 MBC 사원증 파면 그걸로 만족해, 라면 뭐...
슈어 와이낫 MBC사원 하세요. 저의 보이콧 호소 제끼시면 되죠.
다만 저는, 당신을 기자로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근데 지금 먹고 사는 문제 얘기하는 거 아닙니다. 개인의 입신양명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예요.
아아 오해하지 마세요,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 아니예요. 제일 중요하죠 먹고 사는 문제가.
모든 문제는 다 거기서 시작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MBC는 먹고 사는 문제로 이렇게 된 거 아닙니다.
충분히 먹고 사는데도, 더 많이 먹겠다고 욕심 부린 사람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언론을.
다른 언론도 아니고 공영방송을 '사내홍보지'로 전락시켰습니다.
공영방송인데, 개인방송도 아니고 공영방송을, 사기업처럼 만들고 사리사욕 채우고 그래요. 왜왜왜.
그 비양심 비윤리적 '기업인'들이 MBC 경력직 '기자'라는 이름로, 사실은 '사내홍보 담당자'를 뽑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게 사내홍보담당자냐 엄연히 기자다, MBC도 기업인데 뭐가 어떻느냐, 더 많이 먹겠다는 게 왜 나쁘냐...
이런 얘기 하실거면 안 들을래요.
MBC는 공영방송이고, 언론이고, 언론은 위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저와
애초부터 전제가 다르고, 가는 길이 다르니 아무리 소리쳐도 멀어서 들리지도 않아요.
(아까 처음에 스트레스 받으실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왜 읽으셨어요...)
다음은 언론윤리강령의 일부입니다.
. 우리는 언론의 자유가 국민의 알권리 실현을 위해 언론인에게 주어진 으뜸 권리라는 신념에서 대내외적인 모든 침해, 압력, 제한으로부터 이 자유를 지킬 것을 다짐한다.
. 우리는 언론이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등 외부 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자주성을 갖고 있음을 천명하고, 어떠한 세력이든 언론에 간섭하거나 부당하게 이용하려 할 때 이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다짐한다.
. 우리는 사실의 전모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하고, 진실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바르게 평론할 것이며,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건전한 여론 형성에 기여할 것을 다짐한다.
MBC는
. 국민의 알권리고 뭐고 이건 삭제하고 저건 삭제하고, 위에서 빽빽거리잖아 이거 빼 저거 빼
. 청와대, 기업인, 특정 종교가 좀 이용하면 어때 이렇게 줄 잘 타고 올라가면 뱃지 하나 달 수 있어
. 사실은 무슨, 우리가 보도하는 게 사실이야. 좌빨 의견은 의견도 아니야 건전하지 못해. 일베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보자
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자들이 왜 제작을 거부하고 나섰는지 충분히 설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MBC 기자들이 무슨 좌빨이라서 노빠라서가 아닙니다.
기본적인 윤리강령조차 무색해진 현실이 개탄스러워서입니다.
좌빨, 일베 등의 단어가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그렇지만 얘기하지 않는다고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불쾌하고 기분 나쁘지만 저게 사실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창에 'MBC 일베'를 검색하세요!)
첫댓글 지지합니다
함께해요. 저는 자격이 안돼 지원도 못하지만 안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월급쟁이 아니고 기자니까요...
지망생이신 것 같은데, 아랑에 공개적으로 이런 글을 올릴 수 있는 용기가 부럽습니다. 다만, 보이콧을 하시려는 이유에 좀 더 집중하셔서 팩트 위주의 글쓰기를 하셨으면 어떠셨을까 싶습니다. '보이콧에 동참하자'가 주장하시려는 바잖아요? 그렇다면 더더욱 감정에 기대는 글쓰기를 지양하셔야 합니다. 겉보기엔 전달력이 더 좋고 울림이 있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알맹이가 없습니다. 긴 글이지만.. MBC가 어떤 문제가 있어 왜 보이콧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딱 한 줄밖에 안 보이네요.
격공합니다
제 생각은 달라요. 꼭 감성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호소해야하나요. 주장하고자하는 주제가 명확한 글인데요. 그리고 말그대로 호소글이구요. 그냥 각자의 스타일이 다를뿐. 글이 완벽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타일의 문제를 넘어 그저 이런 목소리들이 많아졌으면 좋겟네요
@나는된다된다된다 '나는된다된다된다'님의 의견에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글쓴이님께서 내용에 '언론인의 집단 지성'을 언급하시니 그에 맞는 좀 더 나은 접근 방법을 제안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더군다나 기자 지망생 분이라면 더 신경쓰셔야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에서요.
@괄목상대 괄목상대님이 말 하고자하는 게 뭔지 알아요. 물론 더 정제된 글이면 좋겠죠. 하지만 이 분은 글을 첨삭해달라고 올린 건 아닌 거 같아서요. '목소리를 냈다'에 방점을 두면 좋지 않을까 해서 저도 댓글 달아봤어요. 사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고 언론 준비생 그리고 언론인들의 목소리가 중요한 때이죠. 그래서 저는 글 구성에 신경쓰다 글 쓰기를 꺼려하는 것 보다 그저 자유로운 형식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 엠비씨 정상화에 도움이 됐음 하는 바람이 커요.
14만 아랑인/우리/예비 언론인 등 집단이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갖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단어들도 부적절합니다. 마치 정치인들이 항상 '국민'을 들먹이는 것과 다를게 없습니다. MBC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진 아랑 회원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개개인이 각자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질 수 있는 곳, 그게 자연스러운 곳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 제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의 요점에 대해 조금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요. 좀 더 명확하게 쓰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지는 이해했습니다.
제 글이 아랑에 공유하기엔 많이 부족하죠. 알고 있습니다..그래서 기자가 못된 거 같어요 엉엉ㅜㅜ 제목만 거창했지 내용은 별거 없는 것도 알고요. 일단 왜 보이콧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찬성하시는 분들은 말안해도 아시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길게 적지 않았고요. 의견이 다르신 분들을 설득하기엔 제가 논술실력이 모자라 벅찼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손발 오그라들어 삭제할까 했는데 그러기엔 이미 늦었고..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글쓰기하시는 분들이 의견을 나눠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아 그냥 둡니다..부디 제 부족한 넋두리 말고 보이콧에 대한 개인적 생각 나눠주셔서 건강한 언론시장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손발오그라드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충분이 잘 쓰신 글이라 생각해요. 다만 위에 다른 댓글에 언급했듯 조언을 드리고자 함이었습니다.
@괄목상대 조언을 하기보다, 부족한 점에 대한 보충을 해주셨다면 좋았을텐데요. 이 글의 취지에 공감하신다면 그게 더욱 좋았을 듯 하구요. 님의 댓글에 저도 조언 한 마디 하자면, '충분이'가 아니라 '충분히'입니다.
댓글 읽다가 열 받았지만 괜한 분쟁으로 시끄럽게 하는 것보다 지지를 보냅니다.
44444 저도 지지합니다. 전 언시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비교적?) 새내기 준비생이지만, 제 10대 시절 기억하는 MBC는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보여줬던 언론사였습니다. 닉네임대로 MBC가 아닌 다른 곳을 목표로 하지만, 그 마음만은 함께합니다.
666지지합니다.
777777777
취지에 공감하고 지지합니다
더 이상 언론인은 지망하지 않습니다만 계속 응원은 하기에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용기와 글(행동)에 응원 가득 담아 박수 쳐드리고 싶습니다. 잘 읽었어요. 지지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 말 너무 좋네요. 첨삭이 불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지요. 비록 PD지망생이지만 지지하고 함께합니다!
그래도 쓰는 사람들은 또 겁나 쓸거에요..그들을 비난할순없지만..좀..거시기하구만요
현직입니당. 저도 2013년쯤에 MBC신입기자 지원하며 시험도 치고 그랬었는데 추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지금은 작은 경제지서 일하고있지만, 좀 더 큰 회사로 옮기고 싶어서 가끔 아랑도들어오고 채용공고도 찾습니다. 와중에 MBC가 경력직을 모집하는데 잠깐 고민하다가 현재 있던 기자들 또는 아나운서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니 저기 힘들게 들어가더라도 행복은 잠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지 않으렵니다. MBC는 항상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채용공고가 상당히 올라오더라고요. 경력채용공고에 지원하실분들은 현재 기자와 아나운서들이 어떤 눈칫밥을 먹고있는지 생각하셔야 할겁니다. 지지합니다.
저도 MBC신입공채 한 번 못써본게 너무 아쉽네요...PD지망생이지만 공감하고, 지지합니다!
지지합니다. 그리고 예비 언론인들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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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채용 응시자는 부역자'?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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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합니다!
MBC 공채가 없어진 실질적 이유가 뭔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