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일도 목사는 후임 목사인 김유현 목사를 자신에게 했던 것의 갑절로 섬겨 달라고 교인들에게 부탁했다. (좌측 김유현 목사, 우측 최일도 목사) |
ⓒ 뉴스앤조이 김세진 |
| |
1989년 청량리 588-12번지 허름한 창고 건물에 간판이 걸렸다. '다일공동체',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집창촌으로 유명한 청량리 588 한복판에서 32세의 최일도 목사(당시 전도사)는 첫 담임 목회를 시작했다. 20여 년이 흘러 최 목사 부부를 포함하여 5명이 시작했던 다일공동체는 다일공동체, 다일복지재단, 다일천사병원, 밥퍼나눔운동본부, 다일자연치유센터, 다일평화의집, 다일교회로 커졌다. 그만큼 최 목사의 직함도 늘었다.
청량리 588에서 대광고등학교를 거쳐 지역과 함께 하는 교회를 꿈꾸며 2007년 남양주 삼패리에 자리 잡은 다일교회는 300~400명이 모이는 교회가 되었다. 최일도 목사는 올해 54세가 되었다.
"다일공동체의 사회봉사 활동과 영성 수련 인도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
최 목사는 정년을 11년 남겨놓고 은퇴를 결심했다. 아니 결심한 것은 이미 오래 전, 이번에 실행에 옮겼다. 제직들과 교인들은 모두 최 목사의 고민을 알고 있었다. 교인들도 같은 고민을 했었다.
"목사님께서 목회에 전념을 못하시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으셨죠. 교인 사이에서도 '목사님을 잡아 두는 것이 목사님과 교회에 좋으냐' 하는 논의가 많았어요."
14년 전 청량리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는 임정순 장로가 말했다. 다일공동체가 커진 만큼 최일도 목사와 교인들 사이에 고민도 커졌다.
그 고민 끝에 내려진 결정이 최일도 목사는 외부 사역에 전념하게 하고 목회만 할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이었다. 교회는 후임 목사를 물색했다. 선뜻 오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일교회는 규모는 컸지만 내실이 없었다. 재정의 51%를 사회에 환원하는 교회, 교회 성장보다 사회봉사를 우선으로 두는 교회에 자신을 투신할 사람이 흔하지 않았다.
|
▲ 다일교회 2대 담임목사로 취임한 김유현 목사와 이명숙씨 부부. 김유현 목사는 교회 성장에 마음을 두지 않고, 다일의 정신을 이어 가는 목회를 하고 싶다고 했다. 또 교회 재정 절반 이상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
ⓒ 뉴스앤조이 김세진 |
| |
2대 담임목사로 청빙된 김유현 목사(41)는 10여 년 전 다일공동체를 알았다. 부산에 있었지만 서울로 종종 올라와 봉사를 했다. 그러다 다일의 사역에 감동하여 목회 인생을 걸어야겠다 생각했다. 2008년 전도사부터 수석 부목사까지 사역했던 부산중앙교회를 사임했다.
먼저 다일의 영성을 배우려고 그해 7월 다일 DTS(제자도 훈련)에 입소했다. 화장실 청소, 쓰레기 정리, 땔감 준비, 설거지, 농사, 공사, 잡초 뽑기 등 목회 빼고는 모두가 그의 일이었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내던 중 밥퍼나눔운동본부 본부장과 다일복지재단 사무국장이 되었고, 1년이 지난 2010년 다일교회 2대 담임목사가 되었다.
2008년 다일교회에 올 때 담임목사가 될지 김 목사도 교인들도 몰랐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기에 다일교회 목회자들도 쉽게 결단하지 못했던 DTS를 1년 동안 묵묵히 보냈다는 사실에 교인들은 감동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31일 김 목사의 담임목사 청빙이 공동의회를 통과했다. 공동의회를 통과한 지 한 주 만인 2월 7일 최 목사는 고별 설교하고, 담임목사 이·취임식을 했다.
"다일교회가 아무리 사람들과 하나님 앞에 이런저런 일 했다고 내세울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일교회는 단 한 번도 하늘을 찌를 듯한 예배당, 많은 사람이 구름떼처럼 모이는 것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일에는 둘째가지 맙시다. 우리 짧은 세월 사랑만 하기도 짧습니다. 그러니 우리 다일교회에서는 힘겨루기, 키 재기를 영원히 추방합시다. 형제 허물 덮어주고 위로하고 사랑합시다."
고별 설교에서 최일도 목사가 교인들에게 한 마지막 부탁이다.
|
▲ 최일도 목사는 퇴직금 4억 원을 사회봉사와 평화와 인권 운동에 뜻을 둔 학생, 교회 갱신과 일치와 섬김에 뜻을 둔 신학생, 공부하고 싶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뜻을 이루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 등에게 써 달라며 다일교회에 기증했다. |
ⓒ 뉴스앤조이 김세진 |
| |
다일교회는 최일도 목사에게 퇴직금 4억과 전세 보증금 2억을 줬다. 최일도 목사는 퇴직금 4억을 다시 다일교회에 기증했다. 전세 보증금 2억도 자녀들이 결혼하면 1억을, 사후에 1억을 다시 다일교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다일교회는 최일도 목사의 뜻을 받아 퇴직금으로 '최일도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했다.
다음은 최일도 목사의 고별 인사 전문이다.
"일체가 은혜요 감사뿐입니다" |
여러분이 곁에 계셔서 목회가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장 보람되고 의미 있는 목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주님의 크신 은혜입니다. 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뒤돌아보니 발자국마다 주님의 놀라운 섭리요 일체가 은혜이며 감사뿐입니다. 이제 다일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우리의 기쁨이요 희망인 2대 담임목사님이신 김유현 목사님께 깨끗이 넘겨 드리고 저는 목회 일선에서 아름답게 은퇴하고 다일공동체의 사회봉사 활동과 영성 수련 인도에만 전념하길 원합니다.
그런 저에게 퇴직금을 4억이나 주시는 것은 너무도 송구스럽고 과분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이에 먼저 주님께 감사드리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면서, 저에게 주신 퇴직금 전액을 다시 다일교회로 기쁘게 환원하고자 합니다.
이 뜻을 받아주셔서 사회봉사와 평화와 인권 운동에 뜻을 둔 학생과 교회 갱신과 일치와 섬김에 뜻을 둔 신학생과 공부를 하고 싶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뜻을 이루지 못하는 가난한 학생 등에게 장학금으로 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저희 가족이 사용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목사 사택(전세보증금 2억 원)도 필요한 기간만 쓰다가 교회 앞에 전액 되돌려 드리는 것이 매우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고 여깁니다. 세 자녀가 결혼하고 나면 넓은 평수가 필요 없으니 보증금을 절반으로 줄여서 1억을 장학금으로 보태겠습니다.
저희 부부가 하늘나라로 돌아 갈 때면 그 나머지 1억도 기쁜 마음으로 다시 교회로 되돌려 드리기 원하오니 꼭 허락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목회자가 된 저희에게 주신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되돌려 드리기 원하는 마음을 허물치 말고 받아 주셔서 부디 전액 장학금으로 써 주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저서 인세나 강연료, 각종 상금 등을 전액을 더러는 절반 이상 십오조를 헌금하며 또 사회봉사 활동으로 환원한다고 했지만, 그동안 정작 저를 보살펴 주시며 위하여 간절히 기도해 주시고 성원해 준 교회와 성도님들에게 대한 보답이 참으로 부족하다고 여기며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주신 퇴직금과 사택의 반납은 저의 의가 될 수 없고 의가 돼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바른 목회를 위해서 고군분투하시는 이 땅의 선한 목사님 모두에게 이와 같은 결단을 수용하라고 하거나 적용해서는 결코 안 될 일입니다. 이 일은 내세울 일도 자랑할 일도 아니오니 여러분만 아시고 이와 같이 저와 당회와 제직회가 꼭 실천할 수 있도록 중보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다일교회 성도 여러분을 섬길 수 있어서 진실로 행복했습니다. 담임목사직 은퇴에 즈음하여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일체가 은혜요 감사뿐입니다.'
여러분, 진실로 사랑합니다!
온 맘 다하여 축복합니다!
아름다운 다일교회입니다.
아하!
주후 2010년 2월 7일
담임목사직을 은퇴하면서
작은 형제, 최일도 올림 |
|
▲ 2010년 2월 7일 은퇴한 최일도 목사와 김연수씨 부부. 이·취임식 후 함께 찬송을 불렀다. |
ⓒ 뉴스앤조이 김세진 |
| |
|
▲ 예배가 끝나고 최일도 목사는 교인 모두와 악수하고 포옹했다. |
ⓒ 윤희윤 |
| |
|
▲ 지역을 섬기는 교회가 되기 위해 남양주에 자리 잡은 다일교회. 다일교회가 남양주를 택한 것은 남양주엔 어려운 이들을 도울 복지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
ⓒ 뉴스앤조이 김세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