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아래 그 벤치
중요 등장인물
승희 : 여사친2
지은
민준: 나
사람들은 인생을 여러 가지에 비유한다. 나라면 인생을 방학에 비유할 것 같다. 뭔가 해보려고 하면 끝난다. 1학년 1학기 방학, 계획한 것은 많았으나 역시 결국에는 크게 한 것 없이 끝났다. 하지만 학교를 돌아가는 내게 기대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방학 끝나기 며칠 전 있었던 일 때문이다. 방학 중 1학기때 친해진 여사친 승희가 서울에 놀러 왔다. 항상 그렇듯이 강남에 데려갔고, 가벼운 점심을 한 뒤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바로 교보문고 앞을 지날 때였다. 문득 얼마 전 규희가 소개해준 ...이름이 이지은이었던가? 그 아이의 페이스북 공통친구에 승희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야, 너 혹시 이지은이라고 아냐?"
밑도 끝도 없이 일단 물어보자.
"어? 네가 지은이를 어떻게 알아?"
승희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 아니 내 서울 사는 친구가 나한테 자기 친구라며 학교가면 아는척하라 길래... 근데 마침 네가 페이스북 공통친구더라고"
뭔가 구차하게 설명하는 것 같았지만... 이 정도의 귀찮음은 예상했다.
"응~, 지은이 나랑 친하지!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착해!"
"걔도 나한테 이쁜애라고 소개하더라, 그렇게 이뻐?"
"응, 성격이 좀 독특하긴 한데, 그거 빼면 완벽해! 뭐, 인사할 때 눈에 브이를 갔다 대며 인사하고 그래"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그녀가 미간을 희미하게 찌푸리며 말했다.
눈에 브이를 갔다댄다는게 상상이 안 가긴 했지만 서도… 하긴 규희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거보면, 걔도 만만치는 않을꺼다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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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학교 내려가는 길은 너무 멀다. 버스 타고 4시간 반이라니, 내려서 또 학교버스 타고 30분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우리 집에서 제일 먼 학교를 다니는 듯싶었다. 학교에 도착해 기숙사에 짐을 풀고 나오자 학교 강당에서 하는 개강총회로 가야 할 시간이었다. 혼자 가기 싫었던 나는 승희에게 연락을 해서 강당 앞에서 만났고 끝나자마자 빨리 나가기 위하여 강당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야, 이거 끝나고 이따가 애들 데리고 나가실?"
"그러실? 근데 뭐할려고?"
"그냥 뭐, 밥 먹고 노래방이나 갈까"
"그래 내가 일단 톡 남겨볼게"
그때였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어떤 여자애가 뒤로 돌더니 승희에게 인사했다.
"긍희! 방학 잘 보냈어? 나 안보고 싶었어?"
"어! 나야 잘 지냈지!!!
너는??"
"나는 너 보고 싶어서 잘 못 보냈지!! 곧 시작하니까 이따가 끝나고 계속 얘기하자!"
왠 목소리를 저렇게 간드러지게 내는지, 저러면 귀여운 줄 아나. 그런데 얼굴이 낯이 익었다.
어디서 본거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그때 머리 속에 방학기간에 보았던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이 떠올랐다.
"승희, 니가 왜 긍희냐”
“몰라 쟤는 나 그렇게 불러!”
“근데 쟤가 혹시 이지은이야?"
"어! 아~맞다 너 친구가 얘기해줬다고 했지?"
그녀가 몸을 뻗어 앞에 있는 지은이를 건드려 부르려 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더 빨랐다.
"이지은!"
앞에 앉아있던 여자애가 돌아보며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누구세요?"
"나 규희가 알려줘서 방학에 페이스북으로 친추 걸었던...."
"아~ 네가 민준이야? 야 너는 무슨 친추를 걸어놓고 말도 한번 안거냐?"
대뜸 첫인사를 하자마자부터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나가는 그녀였다.
"아니..뭐 아는 사이도 아니니까... 그나저나 니 유명하던데! 너는 인사가 눈에 브이갔다대고 그러는 거라며?"
"어, 맞는데? 앞으로 너한테도 그렇게 인사해줄까?"
갑작스러운 장난에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걸 보니 얘도 또라이끼가 있다는 걸 직감했고 예상치 못한 반응에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야 일단 개총부터 듣자"
"그려 담에 얘기하자"
그녀가 몸을 원위치로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개강총회가 끝나고 사람들의 인파 속에 정신 없이 나오다 보니 다시 인사를 할 기회는 없었다. 대화가 너무 짧아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뭐 오늘만 날인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학교에 오자마자 방학 동안 말로만 듣던 애를 이렇게 보게 되다니 역시 세상은 좁다 싶었다. 아, 이따가 규희한테 오늘 이지은 봤다고 말해야지.
첫댓글 많이 부족하지만 어제에 이어 2화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의견이나 지적하실점 댓글로 남겨주시면 적절히 수렴하도록 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은 연재를 이어나가는 힘이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