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데이빗 베컴, 호나우딩요, 해리 키월, 대미언 더프, 파트릭 비에이라, 후안 세바스찬 베론, 에메르손 등에 필적할 만큼 ‘시끄러운’ 여름을 보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새로운 꿈을 향한 희망만은 그 누구보다도 높다.
이적 시장 개장 초기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뉴욕/뉴저지 메트로스타즈의 미국 골키퍼 팀 하워드를 영입할 계획임이 알려지자 잉글랜드 밖의 한 언론은 “유나이티드, 장애인 키퍼를 영입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 우스꽝스러운, 몰지각한 유럽 언론의 반응에 미국 국가대표팀의 브루스 어레너, 메트로스타즈의 밥 브래들리와 같은 지도자들, 그리고 하워드의 능력을 줄곧 보아온 모든 MLS(메이저리그 사커) 팬들은 쓴웃음을 지었을 것이 틀림없다.
어쩌면 알렉스 퍼거슨 경의 그것은 보다 ‘냉소’ 쪽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정작 하워드 본인은 매우 담담했다.
하워드는 자신의 삶에서 지금껏 그래왔듯이 그러한 시각을 지닌 사람들은 “그 장애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이며 “모르는 사람들의 시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그는 유럽인들에게 자신이 앓고 있는 신경 계통의 장애에 관해 친절히 설명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우선 이 글의 주인공 팀 하워드가 취업허가 절차를 통과하며 정식으로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을 때(이적료 약 230만 파운드), BBC 등의 영국 웹사이트들은 곧 “팀 하워드와 파비앙 바르테즈 가운데 누가 다음 시즌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지킬 것인가?”라는 식의 설문 조사들을 내놓았다.
유나이티드의 하워드 영입설이 처음 언론들에 회자되기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이는 실로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것은 하워드라는 선수의 프로필이 유나이티드 이적설로 인해 보다 상세하게 알려지고, 또 세계 각국으로 전파를 탄 컨페더레이션스컵을 거치면서 일어난 변화일 것이다.
이것은 바야흐로 언론들이 하워드의 ‘특별함’(?)이 아니라 ‘축구 선수로서의 능력’ 그 자체에 주된 관심을 두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은 ‘올바른’ 방향 전환이다.
하워드는 흥미롭게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그와 올드 트래포드 동료가 된 에릭 젬바-젬바(카메룬), 그리고 그리될 가능성이 현재 매우 높아져있는 클레베르손, 그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호나우딩요(이상 브라질)를 상대로 싸웠다.
FIFA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싫어하는 그 대회에서 하워드의 미국은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재현하지 못한 채 일찌감치 탈락했지만, 실망스러웠던 미국 팀 가운데에서 가장 돋보였던 플레이들을 선보이며 큰 무대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증명했던 이가 바로 하워드였기 때문이다.
미국 대표팀의 브루스 어레너 감독은 진작부터 이후의 월드컵에서 미국의 골문을 지킬 수문장은 팀 하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조심스레 언급해 왔다. 여전히 축구가 주요 프로스포츠라기 보다는 ‘생활 체육’에 가까운 미국이지만 미국은 적어도 골키퍼 분야에서는 매우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해왔고, 토니 미올라, 케이시 켈러, 브래드 프리델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프리미어쉽의 일급 골키퍼로서 더 일찍 입지를 굳힌 켈러(토튼햄)와 이제는 당당히 세계 골키퍼 상위 랭킹에서조차 빼놓기 어려운 인물이 된 프리델(블랙번)이 모두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연령임을 감안할 때, 하워드가 미국 대표팀의 정식 주전으로 발돋움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것의 실현을 위해서는 하워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많은 출장 기회를 가지면서 경험과 노련미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기는 하더라도.
그러나 일단 어레나 감독은 ‘원석’의 값어치만을 놓고 볼 때, 하워드의 자질은 프리델, 켈러가 지녔던 그것보다 위에 있다고 평해왔다. 이미 하워드는 메트로스타즈에서 MLS를 대표하던 선수들 가운데 하나인 토니 미올라(현 캔사스 시티 위저즈)를 팀으로부터 밀어낸 바 있다.
헝가리 출신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하워드의 유나이티드 입성은 유럽 축구계가 ‘덩크슛’을 구사할 수 있는 축구 선수를 지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고교 시절까지 농구와 축구를 병행했고 뉴욕 닉스의 빅팬이기도 했던 하워드는 MLS에서 가장 뛰어난 농구 솜씨를 지닌 축구 선수로 불리웠다. 만만찮은 농구 선수였던 하워드는 축구의 수문장이야말로 자신의 ‘운동 신경’과 ‘손’을 결합시켜 최고의 공헌을 할 수 있는 분야임을 깨달았던 것이다.
1999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으로써 본격 무대 위에 올라온 하워드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최다 세이브, 최저 실점율, 페널티킥 세이브율 등 골키퍼에 관한 전분야에 있어 MLS 최강의 골키퍼로 군림했고, 골키퍼에게 수여되는 거의 모든 상들을 휩쓸었다.
MLS의 전체적 축구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MLS의 어떠한 전문가도 하워드의 골키퍼로서의 강력한 운동 능력과 잠재성에는 일말의 의구심도 지니지 않고 있다.
물론 하워드와 인연을 맺었던 유럽 클럽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처음은 아니다.
하워드는 1998년 겨울, AC 밀란 선수들과 더불어 훈련을 받았던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하워드는 특히 크리스티안 아비아티, 마르셀 데사이, 조지 웨아, 즈보니미르 보반을 기억한다),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가 유나이티드보다 앞서 그를 영입했을 수도 있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은 물론, 올드 트래포드의 서포터들 또한 하워드의 도착에 ‘조용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들은 하워드가 “아직은 경험을 쌓기 위해 좀 시간이 필요할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하워드가 여러 가지 스타일 면에서 젊은 시절의 ‘피터 슈마이켈’에 가까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릭 칸토나, 로이 킨과 더불어 알렉스 퍼거슨 경 최대의 영입 역작이었던 피터 슈마이켈이 단돈 50만 파운드의 이적료로써 올드 트래포드에 처음 도착했던 1991년 여름, 이 덴마크의 거한이 향후 10년간 가장 많은 하일라이트 필름을 남길 골키퍼가 되리라는 것을 예상했던 전문가는 거의 없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슈마이켈이 ‘골키핑 기법의 교과서’였음을 의심하는 전문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한 박자 빠른 판단에 기인, 어려운 볼을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막아내는 능력,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2단, 3단으로 이어지는 연속 방어, 트레이드마크였던 공격수를 압도해 버리는 강력한 1:1, 골키퍼에게 필수적인 수비수들을 호령하는 지휘력, 위력적인 던지기와 골킥에 의한 어시스트, 여기에 공격에 가담하여 발과 머리로 각각 골을 성공시킨 자잘한 얘깃거리들에 이르기까지 슈마이켈은 한명의 골키퍼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가장 자주, 가장 오래도록, 기복없이 보여준 사나이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마르코 반 바스텐, 데니스 베르캄프, 알런 시어러,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마이클 오웬, 이반 사모라노, 필리포 인자기 등이 각종 레벨의 다양한 경기들에서 슈마이켈을 상대로 분루를 삼켰다.
라이몬드 반 데 구브(네덜란드), 마크 보스니치(호주)와 같은 과도기적 인물들의 시기 이후, 2000년 올드 트래포드에 도착했던 파비앙 바르테즈는 레 블뢰 군단의 영광을 이끈 수문장다운 천재적인 방어 솜씨들을 첫 시즌 유감없이 펼쳐보이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악몽같은 실수들을 연발했던 01-02 시즌을 지나면서부터 슈마이켈의 ‘대담성’과는 다른 ‘경솔한’ 스타일이 강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으며, 전반적으로는 틀림없이 꽤 괜찮은 활약을 펼치며 중요한 경기들에서 팀을 구원하기도 했던 지난 시즌에도 결국 후반부 레알 마드리드와의 대결들을 포함, 말미로 올수록 명성에는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바르테즈는 믿기 어려운 놀라운 천재성을 종종 펼쳐보이는 수문장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항상적인 안정감을 유지하는 능력, 결정적인 순간의 대담하면서도 냉정한 판단력, 페널티 박스 안을 지배하는 위력 등에 있어서는 결코 ‘슈마이켈의 진정한 후계자’로 평가받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
따라서 유나이티드의 서포터들과 알렉스 퍼거슨 경이 슈마이켈의 젊은 시절의 모양새와 흡사한 스타일, 잠재성을 지닌 하워드에게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설사 ‘슈마이켈의 진정한 후계자’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는 하더라도...
하지만 하워드 본인은 인구에 회자되는 ‘바르테즈의 자리를 빼앗는’(?) 문제에 대해 “아직은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나는 내가 ‘넘버 4’ 골키퍼가 되는 것에 돈을 걸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어쩌면 이것은 겸손한 동시에 현실적인 인식일런지도 모른다. 하워드는 유나이티드의 ‘넘버 1’이 되는 일이 지니는 무게와 중압감을 잘 알고 있으며, 또한 아직 기존의 어떠한 골키퍼도 방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나이티드가 지극히 두터운 골키퍼 진용을 보유한 클럽이라는 현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
풍부한 경험과 의심의 여지없는 천재성은 물론 여전한 세계적 명성까지 간직한 바르테즈 뿐만 아니라, 북아일랜드 대표 골키퍼 로이 캐롤과 스페인 대표를 역임했던 리카르도 역시 ‘바르테즈만 아니었다면’ 보다 많은 출장 기회들을 받으면서 각자의 안정감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농후했던 인터내셔널 벤치맨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하워드까지 도착, (더 이상의 방출이 없을 경우) 유나이티드의 사용가능한 골키퍼의 수는 무려 4명이 되어버린 상태. 이들 중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런지는 아직은 분명치 않지만, 유나이티드의 골문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축구적인 얘기를 떠나, 하워드는 자신이 소년 시절부터 ‘투레트 신드롬(Tourette's syndrome)’이라는 신경 계통의 장애를 앓아왔음을 대중 앞에 공개한 이후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치료와 홍보를 위한 대표 사절로서 활동 중이다.
축구를 잘해서 받은 여러 가지 상들 이외에, 하워드의 진열장에는 이 활동으로 인한 각종 사회, 시민 단체의 공로상들이 여러 개 진열되어 있다. 하워드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투레트 신드롬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습니다. 그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 병을 앓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홍보 사절이자 본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투레트 신드롬을 앓았던 대표적인 인물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이고, 현재 미국에서는 10만명 가량의 사람들이 이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투레트 신드롬은 신경계의 장애로 인해 의도적이지 않은 근육 경련(눈을 깜박이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것과 같은)을 일으키며, 환자들 가운데 4% 정도는 역시 비의도적으로 욕설과 같은 말들을 내뱉는 따위의 증상을 나타낸다.
증세에 도움을 주는 약품들이 존재하기는 하더라도, 아직 투레트 신드롬에 대한 의학적 완치 방법은 발견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 하워드는 자신의 증세를 극복하기 위해 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대신 종교와 신념에 더욱 의존해왔다. 어쩌면 병마로 인해 더욱 강인해진 하워드의 이러한 정신력이야말로 바로 알렉스 퍼거슨 경이 좋아하게 될 한가지 요소일런지도 모르겠다.
진행 중인 일련의 미국 투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보유하고 있는 골키퍼들에게 번갈아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고(대 셀틱 로이 캐롤, 대 클럽 아메리카 리카르도), 바로 7월 31일 벌이지게 될 이탈리아 최고의 전통 명문 유벤투스와의 친선 경기야말로 하워드가 유나이티드에서의 첫 선을 보이게 될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벤투스 전이 열리는 장소가 하워드가 여섯 시즌을 보내왔던 고향팀 메트로스타즈의 뉴저지 자이언츠 스테이디엄인 까닭에, 하워드의 출장가능성은 지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고향에서 유벤투스를 상대로 유나이티드의 골문 앞에 서는 것, 그것은 분명 하워드에겐 몹시 긴장된, 하지만 꿈과 희망으로 가득찬 데뷔 무대가 될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플레이함으로써 내가 투레트 신드롬을 앓고 있는 단 한명의 어린이에게라도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환상적일 것입니다” - 팀 하워드.
첫댓글 우리나라 수문장도 언젠간 이글처럼 멋진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겟죠? 한국 파이팅!
우리나라 수문장도 언젠간 이글처럼 멋진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겟죠? 한국 파이팅!
오늘 보니 잘하더군요 ~ 가끔 ㅎㅏ는 실수는 경험부족일뿐이고... 붕붕 날아다니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ㅋㅋㅋ 생긴건 차두리 비슷하게 생겨서 정감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