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겪는 맹추위다. 날씨는 추운데 바람 까지 더하고 또 어떤 지역은 눈도 많이 내려 겨울에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는 모양이다.
얼음 보기 싶지 않은 남쪽땅 창원에도 천지가 다 얼어붙었다. 방송에서는 수도 배관 동파를 걱정해서 얼지않게 잘 덮어 쉬우라고 안내를 한다.
참 오랫만에 마주하는 겨울 다운 겨울이다.
오늘 같은 추위에 찾아오는 옛 생각들 작은 도랑에 얼음이 두터워 지면 동내 아이들 저마다 앉은뱅이 설매를 챙겨들고 하나 둘 개울로 모여 들어 설매를 타고 놀다 개울가 가장자리에 모닥 불을 피워 놓고 언 손발을 녹여 가며 하루를 보냈던 기억들....
그러다가 그 것도 지겨운 날에는 또래의 아이들 끼리 모여 자치기를 하기도 했고 그도 아니면 팽이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행여 눈이라도 내리면 눈을 뭉쳐 눈 사람읊 만들기도 하고 또 편을 갈라 눈 싸움을 하기 했으며 미쳐 치우지 않아 지붕에 쌓인 눈은 얼다 녹기를 반복하면 처마끝에 물고 늘어선 고드름이 장관을 이루었고 키가 큰 고드름 꺽어다 칼싸움을 하기도 했던 그추억이 아련하다.
그 시절이 벌써 반백년이 지난 모양이다.
매년 같은 겨울 속에 살았더라면 당연하게 받아 들이 겠지만 추운 겨울 보다 따뜻한 겨울이 많았고 따뜻한 겨울에 이미 적응을 해버린 우리네 몸은 집밖을 나서는 것 조차에도 망설임이 앞선다.
실내와의 기온차 때문 일 것이다. 아파트 베란다 창문에는 하이얀 성에가 잎을 가렸다.
오늘 내일이 추위가 절정일 것이란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차가운 바람과 공기에 노출된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힘이 들 것이다.
시골에서 하우스를 하는 분들 그리고 또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분들 이 엄동설한에 온몸으로 감내 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기 일 것이다.
어제 일이다. 산행 중 잠시 장갑을 벗고 전화를 받았는데 추위에 노출된 맨손은 금새 얼음처럼 차가워져 장갑을 끼고도 한참동안 녹지않아 이번추위를 실감 하게 되었다.
또 그동안의 따스함 때문에 상녹수가 아니더하도 제법 푸른 잎의 나무들이 잘 버티나 싶었는데 나무도 많이 추웠던지 상록수를 제외한 모든 나무가 냉해를 입어 나뭇잎은 얼고 꺾였다.
朔風驅雪滿天來(삭풍구설만천래) 북풍이 눈을 몰아 하늘 가득 들이치니 一夜茅簷壓欲槯(일야모첨압욕최) 온밤 내내 초가집 처마는 짓눌려 무너질 듯. 枯樹乍聞寒響急(고수사문한향급) 마른 나무에선 위급한 찬 소리 들리는 듯한데 小窓全覺曙光催(소창전각서광최) 작은 창에선 새벽빛 재촉하는 걸 온전히 본다. 村童晩汲通新徑(촌동만급통신경) 마을 아이는 느즈막이 물 긷느라 새 길을 뚫고 竈婦晨炊撥舊灰(조부신취발구회) 부엌 아낙네는 새벽밥 짓느라 어젯밤 재를 끄집어낸다. 遍壟靑苗埋不凍(편롱청묘매부동) 밭 가득 보리싹은 깊이 묻혀 얼지 않을 테니 豊年迴待麥秋勝(풍년회대맥추승) 내년 보리 수확철엔 풍년이 오겠지. - 大雪 -
오늘 아침 기온도 영하 13도다. 물론 강원도나 서울은 더 추운 날씨 겠지만 말이다. 모든 것이 추위에 움추려 들고 위축될 것이다
코로나 19로 생활 반경이 좁아져 있다. 이런 시기 자칫 감기라도 들면 코로나로 의심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으니 몸이 아픈 것에 맘 고생까지 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