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고살재(楊古殺岾)
청태종 사위 양고리를 죽이고 올라 온 고개
楊 : 버들 양(木/9)
古 : 옛 고(口/2)
殺 : 죽일 살(殳/6)
岾 : 고개 재(山/5)
'양고(楊古)'는 청나라 태종의 사위 양고리(楊古利)이고, '살재(殺岾)'는 양고리를 사살하고 피해 올라온 고개를 말한다.
청 태종이 병자년에 난(丙子胡亂)을 일으켜, 1636년 12월 8일 압록강을 건너, 영변 철옹성에 도착한 날이 12월 14일이다. 이날 인조(仁祖)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숭례문을 통하여 강화도로 향하였다.
최명길이 청 장군 마푸다(馬夫大)와 회담하는 동안 인조는 살곶이를 지나 송파루를 건너 남한산성에 입성했다. 인조의 입성 후 15일부터 1637년 1월 30일까지 45일간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수난사였다.
청의 침략으로 서울이 함락되자 임금이 남한산성으로 파천했다. 고창의 박의(朴義)는 1624년 무과에 급제, 말 잘 타고 활과 총과 포를 잘 쏘아 박 포사라 했다.
지방지원군으로 박의 부장은 병마절도사 김준룡(金俊龍)을 따라 수원 광교산(光敎山)에서 청군을 맞아 싸웠다. 산악을 이용, 거듭 승리를 거두었지만 전황이 불리해지자 후퇴하게 되었다.
혹한에 눈이 휘몰아치자 사방이 밤같이 어두워졌다. 박의 부장은 어둠을 틈타 산 중턱에 몸을 숨기고 적의 동태를 살폈다. 적장이 선봉에서 아군의 후미를 파고드는 것을 보고 총을 겨누어 쓰러뜨렸다.
그가 누루하치의 사위 양고리로 만주 정황기(正黃旗)의 장수였다. 양고리는 창평(昌平)에서 명나라 군사와 쉰여덟(58)번 싸워 이겨 태종이 칭찬하고 딸을 주어 사위로 삼았다.
그런 그가 예친왕과 더불어 조선에 왔다가 박 포사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것이다. 청 태종은 사위를 잃고 매우 애석하게 여겨 무훈왕(武勳王)으로 봉해 태묘에 앉혀 기렸다.
조정에서는 후에 어둠 속의 샛별 같은 박의에게 평안도 국방의 수장(守將)인 권관(權管)을 맡겼다. 나라가 위급함에 처했을 때 적의 요인인 청 태종의 사위를 쓰러뜨린 공을 세워 백성들에게 커다란 위안과 희망의 등불이 되었다.
박의 장군이 나서 자란 곳은 전북 고창 예지리 양정으로, 하늘을 우러르며 조상에게 제사를 모시는 고인돌이 있는 곳이다. 유서 깊은 이곳은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에 의해 닥나무 껍질로 한지를 떴던 아산 구암리, 천일염을 생산한 해리와 심원면과 가깝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소금장사 이야기도, 중국 사신단의 주 품목인 한지(창호지)도 구전에 의하면 고창에서 최초로 만들어졌으며, 전주는 그 집산지일 뿐이다.
박의 장군은 양고리를 살상하고 당시 산맥을 따라 '양고살재'를 넘어 고향을 찾았다. 말년에는 권관의 직에서 물러나 예지리 양정에서 여생을 마쳤다. '양고살재'는 전라남도 장성과 전라북도 고창 사이의 영산기맥의 통로로 오늘도 많은 사람이 사연을 안고 넘나든다.
1637년 1월 30일 인조는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했으며, 인조 17년 삼전도에 태종의 송덕비(頌德碑)를 세우는 수모를 겪었다.
박 장군의 이야기는 중국 기록이지만, 배연(裵然)의 '포사전(砲士傳)'은 '적의 장군을 죽이고 그 부하를 무찔렀던 박 포사의 공은 병자호란에서 으뜸이다'고 적고 있다.
▶️ 楊(버들 양)은 ❶형성문자로 杨(양)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동시(同時)에 흔들흔들 흔들리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昜(양)으로 이루어졌다. 버드나무 가지가, 언제나 바람에 나부껴 흔들리고 있는 데서 이 이름이 붙었다. ❷형성문자로 楊자는 '버드나무'를 뜻하는 글자이다. 楊자는 木(나무 목)자와 昜(볕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昜자는 태양이 제단을 비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楊자는 태양이 나무를 밝게 비추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사실 버드나무를 뜻하는 글자로는 柳(버들 유)자도 있다. 실제로는 柳자가 '버드나무'라는 뜻으로 쓰이는 편이고 楊자는 성씨나 지명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楊(양)은 ①버들, 버드나무 ②갯버들 ③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버들 류(柳)이다. 용례로는 나무로 만든 이쑤시개를 양지(楊枝), 양주楊朱의 존칭을 양자(楊子), 양주의 학설을 신봉하는 사람을 양가(楊家), 가지가 밑으로 축 늘어지게 자라는 버드나무를 수양(垂楊), 옛날의 형구의 한 가지로 목에 씌우는 칼과 발에 채우는 차꼬를 항양(桁楊), 오리나무를 달리 이르는 말을 적양(積楊), 양포가 외출할 때는 흰 옷을 입고 나갔다가 비를 맞아 검은 옷으로 갈아 입고 돌아왔는데 양포의 개가 알아보지 못하고 짖었다는 뜻에서 겉모습이 변한 것을 보고 속까지 변해 버렸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양포지구(楊布之狗), 반潘과 양楊의 다정한 사이라는 뜻으로 혼인으로 인척 관계까지 겹친 오래된 좋은 사이를 일컫는 말을 반양지호(潘楊之好), 푸른 버들과 꽃다운 풀을 일컫는 말을 녹양방초(綠楊芳草), 마른 버드나무에 새움이 돋는다는 뜻으로 노인이 젊은 아내를 얻어 능히 자손을 얻을 수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양생제(枯楊生稊), 마른 버드나무에 꽃이 핀다는 뜻으로 늙은 여자가 젊은 남편을 얻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고양생화(枯楊生華) 등에 쓰인다.
▶️ 古(예 고)는 ❶회의문자로 여러(十) 대에 걸쳐 입(口)으로 전해온다는 뜻이 합(合)하여 옛날을 뜻한다. 十(십)과 口(구)를 합(合)한 모양으로 十代(십대)나 입에서 입으로 전하다, 낡다, 옛날의 뜻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古자는 '옛날'이나 '예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古자는 口(입 구)자와 十(열 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古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자 위로 中(가운데 중)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입'과 '방패'를 표현한 것이다. 방패는 전쟁에 쓰이는 무기로 古자는 오래전에 있었던 전쟁 이야기를 말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전쟁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후세에게 들려준다는 의미인 것이다. 古자에 攵(칠 복)자를 더한 故(옛 고)자가 '옛날'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참고로 口자를 '세대'로 해석하여 古자는 10세대를 거친 것이니 '옛날'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는 풀이도 있다. 하지만 갑골문에서의 十자는 丨자 형태로 그려졌었기 때문에 같은 시기 古자에 그려졌던 中자와는 모양이 다르다. 그래서 古(고)는 헌 또는 낡은의 뜻으로 ①옛, 예, 예전 ②옛날 ③선조 ④묵다 ⑤오래 되다 ⑥예스럽다 ⑦순박하다 ⑧잠시(暫時) ⑨우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예 석(昔),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이제 금(今), 새 신(新)이다. 용례로는 옛날과 지금을 고금(古今), 옛 시대를 고대(古代), 옛 일을 고사(古事), 옛 역사를 고사(古史), 옛날 사람을 고인(古人), 옛날부터 현재까지를 고래(古來), 옛적부터 내려오는 관례를 고례(古例), 예로부터 전해 내려옴을 고전(古傳), 옛날의 법식이나 의식 또는 고대의 책을 고전(古典), 오랜 역사를 지니는 옛 절을 고찰(古刹), 오래 전부터 그 일에 종사하던 사람을 고참(古參), 낡은 당집을 고당(古堂), 옛날에 지은 오래된 성을 고성(古城), 옛 궁궐을 고궁(古宮), 고대의 무덤이나 옛 무덤을 고분(古墳), 70세를 일컬음으로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옛날에는 드문 일이다는 뜻의 말을 고희(古稀), 고금을 통하여 홀로 뛰어나다는 말을 고금독보(古今獨步),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속을 이르는 말을 고래지풍(古來之風), 늙은이들의 말로 예로부터 전하여 옴을 이르는 말을 고로상전(古老相傳), 오래 되어 옛날의 풍치가 저절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고색창연(古色蒼然), 옛날부터 지금까지를 일컫는 말을 고왕금래(古往今來), 가락이 썩 예스러워서 화창하는 이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고조독탄(古調獨彈), 대대로 자손이 번성하고 세력 있는 집안을 일컫는 말을 고족대가(古族大家), 옛 모양 그대로임을 일컫는 말을 고태의연(古態依然), 옛 곡조라서 연주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움을 비유하는 말을 고조불탄(古調不彈), 오래 된 우물에는 물결이 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마음을 굳게 가져 정절을 지키는 여자를 비유하는 말을 고정무파(古井無波) 등에 쓰인다.
▶️ 殺(죽일 살/감할 살, 빠를 쇄, 맴 도는 모양 설, 윗사람 죽일 시)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갖은등글월문(殳; 치다, 날 없는 창)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杀(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杀(살; 나무와 풀을 베다)와 때려 잡는다는 殳(수)의 뜻이 합(合)하여 죽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殺자는 '죽이다'나 '죽다', '없애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殺자는 杀(죽일 살)자와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杀자는 짐승의 목에 칼이 꽂혀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죽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래 '죽이다'라는 뜻은 杀자가 먼저 쓰였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殳(몽둥이 수)자가 더해지면서 '죽이다'라는 뜻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殺(살, 쇄, 설, 시)은 ①죽이다 ②죽다 ③없애다 ④지우다 ⑤감하다 ⑥얻다 ⑦어조사(語助辭) 그리고 ⓐ감하다(쇄) ⓑ내리다(쇄) ⓒ덜다(쇄)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쇄) ⓔ빠르다(쇄) ⓕ매우(쇄) ⓖ대단히(쇄) ⓗ맴 도는 모양(설) ⓘ윗사람 죽일(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죽일 도(屠), 윗사람 죽일 시(弑), 죽일 륙/육(戮), 다 죽일 섬(殲),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남의 생명을 해침을 살해(殺害),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힘을 살상(殺傷), 사람을 죽임을 살인(殺人), 살해를 당함을 피살(被殺),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있는 것을 아주 없애버림을 말살(抹殺), 때려 죽임을 박살(樸殺), 남에게 당한 죽음을 타살(他殺), 죄다 죽임을 몰살(沒殺), 참혹하게 마구 무찔러 죽임을 학살(虐殺), 보고도 안 본 체, 듣고도 안 들은 체 내버려두고 문제 삼지 않음을 묵살(默殺), 얄망궃고 잔재미가 있는 말씨와 태도를 와살(瓦殺), 낙인을 지워 없앰을 쇄인(殺印), 세차게 몰려듦을 쇄도(殺到), 덜어서 적게 함을 감쇄(減殺), 몹시 괴롭힘을 뇌쇄(惱殺), 수습하여 결말을 지음을 수쇄(收殺), 등급을 아래로 낮춤을 강쇄(降殺), 몹시 놀람을 경쇄(驚殺), 자신의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뜻으로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옳은 도리를 행함을 일컫는 말을 살신성인(殺身成仁),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절개를 세움을 일컫는 말을 살신입절(殺身立節),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의 세속오계의 하나로 산 것을 죽일 때는 가려서 죽일 것을 이르는 말을 살생유택(殺生有擇),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변고를 일컫는 말을 살육지변(殺戮之變), 음악에서 곡조가 거세고 급하여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소리를 일컫는 말을 살벌지성(殺伐之聲),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폐단을 일컫는 말을 살육지폐(殺戮之弊),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말을 살활지권(殺活之權), 살기가 얼굴에 잔뜩 올라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살기등등(殺氣騰騰), 살기가 있어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살기담성(殺氣膽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일컫는 말을 교각살우(矯角殺牛), 한 치밖에 안 되는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간단한 경구나 단어로 사람을 감동시킴 또는 사물의 급소를 찌름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촌철살인(寸鐵殺人), 자기의 몸에 불을 질러 목숨을 스스로 끊음을 일컫는 말을 분신자살(焚身自殺),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는 음험한 수단을 이르는 말을 차도살인(借刀殺人),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거짓말도 되풀이 해 들으면 믿어버리게 된다는 말을 증삼살인(曾參殺人), 사람을 죽이기를 꾀하다가 이루지 못한 행위를 일컫는 말을 모살미수(謀殺未遂), 살리든지 죽이든지 마음대로 함 또는 제 마음대로 날뛰는 것을 이르는 말을 활살자재(活殺自在),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뜻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살여탈(生殺與奪) 등에 쓰인다.
▶️ 岾(땅 이름 점, 고개 재)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뫼 산(山: 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占(땅 이름 점)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로 길이 통하여져서 넘어 다닐 수 있는 높은 산의 고개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岾(점, 재)는 ①땅의 이름 ②절의 이름 그리고 ⓐ고개(재) ⓑ재(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경상북도 문경에 있는 고개 이름을 새재(草岾), 청태종 사위 양고리를 죽이고 올라 온 고개를 일컫는 말을 양고살재(楊古殺岾) 등에 쓰인다.